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 폭스바겐의 구조조정 살생부…어떤 모델·브랜드가 살아남나?
  • 독일=스케치북, 정리=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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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28 11:12
[스케치북] 폭스바겐의 구조조정 살생부…어떤 모델·브랜드가 살아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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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스케치북이라는 필명으로 인기리에 스케치북다이어리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완님의 칼럼입니다. 한국인으로서 독일 현지에서 직접 겪는 교통사회의 문제점들과 개선점들, 그리고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과 현지 언론의 흐름에 대해 담백하게 풀어냅니다.

 

폭스바겐그룹의 디젤 스캔들이 그룹 전체의 판을 바꿀 전망이다.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새롭게 회장의 자리에 오른 마티아스 뮐러가 그룹 내 모든 자동차에 대한 정밀히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단종할 차량과 정리해야 할 브랜드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 독일 볼프스부르크 폭스바겐 공장 

매체에 따르면 마티아스 뮐러 신임 회장은 최근 소송 등 각종 법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임러그룹에 있던 크리스티네 호흐만 드렌하르트 이사를 데려왔다. 독일 헌법재판소 판사 출신으로, 헤센주 법무장관으로 재직하다 다임러 최초의 여성 임원이 된 인물이다. 그녀는 소송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단종될 모델과 매각·분리될 브랜드에 대한 법적 절차를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미 폭스바겐그룹은 작년부터 생산 효율화를 중요한 목표로 세우고 거품빼기를 실시하고 있었다. 하드탑 컨버터블 모델인 EOS는 단종이 결정됐고, 골프 카브리오와 비틀 카브리오도 단종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으로 인한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모델을 단종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단순한 모델 단종이 아니라 유지하기 부담스러운 브랜드에 대한 매각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폭스바겐 페이톤

가장 먼저 언급되는 단종 모델로는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모델인 페이튼이다. 그러나 완전히 없애지는 않고 순수전기차로 재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스트셀링카인 골프도 디젤 모델을 단종시키고 가솔린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쪽으로 체질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소형 해치백인 폴로도 가솔린 모델만 남기고 디젤 모델은 없앨 것으로 보인다.

또, 폴로의 파생 모델인 크로스 폴로와 UP!의 파생 모델인 크로스 업!, 1리터카로 유명한 XL1도 단종될 가능성이 높다.

▲ 폭스바겐 타이군

2012년 선보인 초소형 SUV 모델인 타이군 역시 생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이 차가 브라질과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 선전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생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계기가 돼 생산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제타는 당분간 계속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골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모델이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판매량이 매우 높은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CC와 시로코 등은 단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CC의 경우 아우디 A5가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브랜드를 정리하는 것은 모델 단종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폭스바겐그룹은 현재 12개의 그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전문가에 따라 어떤 브랜드가 정리될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폭스바겐과 포르쉐 아우디 등 주력 브랜드를 제외하고, 람보르기니와 스코다, 벤틀리는 정리 가능성이 낮은 브랜드로 분류됐다. 람보르기니는 그룹의 대표적인 스포츠카 브랜드로서의 가치가 있고, 체코 브랜드인 스코다는 매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벤틀리는 최근 첫 번째 SUV를 내놓는 등 앞으로 더 많은 수익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슈퍼카 브랜드인 부가티와 스페인 브랜드인 세아트에 대한 정리 가능성이 이야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부가티는 매각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슈테판 브라첼(Stefan Bratzel) 베르기쉬 글라드바흐 응용과학대 자동차 관리 이사는 부가티를 처리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세아트의 경우 계속 적자 상태이지만 영업 이익이 점차 나아지고 있는데 반해, 부가티는 계속 엄청난 손실만 보고 있다는 이유다. 다른 경제 분석가들 역시 부가티를 폭스바겐그룹에서 가장 필요없는 브랜드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부가티 정리는 조금더 지켜봐야 겠다. 부가티는 내년에 베이론 후속 모델인 시롱을 출시할 예정인데, 이 차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또, 뒤스부르크-에센대의 오토모티브카센터 분석가인 페르디난트 두던회퍼(Ferdinand Dudenhoeffer)는 부가티나 바이크 전문업체 두카티 등은 건들지 말고 세아트를 처리하는 게 낫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스코다가 세아트 소비자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결정이 나든 폭스바겐그룹은 현재의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 측은 디젤 게이트로 인한 비용이 37조5000억원 수준이라 밝혔지만, 일부에서는 최대 70조원까지 들어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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