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슈퍼카 LFA 시승기…'후지스피드웨이를 달리다'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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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1.27 10:06
렉서스 슈퍼카 LFA 시승기…'후지스피드웨이를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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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대 한정 생산된 렉서스 LFA를 타고 후지스피드웨이를 달린 것은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행운이었다. 단언컨대 한국 사람 중에서는 이번 행사에 초대받은 5명의 기자밖에 없었을 테니 말이다.  

도요타는 지난 18일, 세계 각국의 자동차 기자들을 초대해 시즈오카 현에 위치한 후지스피드웨이에서 렉서스의 고성능 모델을 시승할 수 있는 '렉서스 퍼포먼스 모델 테스트 드라이브'를 진행했다. 준비된 모델은 IS F, LFA, IS F를 레이싱카로 개조한 CCS-R 등 세 가지였다.

▲ 렉서스 퍼포먼스 모델 테스트 드라이브 행사가 후지스피드웨이에서 열렸다

렉서스가 만들면 슈퍼카도 편안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처럼 으르렁거리지만 운전자가 쉽게 지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도 갖췄다. 람보르기니와 페라리 등 500마력이 넘는 슈퍼카들은 오래 운전하면 불편한 감이 있는데, LFA는 이들과 분명히 달랐다. 굳이 서킷만 달리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편안하게 탈 수 있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지향한 듯했다. 

이에 대해 LFA 치프 엔지니어인 타나하시 하루히코는 "엔지니어들에게 더 좋은 소리, 더 반응성 좋은 엔진을 만들라는 주문은 했지만 운전하기 편하게 만들라고 강조하지는 않았다"면서 "그러나 LFA는 그동안 렉서스 모델을 개발한 엔지니어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정숙함과 편안함이 강점인 렉서스의 DNA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다"고 밝혔다. 

◆ 처음 달려본 후지스피드웨이…1.5km 직선 구간 인상적

먼저 LFA를 타고 후지스피드웨이를 천천히 돌며 서킷을 파악했다. 도요타가 소유하고 있는 후지스피드웨이는 지난 1963년에 후지스피드웨이사가 건설한 것으로, 후지산이 보이는 구릉 지대에 위치했다. 총 길이는 4563m로 1475m에 달하는 직선 구간을 비롯해 대회전 코너와 헤어핀, 시케인 등 16개의 다양한 코너로 구성돼 자동차의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며 주행하기에 적합한 서킷이다.

▲ 후지스피드웨이 조감도

후지스피드웨이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인 '그란투리스모'로 여러번 달려본 경험이 있어 쉽게 적응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571마력을 뿜어내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타고 실제로 주행해보니 예상했던 것과 달리 머릿속이 하얗게 돼 당장 코스 익히기에도 급했다. 처음 타보는 차여서 익숙하지 않은 점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코너의 휘어짐이 가팔랐고 굽이진 코너가 연달아 이어졌다. 욕심을 내 속도를 높이면 언더스티어가 났고, 속도를 너무 줄이면 탈출하는 속도가 너무 느려져 답답했다. 이 좋은 차를 이렇게밖에 타지 못하냐는 자괴감도 들 정도였다.    

▲ IS F를 레이싱카로 개조한 CCS-R도 주행했다

그러나 천천히 서킷을 돌며 동승한 인스트럭터의 설명을 들으니 머릿속으로 나름대로의 레코드라인을 그릴 수 있었다. 서킷 파악이 끝나고 본격적인 시승이 시작됐는데, 운이 좋게도 IS F, LFA, CCS-R 등 서킷 주행 성능이 우수한 순서대로 탈 수 있었다. 시승은 각 모델을 타고 후지스피드웨이 서킷을 3바퀴씩 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 IS F의 경쾌한 움직임...신형 모델 기대돼

먼저 IS F. 이 차는 국내에 판매되는 렉서스 중 유일한 고성능 스포츠 모델이다. 이미 국내에서 시승해 본 경험이 있고, 불과 몇 분 전에 탄 LFA의 강렬함이 지워지지 않은 상태여서 큰 감동은 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동을 걸자 낮게 깔린 엔진음과 차체의 묘한 떨림이 몸으로 전해지며 LFA와는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 렉서스 IS F. 곧 신형 모델이 출시된다

IS F도 절대 우습게 볼 차는 아니었다. 작은 차체에 5.0리터급 V8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423마력, 최대토크 51.5kg·m의 강력한 동력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속에서는 웅웅거리는 저음이, 중고속에서는 웽웽거리는 날카로운 고음이, 고속에서는 강렬한 기계음이 귀를 자극했다. 제원표에 써있는 숫자로는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서킷이 익숙해지니 조금 더 과감하게 코스를 공략할 수 있었다. 예상보다 핸들과 차의 움직임이 경쾌해 굽이진 코너를 능숙하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직선 구간에서도 손쉽게 시속 200km까지 밀어붙힐 정도로 가속력이 우수했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는 확실히 멈췄다. LFA 치프 엔지니어에 따르면 IS F의 후속 모델도 곧 출시될 예정이라고 하니 새삼 기대가 됐다. 

◆ LFA, 렉서스가 만들면 슈퍼카도 편하다

▲ 렉서스 LFA를 타고 후지스피드웨이를 달렸다

IS F로 코스 적응을 완료한 후 LFA에 올랐다. 처음 탔을 때보다 한결 여유가 생겨 비로소 차의 실내와 주변 환경을 살펴볼 수 있었다. LFA는 다른 슈퍼카에 비해 실내가 단순하게 디자인됐는데, 달리는 것에 모든 기능을 집중한 듯했다. 페달은 바닥과 수직에 가깝게 서 있는데, 차와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발끝을 더욱 정확하게 이어주려는 의도다. 주행모드 변경 버튼도 스티어링을 잡은 손을 뻗어 편하게 조작할 수 있는 곳에 위치했다.

▲ 운전대를 잡은 손을 조금만 뻗어도 주행모드를 변경할 수 있게 했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자마자 신경질적인 엔진 사운드가 귀를 자극했다. 초반에 저음이었던 IS F와는 확연히 다른 매력이 풍겨 나온다. 피트 규정 속도인 60km/h 이하로 주행하는데도 카랑카랑한 고음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첫 바퀴부터 과감하게 달렸다. 서킷에 익숙해지고 나니 비로소 LFA의 성능이 몸으로 느껴졌는데, 전체적인 차체 밸런스와 핸들의 조화가 매우 뛰어났다. 빠른 속도로 코너에 진입해도 언더스티어 없이 차체를 잘 잡아주며 무게중심을 안정적으로 이어갔다. 재가속 구간에서도 회전계 바늘이 순식간에 레드존으로 치달아 잠시의 여유도 없이 계속 업시프트를 해야 했다. 다만, 패들시프트가 고정식이어서 스티어링휠과 함께 움직이지 않는 점은 아쉬웠는데, 익숙치 않아 코너를 돌 때 손과 패들시프트의 위치가 어긋나 변속 타이밍이 조금씩 늦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 시동 버튼이 스티어링휠에 장착됐다

마지막 코너를 빠져나오며 맞이한 1.475km 직선 구간. 일부러 차의 속도를 줄인 다음 풀가속을 시도했다. 속도계와 회전계가 빠르게 움직이며 눈 깜짝할 사이에 시속 250km에 도달한다.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7000rpm 지점에서 패들시프트로 업시프트를 했는데, 으르렁거리는 사운드와 함께 강렬한 충격이 사정없이 심장을 때렸다. LFA에는 개발 당시 레이싱 머신에 주로 사용됐던 싱글 클러치 방식의 시퀀셜 변속기가 장착됐기 때문인데, 이 변속기는 조작성이 우수하지만 변속 충격이 큰 편이다. LFA에 탑재된 4.8리터급 V10 엔진이 내는 571마력과 48.9kg·m의 토크를 모조리 뽑아내는 듯했다. 최고속도는 시속 320km인데, 후지스피드웨이에서는 약 270km까지 낼 수 있었다.  

▲ 렉서스 LFA의 실내는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럽게 꾸며졌다

직선구간이 끝나며 속도를 줄이며 이어지는 코너를 대비했다. 제동 성능이 초반에 몰려있는 것이 아니라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정도에 따라 멈추는 힘이 적절히 분배돼 급제동할 때도 안정적으로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천천히 감속을 하며 다운시프트를 하니, 회전수를 6000~7000rpm로 유지하며 리드미컬하게 속도를 줄일 수 있었다. 감속이 안정적이니 핸들도 과감하게 돌릴 수 있었고, 이에 부응하듯 차체도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바닥에 착 달라붙은 듯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고 일정한 무게중심을 유지하는 능력은 발군이다. LFA의 차체는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을 이용한 모노코크 방식으로 제작됐다. 차체의 65%는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 나머지 35%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무게는 1480kg에 불과하지만 비틀림 강성이 매우 우수하다.

▲ 렉서스 LFA를 타고 후지스피드웨이를 달렸다. 후지산이 정면으로 보였다

LFA를 타고 서킷을 돌아보니 운전하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계속 달리고 싶다는 욕심이 솟아났다. 다른 슈퍼카들은 트랙을 몇 바퀴 돌면 금방 지쳐서 빨리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LFA는 정말 편했다. 시트포지션이 다른 스포츠카처럼 극단적으로 낮은 것도 아니어서 시야가 편했고, 오래 타도 허리가 아프지 않아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었다. 아키오 사장이 LFA 시험 주행 때 멈추라고 할 때까지 서킷을 계속 돌았다는 이야기는 괜히 나온 것이 아닌 듯했다. 

◆ IS F 개조한 레이싱카 CCS-R...F1 드라이버 된 듯한 기분

아쉬움을 뒤로하고 LFA에서 기꺼이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CCS-R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차는 IS F를 레이싱카로 개조한 것으로 일본에서 2000만엔(2억2000만원)의 가격에 지금까지 17대가 판매됐다. 100% 레이싱카로, 일반 도로 주행은 불가능하다.

▲ 렉서스 CCS-R

레이싱카를 처음 타본 탓일 수 있지만, CCS-R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제원상 동력 성능은 IS F와 같지만, 차체가 가볍고 앞뒤에 레이싱 서스펜션과 두꺼운 세미-슬릭 타이어가 장착돼 지면과 딱 달라붙은 상태로 트랙을 거침없이 달린다. 차를 과감하게 몰아붙인다는 수준이 아니다. 다른 차로는 할 수 없는 극단적인 주행을 시도해봐도 별다른 문제 없이 거뜬히 소화해냈다. LFA보다 출력은 낮지만, 토크가 높아 코너를 빠져나온 후 재가속 능력이 뛰어났으며, 핸들링과 차체 균형은 완벽에 가까울 정도였다. 일부러 브레이크를 늦게 밟아도 제동력이 뛰어나 확실하게 멈춰섰고, 무리한 속도로 코너를 돌아봐도 정확히 차의 방향을 바꿨다. 마치 F1 드라이버가 된듯한 착각이 들 정도여서 서킷을 도는 내내 저절로 감탄사가 쏟아졌다. 

▲ 렉서스 LFA 기술 담당 타나하시 하루히코

렉서스는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고성능 스포츠카를 추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렉서스의 이미지는 여전히 '정숙함, 편안함, 고급스러움' 등으로 대표되지만, IS F와 LFA, CCS-R을 타보니 렉서스가 만드는 스포츠카도 충분히 기대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스포츠카에 비해 운전이 편해 일상생활에서도 불편함 없이 주행이 가능하다.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붙여 운전자를 지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원한다면 언제든 빠르게 치고나갈 수 있는 강력함을 갖췄다.

▲ 렉서스 LFA, CCS-R, IS F

렉서스는 LFA를 개발하며 독일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 서킷에서 집중적으로 테스트했다. 노르드슐라이페는 슈퍼카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속도 전쟁을 벌이는 대표적인 장소로, 이곳에서 기록한 랩타임은 슈퍼카의 성능을 대표할 수 있을 정도로 공신력이 높다. 지난 2009년 LFA는 노르드슐라이페를 7분14초에 돌파했는데, 이는 당시 가장 빠른 랩타임을 기록했던 닷지 바이퍼 SRT-10 ACR(7분12초)보다 불과 2초 늦은 것이다. LFA 치프 엔지니어 타나하시 하루히코이는 "이는 LFA가 단순히 힘이 세고, 직진 주행 능력이 좋다는 것뿐 아니라 핸들링과 하체의 안정성 등 종합적인 성능이 우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LFA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LFA는 일본 모토마치 공장에서 500대 한정으로 생산됐다. 판매 가격은 37만5000달러로, 이미 생산된 500대의 판매가 끝났다. LFA 생산 라인은 렉서스 고성능 모델에 장착되는 카본을 생산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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