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오늘 사고를 당한다면, 어떤 차를 타야할까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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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5.27 23:43
[기자수첩] 오늘 사고를 당한다면, 어떤 차를 타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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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당한 사람 누구라도 자신이 오늘 교통 사고를 당한다는건 알지 못했을 것이다. 큰 사고가 안나면 다행이지만 OECD 국가 중 교통사고 사망률 1위 국가에 살면서 낙천적인 생각만 해서는 안되겠다. 500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이 다치는 최악의 재난이 매달 벌어지기 때문이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생각해보자. 잠시후 반드시 대형 교통 사고가 난다면, 그래서 죽거나 다칠게 분명하다면 어떨까. 대체 어떤 차에 타고 있는게 좋을까.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고 수준 안전등급을 획득했다고 말해왔다. 충돌 안전성에서 매우 정확하게 1등급을 받았단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그동안 현대차의 안전성이 세계 최고 차종들과 똑같은 수준이거나 월등하다고 철썩 같이 믿었다.

그런데 지난해 미국 고속도로 보험협회(IIHS)에서 ‘스몰오버랩’이라는 새 시험을 추가하자마자 받아온건 최하위 점수(poor)였다. 그동안 충돌 시험에 최적화 된 차만 만들어왔다는 방증인 셈이다. 그러나 사고는 충돌 시험 규칙대로 발생하지 않는다. 이번에 현대차가 구조를 바꿔 극복했다는 이 테스트도 모든 사고상황을 재현 하는 것은 아니다. 

▲ 현대 투싼 2014년형의 스몰오버랩 테스트 결과. 사이드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으며 최하등급(poor)를 받았다.

새로 나온 기아 카니발도 마찬가지다. 현재 나온 모든 충돌안전성 시험은 통과하도록 만들었겠지만 시험이 비껴간 곳에는 안전 문제가 산적했다.

우선 기존 카니발 시트는 각 열이 3:3:3 배열이었지만 신형은 2:2:2:3으로 배치가 바뀐점이 눈에 띈다. "1열에 3점식 벨트가 의무화되면서 가운데 좌석을 제거했으며 4열까지 만들어 넣었다"는게 기아차의 공식 답변. 둘째 좌석부터는 3점식 벨트가 의무가 아니니 첫번째 있던 가운데 좌석을 뒤로 뺐다는 뜻이다.

그러나 4열은 뒷문에 맞닿아있어 후방 추돌에 대응할 공간이 전혀 없고, 측면 에어백도 없는 위태로운 공간이다. 정부의 안전 규제는 더 많은 승객이 3점식 벨트를 매도록 해서 안전한 좌석을 늘리려는 것이었을텐데, 기아차는 이를 무력화 시키고 오히려 위험한 좌석을 더 늘린면이 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2, 3열 중간시트에는 헤드레스트가 없고 3점식 벨트도 없어 후방추돌에 취약하지만 우리나라엔 중간석 후방추돌 시험이 없기 때문에 법규상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게 현대기아차 공식 입장이다.  

한 현대차 임원은 지난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전은 세계적으로 이미 상향 평준화 됐다"면서 "볼보가 소비자들이 신경쓰지 않는 안전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망한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건 임원 한명의 생각이 아니라 현대차 전체에 퍼진 생각이며, 심지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안전불감증의 발현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정부가 제시한 기준만 넘어서면 되고 그외의 안전에 대해 강조하는건 그저 노파심이나 호들갑 정도라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 볼보 XC90의 스몰오버랩 테스트 결과. 최고등급(Good)을 받았다.

27일 볼보 시승행사장에서 파워트레인 개발 프로젝트 책임자인 요르겐 브린네(Jörgen Brynne)을 만나 현대차 임원의 말을 전했다. 그러자 그는 기막힌 답을 했다.

"우리는 안전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전은 언제나 최고 우선 순위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면서 "거기 더해 성능과 드라이빙의 재미까지 갖추는게 우리의 목표였고, 그걸 달성했다”고 했다. 또 “(정부의) 안전 기준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우리는 생명을 소중히 하는 기업인 만큼 설령 정부 안전 기준이 바닥에 있다고 해도 천장을 뚫을 정도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미국 IIHS는 볼보 XC90의 스몰 오버랩 테스트를 한 결과 이 차가 당시까지 나온 SUV 중 최고 점수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 차는 무려 12년 전에 출시된 차다. 당시는 스몰오버랩이라는 테스트를 고려조차 하기 전이었고, 이 정도 안전 수준까지 차를 만드는건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보는 막대한 비용을 써서 테스트도 없는 부위 안전성까지 확보했다. 정부 기준을 넘기기 위한게 아니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건 기술력이 아니라 철학의 문제다. 

현대차 임직원들은 오늘 사고가 날게 분명하다면 어떤 차에 타고 싶은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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