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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국 자동차 시장, “전혀 우습지 않다. 이젠 위협적이다”
베이징=김한용 기자  |  hy.kim@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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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28  15: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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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 보니 듣던 것과 전혀 다르다. 중국 자동차 업계의 성장 기세는 전혀 줄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거세진 느낌도 든다. 시장이 커지는 속도는 약간 줄었다지만, 질적인 면에서 더 고급화 되고 독자적인 방향까지 제대로 찾아가고 있다.

 

지난해 성장이 다소 둔화된 중국 자동차 시장을 놓고 온갖 말이 오간다. 2016 베이징모터쇼는 그래서 중요하다. 말하자면 시장 성장세가 잠시 '잠든 것'인지, 혹은 '죽은 것'인지를 놓고 많은 이들이 설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하이발 경제 쇼크로 인해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했던 사실이나 당시 ‘버블 붕괴론’이 쏟아진 것도 사실이다.

세계 제조사의 브랜드는 거의 모두 중국 시장에 등장했고, 주요 브랜드는 당연히 중국내 생산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상당수 브랜드들의 하락 실적 발표때면 어김없이 중국 시장의 침체로 인해 영업이익 손실이 있었다는 식의 멘트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기도 했다. 

전년 판매가 하락한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시장이 이미 포화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내놓는다. 그러나 이곳 분위기는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중국 시장은 아직 멀었고 여전히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 중국의 성장, “단단히 다지고 오른다”

중국의 지난해 자동차 판매대수는 4.7% 성장한 2460만대로 1784만대 수준인 미국을 압도하는 시장이 됐다. 선진 시장의 대표격인 독일은 353만대로 1/7 수준이고, 세계 10위 시장이라는 한국은 183만대 수준으로 말하자면 중국안에 한국 시장이 13개 이상 있다고 보면 이해가 쉽겠다.

다시 말해 중국의 ‘성장 둔화’란 실제로 침체 됐다는 뜻이 아니라 한때 두자리수로 성장하던 대신 한자리수 성장을 보였다는 의미, 더구나 지난해 유별났던 선진 자동차 시장들의 회복세에 못미쳤다는 점을 가리키는 것이다. 낙관적인 호사가들 눈에는 어떨지 몰라도 중국 또한 절대수로 큰 성장을 했다는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가장 중점적으로 살필 부분은 인구당 보급률이다. 1000명당 차량 보유대수는 미국이 약 800대, 일본은 약 600대, 한국은 500대 정도인데 비해 중국은 약 130대로 아직 충분한 발전 여력이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시장은 큰 폭으로 변화되고 있다. 초기엔 소형 세단이 주로 팔렸지만 몇해전부터는 SUV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됐다. 특히 소형 SUV는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계약 후 몇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수요 증가가 거세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이곳은 폐기될 낡은 생산설비를 가져다가 다시 생산해 파는 이른바 '싸구려 차' 시장이었는데, 이젠 SUV와 고급세단 위주로 시장이 재편됐다. 값비싼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같은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증가한다는 점도 놀랍다. 이같은 움직임들로 인해 장차 중국에 진출한 업체들의 수익성도 점차 나아질 가능성이 내비쳐진다. 

# 이상주의적인 현대차, 현실적인 기아차, 르노삼성차

최근 중국 시장에선 SUV가 큰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현대자동차는 재작년 초소형 SUV, ix25 이후 SUV 신차를 내놓지 않았다.

이번 모터쇼에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카와 아이오닉 플러그인을 내놨는데, 중국에선 기본 하이브리드카의 지원금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이런 스타일의 해치백 소형 자동차는 단 한번도 성공한 점이 없다는 점, 또 이 정도 구입 여력이 있는 중국 소비자는 연비에 그리 신경쓰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이래저래 잘 팔릴 가능성이 희박하다. 

맥을 못추는 프리우스에 앞서 세계 최고 수준의 하이브리드카를 중국에 선점 보급한다는 전략이라지만,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이어서 좀 우려가 될 정도다.

 

다행히 이와 함께 베르나(국내명 엑센트) 신형 콘셉트카를 내놨는데 양산모델을 내놔야 할 시점에 등장해서 조금 김을 빠진 모양새다. 하지만 중국에서 인기있는 차급인데다 디자인 등에서 호평을 받으며 준수한 출발을 하는 모습이다. 신형 베르나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만 생산되고 한국에는 판매할 계획이 없다. 한때 한국에 신형 모델을, 중국엔 구형을 내놨지만 이제는 상황이 역전된 격이다. 국내 시장에서 명맥만 잇고 있는 정도던 엑센트는 이 차 이후 자연스럽게 단종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기아차는 이번 모터쇼에 소형 SUV 니로를 내놓으면서 이곳 시장 흐름을 탈 뿐 아니라 중국 정부의 친환경 전략에도 부응하고 있다. 기아차는 모터쇼에 K2, K3, K4, K5, K7, K9 등 K시리즈를 가득 채워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KX5(스포티지)와 중국 전용 초소형 SUV 모델인 KX3까지 갖추는 등 역시 국내 시장보다 중국에 훨씬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르노부스에는 르노삼성이 부산에서 만든 신형 꼴레오스가 등장했다. 르노가 뒤늦게 진출한 중국 공장은 아직 생산이 개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이 만들어 수출해온 '닛산 로그'의 플랫폼을 공유하는 만큼 부산 공장에서 먼저 시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신형 꼴레오스는 국내에서도 QM5의 후속이 되겠지만 디자인이 크고 화려해 중국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이보다 약간 작은 카자르(Kadjar), 캡처(국내명 QM3) 등도 함께 내놨다. SUV의 인기가 높은 만큼 중국인들이 대,중,소 분류와 디자인, 가격에 따라 다양하게 골라탈 수 있도록 한 셈이다. 

# 중국 자동차는 한국, 일본, 독일차까지 위협하게 될까

기존까지는 글로벌기업이라 하더라도 본래의 터전에서 성공하면서 차근차근 각국 지사를 늘려가는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너무나 화끈해 그 본거지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 언론들도 다양한 추정들을 쏟아냈던 화제의 전기 슈퍼카 제조사 ‘패러데이퓨처(FF)’의 경우 공장과 디자인센터는 미국에, 연구소는 독일에 있다. 디자이너는 아우디와 BMW를 거친 한국계 미국인 리처드김이고, 엔지니어 겸 부사장인 샘닉슨은 전기차 경쟁사 테슬라를 창업한 멤버다. 돈을 대는게 어느 나라 기업인지 굳이 알리진 않지만 LeECO(전 LeTV)라는게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쉬쉬해도 사실상 중국 기업인 셈이다. 

산뜻하게 변모한 볼보, 최근 북유럽풍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지만 결국 중국 회사다. 중국 질리 자동차가 인수한 볼보는 비록 스웨덴 연구 센터의 의지로 움직인다고는 하지만 질리는 2012년 상하이에 볼보 디자인센터를 설립하고 중국 시장에 맞는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있다. 그 협업의 결과가 최근의 초호화 볼보다. 스웨덴의 근검한 디자인과 중국의 사치스러운 성향이 결합해 만들어낸 동서양의 융합이다. 

푸조 시트로엥도 중국 등펑자동차가 지분을 사들인 후 시트로엥로부터 DS를 분사시켜 한층 럭셔리한 DS모터스라는 새 브랜치를 만들기도 했다. 중국인들이 자동변속기를 좋아한다는 점을 들어 전 라인업에 MCP(반자동변속기)가 아닌 자동변속기로 변경되는 일도 있었다. 중국인들이 참여해 아시아와 북미 시장 경쟁력을 높인 셈이다.

 

이탈리아의 디토마소(de Tomaso), 독일의 굼페르트(Gumpert) 같이 최근 파산한 고성능 슈퍼카 메이커는 물론 거의 100년전에 설립돼 이미 60년전에 파산해 껍데기 뿐인 독일 제조사 보그워드(Borgward)도 모두 중국인들이 사들여 부활 시켰다.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역사를 갖고 있는 회사는 모두 수집 대상이다. 중국의 프리미엄 소비자들은 역사와 전통을 매우 중시하는데, 품질이나 기술은 노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지만 역사는 아무리 노력해도 만들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몇년전만 해도 자동차 기자들은 농담조로 ‘중국 모터쇼가 세계에서 제일 재미있다’고 했다. 너무 허름해 도저히 자동차라고 볼 수 없는 물건들을 내놓기도 하고, 괴상하고 황당한 물건들도 끝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굴러가는게 용하다 싶은 자동차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번 중국 모터쇼를 보면 더 이상 누구도 감히 웃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 제조사들을 위협할만한 훌륭한 자동차들을 쏟아내고 있어 약간의 공포감마저 느껴진다. 더구나 그 차들을 구입할 소비자들은 헤아릴 수도 없이 줄 서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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