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판매 급감, 잔치는 끝났다?…제 값주고 수입차 안 사는 까닭
  • 전승용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6.05.09 14:42
수입차 판매 급감, 잔치는 끝났다?…제 값주고 수입차 안 사는 까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입차 성장세가 점점 줄더니 결국 전년보다 못한 실적을 기록했다. 벌써부터 수입차 잔치가 끝난게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등록대수는 1만7845대다. 전월보다 25.9% 떨어진 것으로, 전년과 비교해도 2.0% 감소했다. 덕분에 1~4월 누적 등록대수도 7만3844대로 4.3% 줄었다.

수입차 시장은 2010년부터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0년 무려 48.5% 늘어난 9만562대가 팔렸으며, 2011년에는 16.0% 성장하며 10만대를 돌파했다. 특히, 2012년 24.6%, 2013년 19.6%, 2014년 25.5% 등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했으며, 작년에는 24.2% 증가한 24만3900대로 수입차 20만대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크게 위축됐다. 1월에는 1만6234대로 전년 대비 18.5% 감소했으며, 2월에도 1만5671대로 6.5% 줄었다. 3월에는 2만4094대로 8.1% 증가하기도 했지만, 지난달 다시 2.0% 떨어졌다.

하락세는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서는 지난해 올해 수입차 시장 성장이 위축될거라 예측하면서도 8.5% 성장을 내다봤다. 수입차는 국산차에 비해 신차 출시 등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20% 이상 성장 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30여개에 달하는 브랜드가 매년 수십종의 신차를 쏟아내니 당분간은 든든할 것이란 의견이었다.

현실은 달랐다. 그나마 1~2월은 연말 기저효과와 영업일수 부족이라는 핑계라도 있었지만, 지난달은 별다른 원인을 찾기 힘들다. 이대로라면 목표치는커녕 2009년 이후 7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 2015년 수입차 판매량 TOP10

# 수입차 인기가 하락하는 까닭

매스컴을 통해 지적되는 가장 큰 원인은 법인차량의 규제 등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지나친 판매 경쟁이 불러온 역효과라고 지적했다. 몸집을 불리기 위한 양적 성장에 집중한 나머지, 내실을 다지는데 소홀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수입차 업계의 파격적 프로모션으로 판매량은 늘었지만, 이제 아무도 제 값 주고 수입차를 사려 하지 않는다"면서 "무리한 할인 경쟁이 결국 제 살 깎아먹기로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실제 수입차 업체들은 가격 정책이 가장 큰 문제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이미 공식, 비공식적인 할인을 제공한다. 할인에 보수적이라던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마저 요즘은 일부 차종에 1000만원 넘는 할인을 제공한다. 

이런 할인 정책은 시장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수입차 업체들은 할인을 감안해 처음부터 가격을 높여 내놓는게 관행처럼 됐다. 할인한 가격을 공개하면 '프리미엄 이미지를 깎아먹는다'면서 비공식적인 할인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는 '먼저 산 사람들을 바보 만드는' 피해로 이어졌다. 언제 누구에게 사느냐에 따라 수백에서 수천만원까지 가격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신차가 나오더라도 곧 이어질 할인을 기다리는 소비자들로 인해 신차효과를 누리기 힘든 상황이 됐다.

할인 폭이 커지면서 신차 가격이 중고차 가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 역전 현상도 비일비재하다. 이같은 이유로 중고차 시장이 무너지고, 차량 가격에 대한 재산가치 개념이 줄어든게 수입차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수입차에서 남발하는 리스 프로모션이 제 발등을 찧었다는 분석도 있다. 대부분 리스 프로그램이 구입할 때 눈 앞의 부담만 줄이거나 오히려 '리스피'라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돌려줬지만 이후 눈에 띄지 않게 돈을 회수하는 고이율 구조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초기의 적은 부담만 믿고 빚더미에 올라 카푸어가 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높은 사고 수리비는 물론 서비스 보증이 끝나는 3년이 지나면 유지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사후 수리에 대한 불만도 많다. 늘어나는 판매량에 비해 센터 및 워크베이의 수는 턱없이 부족한데, 국산차에 비해 가격도 비싸고 수리 기간도 오래 걸려 불편한 상황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몇년간 국내 수입차 시장은 '가격을 깎더라도 판매량만 늘리면 된다'는 비정상적인 성장세를 보였다"면서 "덕분에 법인차 규제 등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한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