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시승기] 푸조 308SW(2)…우리가 몰랐던 왜건의 매력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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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27 15:24
[롱텀시승기] 푸조 308SW(2)…우리가 몰랐던 왜건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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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왜건은 안 팔린다. 국산차든, 수입차든 성공한 역사가 없다. 현대차가 출시한 i40, 꾸준히 왜건을 밀었던 푸조의 308SW·508SW,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며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들여온 3시리즈 투어링과 CLS 슈팅브레이크·C클래스 에스테이트도 마찬가지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늘었다지만 왜건보다는 SUV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다. 그 편이 더 멋지다고 생각하는가보다. 사실 한때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적도 있었다. 

그런데 푸조 308SW를 타보고 생각이 바뀌고 있다. 세단이나 SUV보다 좋은 면들이 꽤 많았다. 차를 사기 전에는 디자인, 가격, 엔진 성능, 첨단 사양 등이 중요지만, 막상 구입하고 나면 연비, 실용성, 승차감 같은 요소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알다시피 모터그래프는 기자들이 탈 수 있는 회사차로 박스터 GTS, S63 AMG, 카이엔 터보, M4, 제네시스를 운영중이다. 308 SW를 괜히 장기 시승했다가는 아무도 타지 않을까 걱정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주말엔 서로 308SW의 키를 가져가려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됐다. 부담없고 넉넉한 적재공간이나 주말 내내 다니고 일이만원어치 기름만 넣는 우수한 연비도 인기 비결이다. 

◆ '확 달라진' 푸조 신형 308…이름 빼고 다 바꿨다

우선 308의 특징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신형 308은 푸조가 같은 세그먼트의 절대 강자인 폭스바겐 골프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모델로,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으로 최신 디자인으로 실내외를 꾸미고, 개선된 엔진과 변속기를 장착하는 등 푸조의 최신 기술이 모조리 집약됐다. ‘푸조의 역사는 신형 308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 푸조 신형 308의 EMP2 플랫폼

308은 푸조의 새로운 모듈러 플랫폼인 EMP2로 만들어졌다. 푸조는 2000년대 초부터 꾸준히 개발한 EMP2 플랫폼을 통해 신형 308의 강성을 높이면서도 뼈대의 무게를 140kg까지 줄였다.

또, 고장력 강판과 알루미늄 합금의 사용을 대폭 늘리고, 플랫폼의 76%를 고장력 강판으로 만들고, 보닛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특히, 충분한 강성 확보를 위해 레이저 용접 사용을 12m로 늘렸고, 핫스탬핑 공법의 적용 범위도 넓혔다. 차체가 탄탄해져 더욱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 푸조 신형 308의 화이트 바디

디자인도 꽤 달라졌다. 외관은 프랑스 특유의 독특함 대신, 보편적인 방향으로 말끔히 다듬었는데, 안정적인 비율에 그릴과 램프 등 세부적인 디자인 요소에 포인트를 줘 심심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실내는 외관에 비해 톡톡 튀는 개성이 느껴진다. 스티어링휠 크기를 레이싱카 수준으로 줄이고, 계기반 위치를 스티어링보다 높게 했으며, 센터페시아는 대부분의 조작 버튼을 9.7 인치 대형 터치스크린 안으로 넣어 깔끔하다.

 

파워트레인도 새로운 1.6 리터급 유로6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새롭게 장착됐다. 308의 유로6는 SCR(선택적 환원 촉매 시스템)과 DPF(디젤분진필터) 기술이 사용됐다. 현대차와 폭스바겐 등 LNT(희박질소촉매)를 사용하는 업체에 비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안정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식이다. 또, 연비는 좋지만, 울컥거리는 변속감 덕분에 호불호가 갈렸던 MCP 대신 아이신사의 6단 자동변속기로 바꿨다. 연비는 16.2km/l로, 골프(16.1km/l)와 비슷한 수준이다.

▲ 푸조 신형 308은 SCR과 DPF 기술을 통해 유로6를 만족시켰다

◆ 푸조 신형 308SW…상상을 초월하는 공간 활용성

308SW는 이러한 308의 장점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모델로, 차체를 330mm 늘린(휠베이스는 110mm↑) 왜건 디자인을 통해 실용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일상생활에서 이용해보면 308보다 쓰임새가 훨씬 좋다. 직접 보면 해치백보다 멋있다는 생각도 든다. 길게 뻗은 지붕은 과거 촌스러웠던 왜건과 달리 매끈하게 트렁크로 이어지는데, 이 라인이 꽤 매력적이다.

 

다만, 트렁크에 너무 많은 공간을 할애하다 보니 뒷좌석 공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성인들이 오래 타기에는 다소 좁을 수도 있겠다. 트렁크 공간을 조금 줄이더라도 2열을 넓게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듯하다. 트렁크에는 사람을 실을 수는 없지만, 뒷좌석에는 짐을 실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308SW의 트렁크 공간의 넉넉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평소에도 트렁크 공간이 660리터에 달하는데, 2열을 접으면 1775리터까지 늘어난다(308은 470리터, 1309리터). 투싼과 쏘렌토 등 웬만한 SUV와 비교해도 더 넓은 수준이다. 세단처럼 매끄러운 주행 성능에 SUV만큼 넓은 적재 공간을 갖췄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 푸조 308SW의 적재 공간

자동차 트렁크 넓음의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골프백을 넣어 확인해 봤다. 2열을 접지 않은 상태에서도 남성용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가 넉넉히 들어갔음에도 여유 공간이 꽤 많이 남았다. 함께 비교한 BMW X6의 경우 골프백을 신경 써서 차곡차곡 쌓고, 빈틈으로 보스턴백을 억지로 끼워 넣어야 겨우 들어갔다. 

▲ 2열을 접지 않은 상태에서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를 넣었다. 왼쪽 아래 푸조 308SW, 오른쪽 아래 BMW X6

2열을 접으면 말 그대로 '짐차'처럼 변신한다. 혼자 사는 회사 후배가 이사한다며 308SW를 가져갔는데, 한 번 만에 모든 짐을 날랐다고 한다. 트렁크 입구가 큰 데다가, 2열 시트가 바닥과 평평하게 접혀 실내 공간이 일관되게 넓다. 덕분에 작은 가구가 쏙 들어갔고, 다양한 짐도 차곡차곡 쌓을 수 있어 편리하다고 했다.

스포츠카 마니아인 선배도 주말만 되면 308SW에 눈독을 들인다. 애가 둘이다 보니 나들이라고 가려면 차에 유모차를 실어야 하는데, 원래 가지고 있던 구형 320d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이다. 이 선배는 요즘 '결혼을 하고 애가 생기면 차를 선택하는 기준이 180도 바뀐다'고 입버릇처럼 중얼거린다.

◆ 푸조 신형 308SW의 무한도전…첫번째는 꽃단장

▲ 308 GTi로 변신할 308SW 예상도

모터그래프에서는 308SW를 장기 시승하면서 왜건이 가지고 있는 여러 장점들을 차근차근 살펴볼 예정이다. 특히, 308SW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징들은 물론, 주행 성능과 실생활 연비, 적재 공간 활용성 등에 대한 다양한 테스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물론, 시승 중 발견되는 아쉬운 점, 부족한 점, 개선해야 할 점 등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털어놓을 것이다.

▲ 이 색으로 결정했다

우선, 왜건은 못생겼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꽃단장 해주기로 했다. 여러 고민 끝에 스포티한 콘셉트의 308 GTi와 똑같이 랩핑을 하기로 했다. 해치백이 아닌 왜건이다 보니 느낌이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붉은색과 검은색의 강렬한 조합은 왜건 모델이라도 꽤 멋질 듯하다. 현재 308SW는 하남시에 위치한 모 랩핑 업체에서 열심히 작업 중이다. 

 

한 달 넘게 308SW를 타면서 세단이나 해치백, SUV 등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여러 장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왜건은 무조건 안된다'는 편견만 없다면 정말 쓸모가 많은 차라는 생각이다. 푸조(한불모터스)에서도 308보다는 308SW에 역량을 집중해 왜건 시장을 키우는게 더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틈새가 좁은건 분명하지만, 파고들 틈은 생각보다 말랑해 조금만 힘을 주면 쑥 벌어질 것 같았다. '실용성'과 '푸조'는 꽤 잘 어울리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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