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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지금] 폭스바겐 파사트는 모두 중고차로 산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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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16  07: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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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올 하반기 폭스바겐 파사트 유럽형이 수입될 거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형 파사트와 유럽형이 같이 팔릴 수도 있는 상황이더군요. 유럽형 파사트는 고급스러운 대신 비싸고 조금 차체도 작죠. 반대로 미국형은 고급스러운 맛은 상대적으로 덜해도 차체가 크고 판매가격이 저렴합니다.

 

그런데 파사트 이야기를 할 때마다 저를 한동안 궁금하게 만든 게 있었습니다. 이 차가 독일에서 팔려나가는 과정이 좀 특이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오늘은 파사트를 통해서 본 독일만의(어쩌면 우리나라 자동차 판매 방식이 특이한 것일 수도) 자동차 판매 문화에 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폭스바겐 파사트, 법인 비중 91%

작년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상위 10개 모델의 판매 내용을 분석하면 재미있는 게 하나 눈에 띕니다. 바로 개인이 구매한 결과보다 회사에서 구매한 경우가 굉장히 높다는 점이었습니다. 작년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신차 TOP10의 판매 대수를 살펴보면 법인 판매가 약 70%에 달했습니다.

 

특히, 골프에 이어 2위를 차지한 폭스바겐 파사트의 경우는 더욱 심했습니다. 작년 판매된 총 9만7586대 중 91%가 넘는 8만9096대가 법인 판매였습니다. 대부분은 회사에서 샀다는 이야기인데요, 아무리 업무용이나 렌터카로 많이 사용된다 해도 그 비중이 상식 수준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요? 

# 부가세 상승, 그리고 합법적 변칙 등장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하나는 부가세,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대리점 구조입니다. 부가세는 독일의 경우 2007년부터 16%에서 19%로 그 비중이 높아졌죠. 부가세가 오르자 당장 자동차 판매가 줄었습니다.

자동차 대리점은 생존을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하는데요. 바로 자신들이 제조사로부터 차를 구입한 뒤 그 차를 다시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취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2007년 부가세 비율이 오르기 전과 오른 후 차량 개인 구매 비중과 회사 구매 비중이 역전을 하게 된 것이죠. 이게 왜 판매에 도움이 된 걸까요? 재미있는 예를 하나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실제로 누군가 자동차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궁금한 게 있어서 글을 씁니다. 저는 옥타비아를 살까 고민 중입니다. 그래서 얼마 전 스코다 매장에 들렸죠. 한창 차에 대해 영업사원과 얘기를 하다 제안을 받았습니다. 가격 할인을 충분히 해줄 테니 차량 등록을 일단 우리 회사 이름으로 하는 게 어떻겠냐고 묻는 겁니다. 물론 차는 출고 후 바로 제가 운전을 하는 것으로 하고 명의이전만 신차 등록 후 6개월이 지나서 하자는 게 조건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우리나라와 다른 자동차 대리점 구조

딜러가 사기꾼이 아닌가 의심되는 그런 내용이죠? 실제로 믿을 만한 딜러인가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답변이 있긴 했지만, 저런 제안 자체가 독일에서는 꽤 자주 있는 일입니다. 위의 경우 외에  하루나 이틀 정도 대리점 명의로 차를 구입한 뒤 바로 고객 명의로 바꾸기도 하는데 이를 타케스추라쑹(Tageszulassung)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말로 하면 '일일등록' 정도가 될 수 있겠네요. 결국 새 차이지만 내가 첫 번째 소유주가 아닌, 일종의 서류상 중고차를 구입하게 되는 겁니다.

이처럼 먼저 대리점이 먼저 회사 이름으로 차량을 구입한 뒤 이를 소비자에게 되파는 이유는 소비자 혜택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좀 더 크게 보면 고객만이 이익이 아니라 대리점과 제조사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점에서 점점 이런 방식이 비중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게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걸까요?

우선 독일에서 새 차를 사기 위해선 제조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대리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우리와 다를 게 없네요. 그런데 바로 이 대리점 구조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우선 대리점은 제조사와 계약을 맺게 되면 판매할 제조사 로고와 영업점을 운영하는 개인 브랜드를 함께 간판으로 걸 수 있습니다. 제 이름이 토마스이고 BMW와 계약을 했다면 'BMW 토마스 대리점'이라고 할 수 있다는 거죠. 

아예 BMW는 로고만 달고 고유한 대리점 이름으로만 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이런 대리점이 더 많지 않나 생각됩니다. 보통 이런 제조사와 대리점 관계를 독일에선 '파트너'라고 부르는데요. 따라서 대리점은 파트너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직영점의 영업사원들은 월급에 판매에 따른 수당을 받고, 파트너점(대리점)은 온전히 판매에 따른 리베이트를 제조사로부터 받게 됩니다. 그런데 독일 제조사들의 경우 대리점과 계약을 할 때 일 년에 몇 대를 판매해야 하는 조건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대리점은 제조사가 제시하는 가격 이하로는 차를 팔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경쟁은 치열하고 차는 팔아야겠는데 제조사와의 계약 조건이 있으니 고민스러울 겁니다. 바로 이때 대리점이 직접 제조사에게 차를 구매해서 신차 등록을 자신들의 이름으로 먼저 하는 것이죠. 제조사는 처음 신차 등록된 것만 따지기 때문에 그다음에 딜러가 얼마에 팔든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딜러가 구매한 차의 가격은 소비자와의 흥정을 통해 제조사가 제시한 수준 이하로 팔 수가 있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대리점만 손해가 아닌가 싶을 겁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 드렸듯이 대리점은 1년에 몇 대 이상을 팔아야 하는 조건이 걸려 있습니다. 이 조건을 넘어서면 그 다음에 차량을 제조사로부터 직접 구매할 때 가격 할인이 이뤄집니다. 소비자에게 할인을 많이 해줘서 당장은 손해인 것 같지만 1년 전체로 보면 할당량 이상을 팔았을 때 받게 되는 대리점의 이익이 훨씬 큽니다. 

따라서 이 전체 비용을 계산해 대리점들은 신차 몇% 할인해준다는 광고를 낼 수 있는 것이죠. 독일 자동차 잡지나 인터넷 자동차 사이트에 보면 신차임에도 20% 이상 할인(독일 자국차 수입차 구분 없이)을 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 차들이 다 경우에 해당되다 보면 됩니다. 

# 대리점 할인 알고 있는 제조사, 영업사원이 손해 안 보는 구조

미국의 경우도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지역 판매망에 제조사가 차를 제공하면 그 다음 매장에서 얼마에 팔리든, 금액은 전적으로 지역 딜러들의 결정에 따르게 됩니다. 독일처럼 일정량 이상을 팔면 제조사가 그 대리점에게 가격 인센티브 더해 주는지 등은 모르겠지만 독일은 이처럼 제조사로부터 얻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대리점들이 과감하게 이런 할인 경쟁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국산차 직영점은 할인이 없지만 대리점은 할인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국산차 대리점의 경우 대놓고 할인을 해줄 수도 있을뿐더러, 해준다 하더라도 영업사원이 자신의 수당 일부분을 되돌려 주는 경우 수준이기 때문에 큰 폭의 할인을 독일처럼 받을 수 없습니다. 

독일에서는 제조사들이 영업이익을 조금 줄이더라도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차가 많이 팔리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대리점이 얼마나 할인을 하든 상관을 하지 않고, 따라서 영업사원은 자신의 이익을 일정부분 포기하면서까지 차를 팔지 않아도 됩니다. 결과적으로 고객과 제조사, 그리고 대리점이 각각 만족할 만한 결과를 볼 수 있는 것이죠.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독일에서 파사트가 팔릴 땐 10대중 9대가 회사명의로 신차 등록이 이뤄집니다. 실제 업무용을 제외한 대부분 파사트가 대리점 명의로 등록돼 고객은 '서류상 중고차'를 구매하게 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혜택을 주더라도 목표량을 달성하면 대리점은 손해보지 않게 됩니다. 그러니 자신들 능력 안에서 원하는 만큼 할인을 할 수 있고 제조사는 간섭하지 않습니다. 이런 판매 구조 국내 도입이 시급해 보이는데, 쉽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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