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i8 시승기…친환경은 잊어라, 난 달리기 위한 차다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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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07 16:33
[시승기] BMW i8 시승기…친환경은 잊어라, 난 달리기 위한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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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출시 된 차중 가장 인상깊은 자동차라면 주저없이 i8을 뽑겠다. 영화속에서 뛰쳐나온 것 같은 모습은 물론, 독창적인 구조와 뛰어난 운동성능 때문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세상에 그 시스템을 이렇게나 멋지게 버무려낸 도전정신과 기술력이 눈부시다. 

BMW M 브랜드는 기름을 과격하게 태워버리는 마초적 매력의 소유자인 반면 i 브랜드는 거기에 더 작은 에너지로 스마트하고 세련된 즐거움까지 준다는게 목표다. 바야흐로 기름이 너무 비싸서, 혹은 환경 파괴의 죄책감 때문에 마음껏 가속페달을 밟지 못하는 시대라면 그저 연료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실은 더 빠른 차가 된다는 것이다. 

플러그인 파워트레인도 차의 설계 자유도를 끌어올리는데 큰 도움이 됐다. 디자인 구성은 물론 알루미늄 합금, 카본, 플라스틱의 결합에 전기 주행 시스템, 극단적인 공기역학적 구조가 이 차의 특징으로, 모두가 적은 에너지로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다. 즐거움을 추구하는게 바로 i 브랜드의 근본이고 그 극단에 서 있는 자동차가 바로 i8인 셈이다.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 서킷에서 이 i8을 타고 신나게 달렸다.

 

# 본격적인 스포츠카…4륜 구동에 엔진,모터까지 갖추다

머리 속에서 일대 혼란이 생겼다. 납작한 천장에 문은 위로 열리는데다 차체 전체가 커다란 날개처럼 보이는 외관은 영락없는 슈퍼카다. 타고 내릴때는 마치 로터스에 들어갈때처럼 엉덩이를 먼저 집어넣고 다리를 나중에 넣어야 한다. 시트포지션을 극도로 낮추고 강성을 위해 욕조식 프레임을 둘렀기 때문이다. 

반면 엔진은 슈퍼카와 거리가 멀다. 4기통도 아닌 3기통 1.5리터 엔진이다. 에게 이게 뭐냐 싶지만, 그 1.5리터로 231마력을 낸다. 이 얼마나 당혹스런 숫자의 부조화인가. 1.5리터면 100마력쯤 나올거라 기대하게 되는데, 생각보다 너무 강하다. 이 엔진은 BMW 차세대 주력인 1.5리터 터보 유닛인데, 이미 여기서부터 꽤 마음에 들었다. 

앞바퀴를 굴리는 모터와 뒷바퀴를 굴리는 엔진을 합친 ‘시스템 최대출력’은 362마력. 괜찮기는 하네. 조금은 얕보는 느낌으로 차에 앉았다.

엔진 시동버튼을 누르니 시동 대신 ‘삐이잉!’하는 전자음이 나온다. 마치 만화속 로봇에 전기가 들어와 발진 준비를 마친 것 같은 소리다. 가속 페달을 밟아봐야 시동이 켜지지 않은채 별다른 소리 없이 스르륵 움직인다. 

스포츠모드를 누르니 계기반이 빨갛게 변하면서 사운드는 완전히 달라졌다. 공회전 중에도 “우르르르”하는 실로 멋진 배기음이 난다. 하지만 이게 반드시 엔진 시동이 걸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스피커를 이용한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이용해 가상 시동소리를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장착한 차가 처음은 아니지만 이처럼 잘 만들어진건 처음이다. 어떤 사운드가 가장 좋은지를 아는 것도 BMW의 노하우인가보다. 실내 스피커는 물론 실외에도 스피커가 있어서 밖으로 들리는 소리까지 고려돼 있다. 3기통 엔진의 실제 소리는 어떨까 궁금하지만 결코 알 수 없었다. 

스포츠모드에서 차는 딴판이다. 고삐를 풀어놓은 듯 가속페달에 발을 얹을때마다 i8은 울컥울컥 밀고 나가려 아우성이다. 세련미는 있지만 분명 남성적인 스포츠카의 느낌이다. 코너에선 내가 과연 이렇게까지 달려도 되는걸까 싶은 정도로 공략해봤다. 

엔진은 뒷바퀴쪽에만 영향을 미치고, 앞바퀴는 전기모터로만 동작한다. 모터의 힘만도 131마력. 전기모터의 특성상 초반의 토크가 강해 차의 발진에 큰 역할을 했다. 

 

# 날카롭게 가속하고 안정되게 꺾어준다

주행감각은 독특하다. 가솔린 엔진의 터보가 작동되기 전엔 전기모터의 힘이 주력이고, 전기모터가 효율을 잃는 고속에서는 가솔린 엔진의 힘이 메꾸면서 치밀하고 균등한 가속감을 보여준다. 가속페달에 발을 대거나 뗄때 앞바퀴와 뒷바퀴의 토크가 각기 달라질텐데도 코너 중간에서 전혀 이질감이 없이 협조한다. 대부분 전기차는 변속기가 없지만 이 차는 초고속의 영역에서도 전기모터가 도와야 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2단 변속기가 장착돼 있다. 덕분에 고속 재가속에서도 언제나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전기 모터는 직선이나 코너를 탈출할때 가속은 예리하게 돕지만 코너 중간에선 출력을 부드럽게 조정하고 끌어 당겨 미끄러짐을 기막히게 억제하고 라인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덕분에 선회력이 매우 향상돼 일반 크기의 타이어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안정감과 선회력이 느껴진다. 누구나 자신이 운전을 굉장히 잘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게 이 차의 주행 특성이다. 

다만 드라이빙센터 직선로에서는 시속 200km까지 도달하지 못했고 시속 100km/h까지의 가속이 4.4초로 고성능 스포츠쿠페 BMW M4와 비교하면 뒤졌다. 하지만 체감 가속감은 i8이 훨씬 빠른 느낌이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사운드와 진동, 시트포지션, 실제의 주행가속력, 코너링 안정성 등이 한데 어울어지면서 가장 이상적인 주행감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 중심이 압권이다

슈퍼카적인 파워트레인이 아닌데도 이 차를 스포츠카로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중심을 극단적으로 낮춘 점 때문이다. 

우선 BMW는 무거운 배터리를 바닥도 아닌 실내 중앙에 두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센터터널에 들었다. 중심에서 멀수록 회전 관성이 커지게 되고 스포티함과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이다. 

차체의 나머지도 매우 가볍게 만들었다. 신소재를 도입해 큰 차체의 하이브리드시스템을 갖췄으면서도 무게 증가는 1480kg에 묶어뒀다. 

 

하단에는 드라이브 모듈이라는 주행 성능을 맡는 알루미늄 합금 프레임이, 그 위에 라이프 모듈이라는 경량 카본 거주 공간이 얹히는 구조다. 무거운 것은 모두 하단에 둔다는 구조 덕분에 기존까지 나왔던 스포츠카와 비교하기 힘든 저중심 설계를 이뤄냈다. BMW가 만드는 최초의 미드십 엔진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i8에서 내려서는 다시 혼란에 빠졌다. 스포츠카란건 이런 느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가치관이 송두리째 깨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 장점

- 낮은 차체, 미드십 엔진, 상단 카본+하단 알루미늄 구조...BMW가 만든 모든 차 중 가장 중심이 낮고 안정적이다. 

- 문이 위로 열린다. 보닛은 아래로 깎였다. 슈퍼카의 모습인데다 전체를 놓고 봐도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디자인. 

- 충전한 배터리가 있을땐 물론, 모두 방전돼 일반 하이브리드처럼 주행해도 꽤 우수한 연비

* 단점

- 폭발적인 성능이다. 하지만 겉모양만큼 대단한건 아니다. 

- 전기가 방전되면 성능이 뚝 떨어진다. 서킷은 최고성능으로 50분 정도 돌 수 있다. 

- 좀 날티나는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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