[영상 시승기] 아프리카에서 포르쉐 911 터보S를 타다...서킷은 물론 데일리카로도
  • 남아공 요하네스버그=김한용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6.07.22 17:23
[영상 시승기] 아프리카에서 포르쉐 911 터보S를 타다...서킷은 물론 데일리카로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아프리카에 대해 아는게 거의 없다. 세계에서 가장 치안이 불안한 도시라는 정도, 영화 디스트릭트나인에서 외계인들을 가둬놓은 곳, 남아공 월드컵 내내 부부젤라 소리에 중계를 듣기 힘들었던 곳?

하필 비행기안에서 본 영화도 ’채피’였다. 세상에서 가장 범죄가 심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로봇 경찰을 투입한다는 내용이었다. 남아공이 고향인 한 친구는 “핸드백을 다리 사이에 두고 운전하지 않으면 유리를 깨고 훔쳐간다”거나 “한적한 밤에는 빨간 신호불이 켜지더라도 절대 차를 세우면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들 중엔 포르쉐가 왜 이런 곳에서 행사를 하느냐고 묻는 이도 있었다. 방탄 유리를 장착한 포르쉐가 시승차로 나올거라는 기대 섞인 농담도 했다. 

아마 한겨울에 출시하는 차의 시승행사인만큼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에서 했어야 할거고, 1년 내내 비가 거의 오지 않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제격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다른건 몰라도 스릴 넘치는 시승임은 분명했다. 

# 범죄가 가장 심한 도시, 포르쉐 타고 지나기

다음 날엔 직접 911을 몰고 카얄라미(Kayalami) 서킷으로 달리는 스케줄이 잡혔다. 포르쉐 911의 전 차종을 골라 탈 수 있는데도 카브리올레와 타르가를 타겠다는 기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 결과 가장 게을렀던 두 사람이 타르가를 타게 됐다. 색상도 하필 '라바 오렌지' 색. 어찌나 아름답고 화려한지 100미터 밖에 있어도 이 차만 보일 것만 같았다. 

▲ 빨간 포르쉐 타르가. 남아프리카에서 몰아도 괜찮을지 좀 고민이 됐다.

시동 소리는 천둥이 치는것 같이 느껴졌다. 이전 포르쉐보다 소리가 조금은 작아졌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레라S 모델에 스포츠배기시스템을 장착하고 나니 결코 만만치 않은 소리다. 특히 고속에선 좀 조용한 반면 저속에선 소리가 더 섹시하고 웅장하게 가다듬어져, 이 역시 주변 보행자들을 돌아보게 한다. 

하지만 일단 도로에 나서니 한시름 놓였다. 이곳은 서울만큼 현대차도 많았다. 포르쉐도 간혹 보이고, 벤츠나 BMW의 고급차까지 즐비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는 독일 자동차 공장도 많았고, 사회도 이젠 꽤 안정돼서 생각보다 고소득자들이 많다. 남아공월드컵 이후로 치안도 많이 좋아져 생각보다 그렇게 불안한 상태는 아니라고 했다. 

불안감을 가라앉히고 보니 아프리카 초원 저 멀리까지 퍼져나가는 포르쉐 엔진 소리, 새파란 하늘의 구름이며, 주변 환경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천장을 열고 아프리카를 달리는 기분은 더 없이 짜릿했다.

강력한 엔진 출력에도 불구하고 극심하게 막히는 요하네스 버그 시내에서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동안 변속충격이 극히 적은 점이 놀라웠다.  

▲ 폭스바겐 그룹 MIB 모듈을 적용한 새 내비게이션이 장착됐다.

그럼에도 새로운 내비게이션은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폭스바겐 그룹의 MIB(모듈식 인포테인먼트)라는 시스템인데, 한국도 이번부터 장착된다. 국내 많은 포르쉐 오너들도 적응 시간이 좀 필요할걸로 보인다. 

# 카얄라미 서킷(Kayalami Circuit), 포르쉐를 말한다

반쯤은 걱정을, 반쯤은 흥미로운 길을 달리며 그렇게 카얄라미 서킷에 도착했다. 포르쉐 딜러가 소유한 서킷이라 해서 좀 만만히 봤는데, 으리으리한 규모에 깜짝 놀랄 지경이었다. 이 서킷의 총 거리는 4.2km로 우리나라 영암 F1 경기장과 비슷한 크기다. 

▲ 카얄라미 서킷에 포르쉐 911이 서 있다. 

카얄라미는 현지어로 ‘나의 집’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포르쉐 딜러사 대주주인 토비벤터(Toby Venter)가 구입해 최신 서킷으로 새로 꾸몄다. 포르쉐 관계자 또한 ‘포르쉐의 집에 온걸 환영한다’고 말했다. 포르쉐는 페라리나 맥라렌과 함께 레이스를 가장 중시하는 메이커다. 뉘르부르크링 24시 같은 레이스에서도 150대 차량 중 절반 이상이 포르쉐다. 그러다보니 레이스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양이다. 

요하네스버그의 파란 하늘과 찬란한 햇빛 덕에 카얄라미에 줄이어 서있는 포르쉐 911들은 알록달록 더욱 빛나 보였다.

오늘 처음 시승하는 터보S 마크2의 외부 디자인은 지난해 발표 된 911 카레라 마크2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전면 범퍼 디자인과 공기 흡입구가 조금 다르고, 후면 공기 흡입구 모양이 크게 달라졌다. 평소 포르쉐를 눈여겨 본 터라 너무나 큰 변화로 느껴지는데, 상당수 소비자들은 뭐가 변했는지 모른다고 하니 좀 의외다. 

▲ 포르쉐 911 터보S의 뒷모습. 엄청나게 바뀌었다는 사람들과 뭐가 바뀌었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공존한다. 

# 서킷선 '물만난 물고기' 같다

좀 늦은 터라 짐을 제대로 내려놓기도 전에 일단 출발이었다. 처음 타는 차는 911 카레라 4S. 인스트럭터가 탄 선두차량이 꽤 빨라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야만 했다. 생소한 서킷임에도 포르쉐는 물만난 물고기 같았다. 너무나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섰다. '포르쉐의 집'에 돌아왔다는 것이 실감났다.

▲ 포르쉐 카레라 4S의 투시도

7단 PDK가 가장 매력적이다. 핸들의 다이얼을 스포츠플러스로만 바꿔두면 너무나 적절하게 기어를 변속해주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운전자들보다 변속 타이밍이 더 좋은 걸로 느껴진다.

지난해 등장한 '911 카레라’와 '911 카레라 S’는 3.0리터급 수평대향 6기통 엔진에 트윈 터보를 탑재하고 등장했다. 배기량이 줄었다는 점이나 터보를 이용해서 토크 곡선을 다르게 만들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가 컸다.

어쩌면 이같은 우려는 BMW M4의 터보 엔진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 타보니 그와는 전혀 달랐다. 터보차저를 쉽게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압력이 높지 않고, 토크의 증가도 점진적으로 매우 잘 만들어져 있었다. 

▲ 포르쉐 911 카레라4가 서킷을 달리고 있다. 가로로 길다랗게 연결된 미등과 터보에 비해 단정한 뒷모습이 매력적이다. 

이 차에는 4WS(4 Wheel Steer) 시스템이 장착됐다. 핸들을 돌릴때 앞바퀴 뿐 아니라 뒷바퀴까지 함께 조금씩 꺾이는게 절묘한 기분이다. 저속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고속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미세하게 꺾이면서 회전반경을 줄이거나, 그립력을 유지해준다. 

# 포르쉐 터보S, '3초' 벽 깨뜨린 ‘데일리 슈퍼카’

이번에는 911 터보로 옮겨탔다. 시동을 걸때는 이번에도 버튼 따위 누르지 않고 남자 답게 꽂아 돌린다. 우렁차면서도 안정감있게 가라앉은 사운드가 매력이다. 카레라는 소리의 질감이 많이 달라졌지만 터보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걸로 느껴진다. 

캬얄라미 서킷에는 포르쉐 터보가 더욱 적합한 느낌이었다. 직선구간이 길어 충분한 속도를 즐길 수 있고, 완만한 곡선과 까다로운 코너가 계속 돼 차의 직진, 측면 한계까지 밀어붙여볼 수 있기 때문이다. 

▲ 포르쉐 911 터보가 카얄라미 서킷을 달리고 있다

카레라는 모두 3.0리터급인 9A2 엔진으로 변경됐지만, 터보는 이전까지 사용되던 9A1 엔진을 그대로 쓴다. 배기량도 다운 사이징 없이 그대로 3.8리터급을 쓰고 있다. 하지만 최고 출력은 기존에 비해 20마력씩 증가해 540마력, 터보S는 580마력이 됐다.

출력을 높이기 위해 실린더 헤드의 형상을 바꿨고 흡배기 시스템을 개선했고, 분사 압력도 200바(기존 140바)까지 상승 시키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터빈의 직경도 터보가 56mm, 터보S는 58mm가 됐다. 무엇보다 최대 과급압력도 기존까지 1.0바였던 것을 1.2바까지 올렸다. 이전보다는 강하지만 여전히 과도하지 않게 억제하고 있다. 

▲ 포르쉐 911 터보S가 카얄라미 서킷을 달리고 있다

모든 가솔린 터보 중 포르쉐만이 갖고 있는 VTG(가변 터빈 지오메트리) 터보는 터보랙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고속에서도 힘을 이어가는 좋은 장비다.

이번에는 터보래그를 더욱 줄이기 위해 '다이나믹 부스트’가 추가됐다. 코너에서 스로틀 페달을 놓아도 스로틀 밸브를 닫지 않고 연료 분사만 정지시킨다는 개념이다. 운전자가 다시 스로틀 페달을 밟으면 터보 래그가 거의 나타나지 않은 상태로 다시 파워를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코너에서 가속페달을 어지간히 잘못 조작해도 실수하지 않고 그립과 출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포르쉐에 따르면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은 터보가 3초, 터보 S는 2.9초로 결국 3초의 벽을 깨뜨렸다. 최고 속도는 시속 330km에 달한다.

뉘르부르크링 기록은 7분 18초로 역대 최고로 빠른 포르쉐다. 이렇게 성능이 향상됐는데, 연비는 6%나 개선됐다니, 기술력에 대한 경탄을 떠나 이젠 좀 얄미울 지경이다. 

페이스리프트된 터보는 이미 국내서도 예약 주문을 받고 있다. 2억 남짓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슈퍼카다. 

 

 

 포르쉐 911이란 무엇인가

포르쉐 911 시리즈는 모두 일관된 운전감각을 갖고 있다. 엄청난 파워에도 불구하고 정교하게 제작된 섀시 기술로 인해 다루기 쉬운게 특징이다. 레이서들 사이에선 “다른 차에 돈들여 업그레이드 하는 것보다는 포르쉐를 사는게 훨씬 저렴하다”고 말한다. 세단을 레이스카로 만드는 노력보다 레이스카로 태어난 차를 사는게 여러모로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레이싱 DNA라는건 특별한 사람들에게 더 의미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레이스에만 적합한건 아니다. 이전보다 나아진 인테리어, 쓰기 쉬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매력적이다. 일상적으로, 고급스럽게 이용이 가능한 레이스카. 카레이스라는 꿈을 매일매일 성취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바로 포르쉐 스포츠카의 특징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