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 독일인들이 중고차 살 때 꼭 체크하는 4가지
  • 독일=스케치북, 정리=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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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27 17:11
[스케치북] 독일인들이 중고차 살 때 꼭 체크하는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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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스케치북이라는 필명으로 인기리에 스케치북다이어리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완님의 칼럼입니다. 한국인으로서 독일 현지에서 직접 겪는 교통사회의 문제점들과 개선점들, 그리고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과 현지 언론의 흐름에 대해 담백하게 풀어냅니다.

 

우리나라 중고차 거래량은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1.4였던 신차 대 중고차 거래 비중은 2013년 1:2.2까지 벌어졌다. 신차 한 대가 판매될 때 마다 중고차는 2.2대가 거래됐다는 뜻이다. 

독일도 중고차 거래량이 신차 판매량을 압도한다. 대략 독일에서 매년 판매되는 신차는 300만대 수준. 그에 비해 중고차는 1년에 700~800만대가 거래되고 있다. 개인 간 거래부터 중고차 전문 판매점에서 구입하는 경우, 그리고 주변국에서 차를 사기 위해 오는 경우까지 거래 방식과 종류도 다양하다.

이처럼 중고차 거래량이 많기 때문에 이에 따른 피해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개인과 개인의 거래에서 고장난 차를 속여 판매를 한다든지,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주행거리를 조작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많은 독일인들은 중고차를 살 때 이런 위험한 거래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다. 이유는 그들만의 체크리스트가 더 있기 때문이다. 독일인들은 중고차를 살 때 어떤 점에 관심을 두는지 지금부터 그 4가지 내용을 확인해 보도록 하자.

# 1. 정기검사 정보는 반드시 공개

▲ 정기검사를 받았으며 언제까지 유효한지를 알려주는 국가공인 스티커 / 사진=tuev-sued.de

2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정기검사 정보에 대해 독일인들은 꼭 확인을 한다. 마음에 드는 차량이 있는데 이 차의 정기검사일이 몇 달 남지 않았다면 구매자는 차 상태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다. 물론 시간과 비용도 추가로 써야 한다. 그래서 보통 독일의 중고차 딜러들은 직접 자신들이 차량 정기검사를 받아 그 내용을 매물정보란에 올리고 있다. 또 아직 정기검사까지 여유가 있다면 어느 정도까지 남아 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차량 구매 시 살펴야 하는 가장 기본 정보 중 하나다.

# 2. 소유자가 몇 명이었는지 확인한다

▲ 소유자가 몇 명이었는지를 밝히고 있다 / 사진=autoscout24.de 캡쳐

중고차의 연식이 오래되었거나 주행거리가 많을수록 매물의 소유자가 여럿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 사람이 오래 타는 것과 주인이 자주 바뀌며 타는 것은 차의 관리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해당 매물이 몇 번이나 새로운 주인을 맞았었는지를 거의 모든 딜러들은 밝히고 있다. 만약 이를 밝히지 않은 경우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딜러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이를 올리고는 있지만 독일처럼 일반적이지는 않다.

# 3. 흡연차량 여부 확인

▲ 비흡연차량임을 알리고 있다 / 사진=autoscout24.de캡쳐

담배를 많이 피운 운전자가 탄 자동차의 경우 그렇지 않은 동일 조건의 차량에 비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낮아진다. 또한 가격적인 면에서도 손해를 본다. 독일에서는 이런 이유로 비흡연자가 타던 차가 매물로 나오면 '비흡연차량'이라는 점을 대부분 강조하고 있다. 흡연차량과 비흡연차량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 4. 자비 정비 이력 확인

독일어로는 인스펙치온(Inspektion)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인스펙션(Inspection)이라고 하는 자동차 정기점검이 있다. 2년에 한 번씩 국가가 지정한 검사소에서 받는 것과는 달리, 차량 소유자들이 1년에 한 번, 혹은 정기적으로 직영 딜러 정비소나 일반 정비소에서 자비를 들여 차량 검사를 받고 이를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 소모품을 교체하고 다른 이상은 없는지 확인해 주행거리 등과 함께 그 내용을 기록한다. 기록된 내용은 해당 정비소의 직인이나 싸인을 통해 틀림이 없다는 것을 확인 받는데, 이처럼 소유주들이 비용을 들여가며 차를 관리하기 때문에 차량 상태도 좋을 뿐만 아니라 매물에 대한 신뢰도 또한 높다고 할 수 있다.

많은 독일인들은 '자비정비이력'이 잘 되어 있지 않는 매물은 아예 구매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에 제 값을 받고 차량을 팔겠다면 '자비정비'를 충실히 하고 이를 밝히는 게 좋다. 예전에는 손바닥만한 수첩 비슷한 것에 내용을 기록했지만 요즘 출시되는 많은 자동차들은 계기판에 언제, 몇 킬로미터 주행 후 정검을 받아야 하는지 그 정보가 뜬다. 그리고 브랜드나 차종에 따라 정비 내역은 스마트키 등에 기록돼 있기도 하다.

 

이 외에도 개인이 소유했던 차인지 아니면 회사 업무용이나 렌터카였는지 등을 따지는 구매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밝히는 딜러들이 많다. 또 고객에 따라서는 시승 시 자신이 원하는 정비소에서 차량을 체크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 가능 여부를 정보란에 적시한 매물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차량 관리가 잘되어 있고 매물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주변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중고차를 구매하기 위해 독일까지 오고 있다. 우리나라 중고차 거래 문화도 지금보다 더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운전자들의 자동차 관리 문화도 지금보다는 더 성숙되었으면 좋겠다. 1년에 400만대. 규모에 맞는 시스템과 문화를 갖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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