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그룹 경영진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세계 곳곳에서 위기에 처한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가깝게는 우리나라에서도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대표가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한 '리콜 계획 불성실'의 이유로 환경부로부터 형사 고발을 당했다.

 

더 큰 위기는 새롭게 폭스바겐그룹의 회장이 된 마티아스 뮐러에게 찾아왔다. 취임한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교체설이 흘러나왔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2016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 발언 때문이다. 

# 라디오 방송 녹음 두 번한 사연..."한번 더 실수하면 회장직 물러나야"

뮐러 회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찾았다. 모터쇼 행사장을 방문해 기자들과 인터뷰를 한 것은 물론, 디젤게이트를 터뜨린 미국환경보호국(EPA) 지나 맥카시 국장을 만나 사과와 함께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힐 예정이었다.

일단 모터쇼 현장에서 미국에 투자 계획 등을 밝힌 것까지는 순조로웠다. 그런데 문제는 한 라디오 방송국과의 인터뷰 녹음에서 발생했다. 독일 언론인 '빌트 암 존탁'에 따르면 뮐러 회장이 인터뷰를 잘못해 다시 한 번 녹음을 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 자리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왔던 것일까.

▲ 폭스바겐그룹 마티아스 뮐러 회장

폭스바겐 감독 이사회 한 임원의 말을 인용하면 뮐러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디젤게이트 문제의 원인은 단순히 '미국 규정을 정확하게 해석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는 식의 안일한 답변을 했다. 이를 본 이사회 임원은 답변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다시 한 번 녹음을 요청해 뮐러 회장이 한 번 더 인터뷰를 한 것이다. 또, 이 임원은 이 상황을 그대로 본사에 전달했다. 

이 소식을 들은 이사회 멤버들은 "미국 사람들은 잘못을 인정하는 뮐러 회장의 모습을 기대했을 텐데 그 기대와는 달리 기술적인 문제 수준으로, 마치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듯 이야기 한 셈"이라며 "한 번 더 이런 실수가 나온다면 회장 자리에서 바로 물러나게 될 것"이라 말했다고 빌트 암 존탁은 보도했다. 

# 미환경보호국 국장과 면담도 실패…벌써 후임 얘기 나돌아

이게 끝이 아니었다. 폭스바겐 감독 이사회는 뮐러 회장과 미환경보호국 국장 지나 맥카시와의 면담 결과에 더 큰 실망을 했다. 언론은 이 둘이 1시간 가량 만나 이야기했다고 보도했지만, 현장 임원에 따르면 면담 내내 뮐러 회장이 기술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등 일방적으로 설명했고 지나 맥카시 국장은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어떤 진전도 보지 못한 만남이었다는 것이다.

 

빌트 암 존탁은 "결국 감독 이사회 측은 뮐러 회장이 디젤게이트와 관련한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지 의심하게 됐다"면서 "벌써부터 회장 자리에 잘못 앉혔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뮐러 회장 뒤에는 폭스바겐그룹의 대주주인 포르쉐와 피에히 가문이 있고, 아직 그들이 윌러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지 않고 있어 당장 새로운 인물이 회장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폭스바겐그룹의 실세인 볼프강 포르쉐는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노조대표에게 뮐러 회장을 불신임할 것인지 그 여부를 물었고,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겠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차기 회장 자리를 노리는 내부의 움직임이 표면화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앞으로 뮐러 회장의 행보가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차기 회장은 폭스바겐 사장 헤르베르트 디스?

▲ 폭스바겐 헤르베트 디스 사장

만약 뮐러 회장이 물러나면 과연 누가 뒤를 이을까. 독일 언론들은 가장 유력한 인물로 BMW에서 건너온 폭스바겐 사장 헤르베르트 디스를 꼽았다. 이번 뮐러 회장의 미국행에도 함께 하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 본 인물이다. 하지만 그 역시 몹시 위험한 소문에 휩싸여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헤르베르트 디스 사장은 작년 초 폭스바겐 사장으로 취임했는데, 일부에서는 디젤게이트가 터지기 전인 8월에 이미 배출가스 조작 프로그램 문제를 알고 있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내부자들을 통해 은폐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발언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폭스바겐 대변인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만약 사실로 드러날 경우 헤르베르트 사장은 물론 그룹 경영진 모두 이 사건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큰 파장이 예상된다. 

뮐러 회장이 이 난관을 제대로 돌파할지, 아니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구원투수가 등장할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사안이다. 그만큼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건은 여전히 무겁고 짙은 안개 속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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