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EQ900에 직접 앉아보니...날카로운 12가지 질문
  • 김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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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13 10:54
제네시스 EQ900에 직접 앉아보니...날카로운 12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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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10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제네시스 EQ900을 공개했다. 이에 앞서 페이스북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독자 질문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실차 사진이 없으니 보여줄 수도 없는 점 미안하게 생각한다.

▲ 제네시스 EQ900(에쿠스 후속모델)

본지 김한용 기자가 긴 시간은 아니어도 적어도 차를 보고는 왔으니 질문과 답을 실어보기로 한다. 말하자면 글로 보는 EQ900 내외관이라 하겠다. 아래는 몇가지 주요 질문에 대한 김기자의 답.

Q. 외관은 렌더링보다 멋진가

미안하지만 렌더링이 훨씬 멋지다. 베일을 벗겼는데, 랜더링과 같은 차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 좀 당황한 기자들도 있었다. 렌더링에선 매끈하고 강인한 존재감이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좀 무난하다. 번호판이 그릴 한가운데 붙고 나니 다른 현대차와 너무 비슷해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다.

헤드램프가 어중간한 각도로 꺾여 있는 점도 어색하다. 스포티지 헤드램프에서 봤던 것 같은 그 어색한 곡선이다. 그런데 렌더링은 이 꺾인 부분이 가장 안보이는 각도에서 그려져 있다.

▲ 제네시스 EQ900(에쿠스 후속모델) 렌더링

앞부분은 지나치리만큼 젊어졌는데, C필러(뒷유리쪽 기둥)뒤로는 너무 클래식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좀 언밸런스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스포티함과 클래식함을 섞어 디자인하는 레트로 디자인이 유행이니 나름 납득은 된다.

테일램프는 재규어를 좀 닮았다. 약간 쿠페처럼 내려오는 루프라인도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다. 독창성보다는 안정성 위주로 만들어졌는데 각 부품들을 가리키는 선들이 똑떨어지지 않고 나름대로의 형태로 바삐 그려져 있어 그리 조화롭지 못하다. 적어도 디자이너들이 좋아할 디자인은 아니다. 

▲ 제네시스 EQ900(에쿠스 후속모델) 렌더링

그러나 다행히도 덩치가 굉장히 크고 비싼 차는 어지간히 괴상해도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 처음엔 이상하다고 하겠지만 얼마 지나면 아 이게 멋인가보다 생각하게 된다. 

리무진 비율이 더 좋아보인다. 랜더링은 리무진 디자인은 아닌데 리무진 비율로 그려진 것 같다. 어쨌건 처음부터 리무진이 함께 나오는건 그만큼 자신이 있고, 리무진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일게다. 

Q. 제네시스 브랜드라는데 현대 브랜드와 디자인 차별점은 있는가

제네시스 브랜드가 론칭하긴 했고, 고급 브랜드의 분리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시기를 놓고는 내부 개발자들도 대부분 정확히 알지 못했다. 때문에 이 차는 현대 브랜드의 최상급으로 개발됐고, 새로운 이미지가 아니라 현대차의 패밀리룩을 갖고 있다.

아반떼부터 에쿠스 후속까지 비슷한 핵사고날 디자인을 갖고 있도록 패밀리를 구성한 것인데, 이같이 하위 브랜드와 연결되는 강한 패밀리룩은 분명히 브랜드를 분리해 고급화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렉서스와 도요타, 인피니티와 닛산의 디자인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는 이유는 그런데 있다. 

▲ 제네시스 EQ900(에쿠스 후속모델) 렌더링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고유 디자인은 내후년(2017년)에 스포츠쿠페로 먼저 나온다. 지금의 디자인과는 꽤 달라질텐데, 그때의 문제는 또 EQ900을 비롯한 제네시스 차종들간 패밀리룩이 끊긴다는 점이다. 이래저래 고민이 많아 보인다. 

Q. 제네시스 브랜드를 다는 이유는?

애초 왜 에쿠스가 현대 브랜드를 떼고 제네시스 브랜드를 입었나 돌이켜보자. 현대차 브랜드가 프리미엄보다는 지나치게 대중적인 소비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보다 높은 급의 브랜드가 필요했던 것이다. 현대라는 브랜드가 에쿠스 고급화의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다. 

▲ 제네시스 EQ900(에쿠스 후속모델) 렌더링

그런데 제네시스 브랜드도 조금 어려움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제네시스는 소비자들의 생각 속에 그저 한개 차 이름으로 자리잡았다. 당분간 현행 제네시스는 ‘G80’이란 새 이름이 아닌 ‘제네시스’란 이름으로 팔린다. 그러니 다음달엔 그냥 ‘제네시스’와 ‘제네시스 EQ900’이 함께 팔리는 상황을 맞는다. 제네시스가 에쿠스의 아랫급이라는 느낌을 씻어내는게 무엇보다 급선무다. 

차라리 에쿠스 브랜드를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 있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 에쿠스보다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이미지가 훨씬 우세하다"는게 현대차 정의선부회장의 말이다.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브랜드라는 의미다. 

▲ 현대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의 새로운 엠블럼. 기존 제네시스 엠블럼을 살짝 다듬었다.

Q. 외관 품질은 어떤가

특히 제네시스를 빼닮은 앞부분은 좀 밋밋한 느낌이 든다. 일반적으로 최고급차 헤드램프 내부는 반짝반짝하는 주얼리 느낌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 차는 반투명한 띠형 면발광을 적용해 투명 플라스틱의 느낌이 난다. Full LED라고 쓰여진 부분도 조금 더 예뻤으면 좋았겠다. 현대차가 헤드램프 내부 디자인을 잘 해왔는데 LED로 종목이 바뀌면서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지 고민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 제네시스 EQ900 시험주행차(에쿠스 후속모델)

전면 그릴 가운데 있는 ASCC(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레이더 센서를 덮는 플라스틱 패널도 그릴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단차가 있는 것처럼 디자인됐다. 현행 제네시스의 패널이 오히려 깔끔하다. 

여러가지로 양산 이전이어서 정확한 판단은 어렵다. 12월초 정식 출시에서 더 꼼꼼히 살펴봐야한다. 

Q. 뒷좌석 실내 공간은 어떤가

뒷좌석은 압권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한 일반 브랜드에서 이렇게까지 훌륭한 뒷좌석이 나온 적은 없었다. 

이날 공개된 차들은 모두 4인승이었는데 센터터널, 수납공간, 리모컨, 팔걸이 등의 부품이 앞좌석까지 곧게 이어지는 디자인이다. 끊기지 않고 시원하게 뻗은 점이 매력적이다. 5인승 모델과 같은 차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4인승의 뒷좌석 실내 디자인이 훨씬 낫다. 

공개된 4개 차종의 컬러나 소재감이 매우 우수하고, 우드트림(인레이)도 다양한 컬러와 실제 우드를 적용하는 등 과감한 시도를 했다. 리무진에 적용한 세미아닐린 가죽(코팅 등 가공처리를 하지 않아 본래 가죽 질감을 살린 가죽)은 자동차 업계의 눈높이를 끌어 올려주는 수준이다. 뒷선반까지 알칸타라 소재로 씌워 놓았을 정도로 꼼꼼하다.

▲ 제네시스 EQ900 시험주행차(에쿠스 후속모델)

시트 구조도 정말 편안하고 사이드서포트가 꽤 올라와 있어 몸을 잘 잡아준다. 독일 AGR(척추건강협회)의 인증을 받기도 했다. 헤드레스트도 일반 승용차에서 보는 것과 달리 꽤 푹신한 베개처럼 만들어졌다. 다만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실제 특수 고안된 베개를 매달았는데, EQ900은 그 정도는 아니다. 시트 아래 종아리 부위에 스피커로 보이는 구멍이 뚫려있는 점도 좀 이색적이다. 

당연하지만 뒷좌석에 앉아 조수석까지 조작할 수 있다. 리모컨 버튼 하나만 누르면 다리 받침대를 올리고 뒤로 눕히는 것 같은 기능이 한번에 이뤄진다. 

Q. 앞좌석 공간은

▲ 모터그래프가 만든 제네시스 EQ900 실내 렌더링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처럼 계기반 화면이 센터 디스플레이와 이어진 것처럼 디자인 됐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계기반은 기존의 계기반을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대형 TFT 화면을 버리고 동그란 틀에 바늘 형태로 다시 돌아갔다. 보여줄 수 있는 정보 양이 똑같은데 눈의 피로만 높고 고급스럽지 않아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동감이다. 

가로로 쭉 뻗은 우드트림과 크롬이 매우 적절하게 이용됐다. 예쁘고 고급스럽다. 크롬으로 만들어진 각종 버튼류도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디자인을 차용한 느낌이다. 그런데 S클래스는 버튼이 한곳에 모여있는데, 이 차는 군데군데 옹기종기 모여 있다는 점이 좀 다르다. 굉장히 고급스럽고 꽤 따뜻한 느낌이 드는 실내다. 이렇게 고급스러운 실내는 국산차에선 일찌기 본 적이 없다. 쇼퍼드리븐이라도 좋고 오너가 운전해도 좋을 것 같다. 

Q. 엔진 라인업은 어떻게 되나

5.0, 3.3터보, 3.8리터급 등 3가지다. 3.3 터보가 3.8보다 윗급인데 소비자들이 잘 이해할지 모르겠다. 출력과 연비면에서 3.3터보가 여러모로 유리한데 3.8리터급을 유지하는건 이런 소비자들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계몽’이 끝나면 결국 3.8리터는 판매가 줄어들거라 생각된다. 

▲ 현대차가 개발한 3.3리터 트윈터보 엔진

디젤은 당분간 안나온다. 요즘 분위기에서 디젤을 내놓는다는건 상상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대형 세단의 주 판매국이 미국과 중국 등 비유럽 국가여서다. 유럽과 한국을 제외하면 디젤 세단이 제대로 판매되는 국가는 그리 많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독일서 S클래스나 7시리즈 디젤을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사실 한국 시장 때문이다. S클래스 디젤은 세계 시장 중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

Q. 값은 얼마가 될까

▲ 제네시스 EQ900 제원비교표

가격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건 오른다는 점이다. (또 분명한건 “사실상 인하”라고 주장할게 뻔하다는 것이다) 기존의 에쿠스는 6000만원-1억5000만원 정도다. 아마 최대 2억짜리 차가 되지 않을까 점쳐본다.

Q. 주행감각은 어떨까

BMW M에서 온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은 이 차를 타보고 ’온화한 군주(젠틀 소버린)’라고 표현했다. 군주가 대체 어떤 양반인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고 좀 부드럽다는 뜻일것 같다.

중요한건 모터그래프가 이 차 시승기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공개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웹사이트에 자주 방문해주기 바란다. 

Q. 자율주행 기능에 대한 보도 있었는데

EQ900의 주행보조 기능을 '자율주행'이라 하는건 잘못된 표현이라고 현대차 관계자가 얘기했다. 운전을 보조하는 기능은 좀 있다. 운전자가 졸음이나 전방 주시 태만의 경우에도 안전을 지켜주는 보조장치다. 핸들에서 손을 떼고 일정시간이 지나면 기능이 해지된다.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키지 않아도 긴급 상황에선 운전에 개입하도록 돼 있다. 예를 들어 만약 추돌 상황에서 운전자가 바로 대응하지 못하면 긴급제동을 한다. 차선을 넘을 것 같으면 핸들을 반대로 돌리고, 중앙선까지 넘어갈 것 같으면 반대편 바퀴에만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차를 물리적으로 돌려놓는다.

▲ 제네시스 EQ900 시험주행차(에쿠스 후속모델)

이를 위해 레이더와 카메라가 탑재돼 있고, BSD용 레이더가 후방에 두개 달려있다고 한다. 하지만 S클래스처럼 앞유리에 스테레오 카메라와 기타 장비가 복잡하게 달려있는건 아니고, 고작 레이더 패널과 카메라 한개가 달려있을 뿐이다. 이걸로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다니 놀랍다. 

Q. 4륜구동 모델 나오나. 

제네시스에서 선보였던 HTRAC이 옵션으로 나온다고 한다. 뜯어봐야 알겠지만 아마도 이번에도 부품 공급선은 마그나일 가능성이 크다. 사실 기술적으로는 BMW와 같은데도 널리 알리는 '포장 기술'이 좀 떨어지는 것 같다. 이번에는 조금 더 노력해줬으면 한다. 

▲ 제네시스 EQ900 시험주행차(에쿠스 후속모델)

Q. 왜 G90과 EQ900으로 국내외 이름이 다른가

당초 제네시스로 이름을 붙이겠다면서도 에쿠스의 위상을 버리기 아쉽기 때문일 것이다. G80과는 전혀 다른차라는 얘긴데,  이후 나오는 차들이라고 제각기 다른 사연이 없을까. 시작부터 이렇게 예외를 달고 나오면 이후에도 이름 정하는게 쉽지 않을성 싶다. 

Q. 샤시부품의 경량화 돼 있나. 

경량화를 위한 신소재가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 흔한 알루미늄도 없다. 오히려 이전에 있었던 제네시스의 알루미늄 보닛도 없앴다. 그러면서 훌륭한 현대제철의 선진고장력강판(AHSS) 덕분에 차의 강성이 좋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CFRP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 제네시스 EQ900 시험주행차(에쿠스 후속모델)

제네시스 EQ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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