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앞선 도요타, '자동차 넘어 미래를 만들다'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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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2.02 19:31
한발 앞선 도요타, '자동차 넘어 미래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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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넘어 미래를 만들다'

지난 20일 일본에서 열린 '2013 도쿄모터쇼'에서 도요타는 확실히 한 발짝 앞선 모습을 보여줬다. 대부분의 제조사들은 새롭게 공개한 자동차와 이에 적용된 신기술과 디자인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지만, 도요타는 자동차가 만들어가는 미래의 모습을 그리며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더 좋은 차'를 이야기했다. 

▲ '2013 도쿄모터쇼'에서 도요타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는 카토 미츠히사 부사장. 새롭게 공개한 차량 설명보다는 주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더 좋은 차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물론 도요타도 미래 자동차를 3단계로 나눠 개발해 이번 모터쇼에 공개했다. 아이로드·콤스·윙렛 등의 작고 가벼운 전기차는 도심용 근거리 이동 수단으로, FCV 콘셉트와 같은 수소연료전지차는 장거리 이동 수단으로 사용한다. 현재의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중거리 이동수단으로서 전기차와 수소차의 간극을 매꿔주는 역할을 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것은 도요타가 그리는 미래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도요타는 새로운 자동차와 함께 그 자동차로 만들 수 있는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렸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차를 단순히 사람을 운반하는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전체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환경' 자체를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 메가웹, 인터섹트…'일상을 파고들다'

최근 일본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젊은 사람들이 차를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대중교통이 워낙 잘 발달해있어 자동차를 사야 할 필요성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면서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자동차를 사기는커녕 운전면허도 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메가웹 입구에 들어서자 캐릭터 자동차가 반겼다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일본에서 젊은 세대의 자동차 구매의사가 줄어든다는 것은 앞으로의 내수시장 축소를 의미한다. 이에 도요타는 일상생활에서 어린아이부터 젊은 세대들이 자동차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도쿄 오다이바에 위치한 도요타 메가웹은 지난 1999년 3월에 오픈한 자동차 테마파크다. '보고, 타고, 느끼는' 것을 콘셉트로 도요타 자동차 전시·시승뿐 아니라 레이싱 카트 체험, 세계 각국의 클래식카 등이 전시됐으며, 대형 관람차를 비롯해 다양한 오락시설을 갖췄다. 남녀노소 누구나 자동차에 대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해 개장 이후 8000만명 이상이 방문한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 중고등학생들이 그란투리스모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메가웹을 방문해보니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걸어 다니는 모습을 손쉽게 볼 수 있었다. 전시장 입구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꾸며진 다양한 모델들이 전시돼 있다. 2층에는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모여 잔뜩 집중한 표정으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인 그란투리스모를 하고 있었다. 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레이싱카 관련 부스도 인기가 높았다. 데이트하는 연인들은 전시된 클래식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전시관 사이에 있는 대관람차를 타기 위해 이동했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동차와 친근해질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 일본의 청담동이라 불리는 도쿄 아오야마에 연 '인터섹트 바이 렉서스'

도요타가 지난 8월, 일본의 청담동이라 불리는 도쿄 아오야마에 개장한 '인터섹트 바이 렉서스'도 마찬가지다. 인터섹트는 도요타가 새롭게 시작하는 렉서스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의 일환으로, 단순한 자동차 전시장이 아니라 렉서스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럭셔리 문화 공간으로 꾸며졌다. 

▲ 렉서스 인터섹트

인터섹트에는 최고급 커피를 제공하는 카페와 함께 렉서스의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음식·신발·의류·가방 등 다양한 아이템이 전시됐다. 프리미엄 브랜드 구매자는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물건을 사기 때문에 이에 적합한 연결 고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요타 측은 인터섹트를 통해 렉서스를 사는 것의 가치는 무엇인지, 렉서스와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할 것이라 밝혔다.  

◆ 히로세 공장…자동차 기술을 로봇에 적용

지난 1989년 3월 첫 가동을 시작한 도요타 히로세 공장은 도요타의 12개 생산거점 중 하나로, 도요타 자동차에 장착되는 ABS,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 속도 측정계, 내비게이션 등 전자제어 부품의 연구개발과 생산을 담당하는 곳이다.  

▲ 도요타 히로세 공장. 입구에서 로봇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맞이했다

최근 히로세 공장에서는 자동차의 첨단 기술을 로봇에 이용해 민간부문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미래 자동차의 기술 향상과 고령화 사회의 대책으로서 로봇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히로세 공장에 들어서니 로봇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손님을 맞았다. 군데군데 연결음이 썩 매끄럽지는 않지만, 나름 완성도 높은 연주를 들려줬다. 이어 다리가 불편한 사람을 위해 개발된 '독립 보행 보조 로봇', 사람의 팔처럼 정확하고 다양하게 움직이는 '토크 서보', 간단한 집안일을 도와주는 '인간 지원 로봇', 차세대 이동 수단인 '윙글렛'에 대한 설명이 진행됐다. 도요타 측은 현재 개발된 기술들을 양산해 판매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 사람의 팔처럼 정확하고 다양하게 움직이는 '토크 서보'

도요타 한 관계자는 "자동차의 최종 단계가 자율주행자동차라면, 반드시 로봇 기술이 필요할 것"이라며 "또, 로봇 개발은 고령화 사회에 늘어나는 노인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기술"이라 밝혔다.

◆ 스마트 모빌리티…다양한 미래 주행 기술 선보여 

도요타는 이번 모터쇼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시티 2013’ 전시관을 만들고 미래 자동차의 새로운 모습을 포괄적으로 제시했다. 

▲ 도요타가 '2013 도쿄모터쇼'에서 스마트 모빌리티를 선보였다

도요타의 차세대 운송 시스템인 ‘하모(Ha:mo)’는 일종의 도심형 카쉐어링 시스템으로, 대중교통과 자가용을 연결시켜 도심 근거리 이동을 초소형 전기차로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모델은 개인용 모빌리티 콘셉트인 ‘아이로드’와 초소형 1인 전기차인 ‘콤스', 개인용 이동 보조 로봇 '윙렛' 등 3가지다.

또, 운전자와 자동차·주변 환경을 연결시켜 안전한 주행을 돕는 '협력적 지능형 이동 시스템', 앞차와의 통신을 통한 가·감속을 조정하는 '협력-조정형 크루즈 컨트롤', 카메라로 차선을 인식해 자동으로 스티어링 휠을 움직이는 '차선 추적 컨트롤' 등의 신기술도 공개했다. 

▲ 도요타가 만든 도심형 근거리 이동 전기차

여기에 '빅 데이터 교통 정보 서비스'로 대규모 운전 데이터(차량 위치, 속도나 다른 통계 자료 포함)를 수집해 교통 흐름을 개선할 수 있게 했으며, 도요타 스마트센터를 통한 '음성 인식 에이전트'와 교통 혼잡을 피할 수 있는 '스마트 G-북(book)' 등도 선보였다. 차와 사람과 도시가 거대한 하나의 유기체로 연결돼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면서 더욱 편리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에코풀타운…도요타가 만든 미래의 친환경 마을

▲ 도요타 에코풀타운에 있는 스마트하우스

도요타가 도요타시 중심인 모토시로쪼에 만든 에코풀타운(Ecoful Town)은 미래 도시의 모습을 예측해 재현한 친환경 마을이다. 비록 0.7ha(7000㎡)에 불과한 작은 공간이지만 도심형 전기차인 콤스가 다니고, 수소충전소에서는 수소연료전지차가 충전을 하고 있다. 

▲ 수소충전소에서 수소연료전지차가 충전을 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는 지어진 스마트하우스는 도요타가 추구하는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이 집약됐다. 지붕에 설치된 태양열 패널을 통해 가정 내 난방과 냉방, 가전제품 등을 사용하는 전기를 만들어낸다. 마당과 주차장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와 도심형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햇빛이 강한 시간에 모은 전기는 스마트하우스 뒤편에 설치된 대용량 축전지에 모아놓고 충전할 수 없을 때 사용할 수 있다.

또, 스마트하우스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와 수소연료전지차를 이용해 가정용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도요타 측은 현재 개발된 수소차를 이용하면 일반 가정에서 5일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확보할 수 있어 각종 응급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도요타 아키오 대표. 취임 이후 잇단 악재를 겪었으나 여전히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자'를 강조했다.

도요타는 아키오 사장 취임 이래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자'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자동차의 기술과 디자인을 향상시킨다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로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를 위해 노력하자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도요타는 최근 몇년간 대규모 리콜 사태, 동일본 대지진, 리먼 사태 등 최악의 시련을 겪었다. 그 누구보다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고, 어려움 속에서도 이미 상당 부분을 실행해 나가고 있다. 이는 도요타가 한발 앞서 걸어나갈 수 있는 이유며, 다른 업체에서도 반드시 배워야 할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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