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슬란, 갑작스런 신분상승…'독'인가 '약'인가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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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06 11:20
현대차 아슬란, 갑작스런 신분상승…'독'인가 '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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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다른 모델로 대체, '약' 플래그십에 맞는 업그레이드

아슬란이 현대차의 새로운 플래그십으로 신분상승했다. 제네시스와 에쿠스가 '제네시스'란 고급 브랜드로 통합돼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슬란의 입지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좁아졌다. 일부에서는 벌써 현대차가 아슬란을 대체할 새로운 플래그십을 만들 것이란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4일, 현대차는 제네시스와 에쿠스를 따로 분리해 '제네시스'란 고급 브랜드로 통합했다. 도요타의 렉서스처럼 별도의 프리미엄 서브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2020년까지 대형 럭셔리 SUV를 비롯해 고급 스포츠 쿠페, 중형 럭셔리 SUV, 중형 럭셔리 세단 등 4개의 '제네시스' 브랜드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라며 "제네시스(G80)와 에쿠스(G90, 또는 EQ900)를 포함 총 6개의 라인업을 갖추고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파격 행보에 아슬란은 본의 아니게 플래그십 모델로 올라섰다. 현대차를 대표하는 모델로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최신 기술을 뽐내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아슬란이 현대차의 플래그십이라는 중책을 담당하기에는 부족한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출시된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신차임에도 현대차가 자랑하는 최신 플랫폼·디자인, 최신 파워트레인 등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아슬란의 플랫폼은 구형 YF쏘나타·그랜저HG와 같다. 현대차가 2013년 신형 제네시스, 2014년 신형 쏘나타, 2015년 신형 아반떼를 출시하며 그렇게 강조했던 '초고장력강판' 사용 비율이 매우 낮은 모델이라는 것이다.

특히, 아슬란은 신형 제네시스와 신형 쏘나타보다 늦게 출시된 모델이다. 그럼에도 최신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고, 5년 이상된 구형 플랫폼으로 만들었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실내 역시 그랜저 기반의 구형 실내 레이아웃을 기반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현대차가 최근 강조하는 인간공학적 디자인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평가다. 

 

파워트레인도 최신이 아니다. 물론, 개발 시점에 차이가 있어 적용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현대차가 공들여 만든 최신 터보 엔진이나 신형 변속기는 탑재되지 않았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이 최근 공개한 전륜구동용 8단 자동변속기도 한 단계 아랫급인 신형 K7과 신형 그랜저에 먼저 달릴 예정이다. 일종의 하극상이 발생하는 셈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아슬란은 출시 당시부터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어중간한 모델이라는 혹평을 받았다"면서 "가뜩이나 판매량이 더욱 떨어진 상황에서 현대차의 플래그십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슬란 판매량은 작년 11월 1320대에서 지난달 375대까지 떨어졌다. 불과 1년 만에 72%나 줄어든 것이다. 현대차는 아슬란 출시 6개월 만에 최대 550만원 할인이라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지만, 판매량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9월 821대로 잠시 상승하는 듯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프로모션으로 인한 반짝 효과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아슬란을 플래그십 모델로 계속 끌고갈 예정이라면서도 신차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놓는 분위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장 아슬란을 단종시키거나, 새로운 모델로 대체할 계획은 없다"면서 "다만, 갑자기 대형차 라인업에서 2종이 빠졌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신차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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