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윈터 드라이빙 '스노우 베이직', 눈밭에서 즐기는 자유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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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30 19:31
BMW 윈터 드라이빙 '스노우 베이직', 눈밭에서 즐기는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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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후륜구동이 눈길에 취약하다고 믿고 있다면 그건 착각이다. 눈길이나 빙판에서는 구동방식보다 어떤 타이어를 신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차는 출발만 하는게 아니라 회전하고 정지해야 하는데다 결국 차가운 눈과 맞닿는 것은 타이어 뿐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대부분의 국산차에는 사계절 타이어가 장착돼 출고된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계절에 따라 타이어를 바꿔야한다는 인식이 부족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역동성이나 성능을 강조한 모델이 드문 것도 하나의 이유다. 이에 반해 상당수 수입 후륜구동차는 주행성능이 강조된 이른바 썸머타이어가 기본 장착된다. 후륜구동차가 눈길에 취약하다는 얘긴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서 유래한 것 같다.

 

아직도 후륜구동차가 눈길에서 약하다고 생각한다면,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진행되는 ‘윈터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체험해보자. 내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속설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 웜업!

눈길은 마른노면과 얼마나 다른지에 대한 체험이 먼저 이뤄졌다. 후륜구동인 428i 컨버터블에 한국타이어의 윈터타이어 아이셉트 에보2가 장착됐다.

 

아무리 윈터타이어가 장착됐다고 한들, 눈길은 역시 미끄러웠다. 무작정 가속페달을 밟으면 계속 헛바퀴만 돌았다. 마른노면과 달리 토크를 억제할 필요가 있었다. 2단으로 출발하거나 가속페달 조작을 섬세하게 하는 편이 좋다. 차체 제어 시스템이 아주 잠깐 개입했다. 일단 윈터타이어가 눈을 찍어 누르기 시작하면 의외로 속도를 높이는게 어렵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멈춰서는 지점이다. 마른 노면에서 시속 30km 정도는 우습게 여겨지지만 눈길에서는 얘기가 달랐다. 제동을 시작하자마자 ABS가 작동할 정도로 차는 정상 제동을 하고 있지만, 관성에 따라 앞으로 계속 밀려 나갔다. 차라리 이런 상황에서는 바퀴를 꽉 잠그기 보단 바퀴를 굴려주는 편이 좋다. 바퀴가 돌면 제동에도 도움이 되지만 회피도 할 수 있게 된다. 이때도 침착하게 회피할 방향을 보면서 스티어링 조작을 천천히 해야 한다.

 

눈길 긴급제동으로 어느 정도 감을 익히니 바로 슬라럼과 시케인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시속 20-30km 정도로 코스를 통과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따금 전장비가 개입하고, 이 때문에 엔진 출력이 제어되기도 했지만 무난하게 코스를 통과할 수 있었다.

▲ 윈터타이어의 트레드. 특수 고무로 제작돼 낮은 온도에서도 제성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스티어링 조작을 급격하게 하거나, 불쑥 속도를 높이면 코스를 조금씩 벗어나거나, 휠스핀을 일으키며 전자장비가 개입했다. 또 눈이 빙판처럼 다져진 곳을 타이어가 밟게 되면 어김없이 휙 차체가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또 속도를 너무 높이면 완전히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연출됐다. 정신없이 좌우로 스티어링을 돌려 방향감을 상실했고, 브레이크 밟아도 진행방향으로 계속 밀렸다. 실제 도로 위에서 벌어진 상황이었다고 생각하면 몹시 아찔했다. 

# 최고의 조합과 최악의 조합

코스를 여러번 달린 후, BMW의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 xDrive와 윈터타이어가 장착된 640d xDrive에 올랐다. 

 

xDrive는 앞바퀴와 뒷바퀴, 왼쪽 바퀴와 오른쪽 바퀴 각각의 구동력 배분이 자유롭다. 그래서 한쪽 바퀴가 헛돌면, 나머지 바퀴의 구동력이 바뀐다. 상황에 따라 한쪽 바퀴에만 엔진 힘의 100%을 보낼 수도 있다.

확실히 사륜구동 시스템과 윈터타이어가 결합되니, 더욱 안정적으로 코스를 달릴 수 있었다. 특히 네바퀴가 모두 구동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428i처럼 뒷바퀴가 휠스핀을 일으키며 출발하는 일은 없었다. 또 가속도 원활했고, 방향 전환을 할때도 전자장비가 개입하는 횟수가 크게 줄었다.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428i 컨버터블과 썸머타이어의 조합이다. 대표적인 고성능 타이어인 피렐리 P제로, 브리지스톤 포텐자 S001 등이 장착된 428i 컨버터블로 동일한 코스를 달렸다. 아니, 달리고 싶었는데 달릴 수 없었다. 일단 출발할 수가 없었다. 그립을 찾지 못해 계속 제자리에서 뒷바퀴가 헛돌기만 했고, 간신히 출발해도 방향 전환은 원하는대로 되지 않았고, 당연히 제때 서지도 못했다.

 

이건 후륜구동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고성능 타이어가 장착되는 전륜구동차도 눈길에선 제자리를 벗어나기 힘들다. 

# 눈밭에서 즐기는 자유

BMW 윈터 드라이빙 ‘스노우 베이직’의 하이라이트가 남았다. 긴급제동과 슬라럼, 시케인 등은 눈길 안전 교육이라고 한다면, ‘원선회(Circular)’ 코스에서 진행된 고속 슬라럼과 원선회는 하나의 유희였다. 그야말로 바퀴 달린 눈썰매를 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눈이 쌓인 드넓은 원선회 코스에서 차를 마음껏 몰아볼 수 있었다. 정해진 코스는 있었지만 이를 벗어나도 상관없었다. 주행 안전 장치를 완전히 해제하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며 달렸다.

어느새 눈길에 대한 적응도 됐고, 스티어링을 조작하는 것도 한층 여유롭고 재빨라졌다. 속도를 높여 달리다 코너 직전에 방향을 틀면 마치 드리프트를 하듯 차가 쭉 미끄러졌다. 하지만 이내 윈터타이어가 그립을 되찾아 원하는 방향으로 코너를 탈출할 수 있었다.

 

또 제자리에서 힘껏 가속페달을 밟으면 마치 드리프트를 하듯 차 뒷부분이 돌고, 이때 신속하게 반대 방향으로 스티어링휠을 돌리고 가속페달을 툭툭 건드리면 마치 원을 그리듯 눈위에서 차가 제자리를 멤돌았다.

▲ 썸머 타이어의 트레드. 홈이 없고, 윈터타이어와 소재도 다르다.

물론 원선회 코스가 재미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차가 제어를 잃고 미끄러질때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안전을 생각한다면 꼭 필요한 체험이겠다.

# BMW 윈터 드라이빙 스노우 베이직

현재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는 윈터 드라이빙 프로그램인 ‘스노우 베이직(Snow Basic)’이 운영되고 있다. BMW 드라이빙 센터는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 매일 인공눈을 만들어 다목적(Multiple) 및 원선회(Circular) 코스에 뿌리고 있다.

 

이 코스에서 4시리즈와 미니 JCW로 윈터타이어와 썸머타이어 성능 비교 체험, xDrive 체험, 오버스티어를 통해 드리프트 체험이 진행된다. 

스노우 베이직의 진행 시간은 총 120분이며, 가격은 12만원이다. 프로그램 특성상 내달 14일까지만 진행되고 BMW 드라이빙 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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