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목숨은 평등해야 한다…내차만 에어백이 없다면?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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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19 12:22
[기자수첩] 목숨은 평등해야 한다…내차만 에어백이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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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의 자동차 충돌 안전 테스트를 지원하고 있는 ‘글로벌 NCAP’은 17일 인도에서 판매되고 있는 소형차의 전방 충돌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그동안 개발도상국의 자동차 안전 강화를 외쳤던 글로벌 NCAP은 이번 테스트를 통해 에어백의 유무가 탑승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증명했습니다.

인도를 비롯한 신흥 개발도상국에서는 아직도 에어백이 의무가 아닙니다. 에어백 뿐만 아니라 안전벨트, ABS 등이 의무가 아닌 곳도 있습니다. 자동차는 그야말로 상류층의 특권이고, 국민 대다수가 이륜차를 이동수단으로 삼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자동차의 안전 기준이 무척이나 취약합니다.

글로벌 NCAP은 이런 개발도상국의 안전 기준이 갖는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습니다. 이번 테스트도 자동차 회사의 자발적인 안전 강화를 위해 기획됐습니다.

글로벌 NCAP은 현재 인도에서 판매되고 있는 소형차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테스트에 사용된 현대차 이온, 르노 크위드, 마힌드라 스콜피오, 스즈키 마루티 등은 에어백이 기본으로 장착되지 않는 소형차입니다. 물론, 이외의 브랜드의 소형차도 에어백이 기본이 아닌 것은 마찬가지 입니다.

 

현대차 이온을 살펴보면, 인도에서 총 6개의 트림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중 에어백이 기본으로 장착되는 트림은 하나 뿐이며, 엔트리 모델은 옵션으로도 에어백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또 에어백은 운전석만 마련됐으며, 조수석이나 사이드 에어백은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르노, 마힌드라, 스즈키 등의 엔트리 모델도 옵션으로 에어백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글로벌 NCAP이 공개한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시속 64km의 속도로 장애물과 충돌했을때, 그 충격이 고스란히 실내로 전달됐습니다. 기본적인 차체 골격의 강성도 현저히 부족했지만, 에어백이 없는 상황에서 운전자의 머리와 가슴이 그대로 스티어링휠과 부딪혔습니다. 하나같이 운전자에게 치명적인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결국, 에어백이 장착되지 않은 소형차는 이번 전방 충돌 테스트에서 단 하나의 별점도 받지 못했습니다. 

글로벌 NCAP은 별도로 에어백이 장착된 르노 크위드도 전방 충돌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에어백을 통해 머리를 온전히 보호할 수 있었지만, 엔진룸이 뒤로 밀리면서 결국엔 스티어링휠이 가슴 부위를 압박했습니다. 에어백이 장착된 크위드 역시 단 하나의 별도 받지 못했습니다.

 

사실 인도에선 오토바이를 대신해주는 초소형차의 가격이 몹시 저렴합니다. 한화로 500만원 정도면 충돌 테스트에 등장하는 차를 살 수 있습니다. 에어백은 물론이고, 왼쪽 사이드미러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뜩이나 작은 차에 안전장비가 부족하다보니, 인도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우리나라의 한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약 4천명 정도입니다. 이것도 해마다 사망자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인도는 한해에 무려 10만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전세계 사망자 수의 약 10%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NCAP는 “전면 에어백은 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장비”라며 “UN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동차 안전기준 국제표준을 엄수하고 있는 확인하고, 에어백 기본 장착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자동차 가격이 극히 저렴한 인도 시장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는 소비자들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습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필수적인 안전 장비부터 빼버리는 것은 ‘반인도주의적’이라고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비단 인도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자동차 충돌 안전 테스트와 관련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비교적 규제가 수월한 부분이 있습니다. 제조사는 굳이 정해놓은 선을 넘으려 하지 않습니다. 국산차 업체는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 더 철저한 안전 기준을 가진 차를 수출하고, 수입차 업체는 우리나라 충돌 안전 테스트에 필요없는 안전 장비를 빼버리고 수입합니다. 

자동차에 있어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저렴한 차를 탄다는 이유로, 또 허술한 법규 때문에 일부 운전자들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합당하지 않습니다. 법규를 지키는 것도 모습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사람의 생명을 더 중요시 여기는 숭고한 정신이 자동차 제조사에게 더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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