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팔리는 차, '백약이 무효'…모델 변경만이 살길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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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16 12:11
안 팔리는 차, '백약이 무효'…모델 변경만이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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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쓰러운 뉴스를 내놓으려니 마음이 아프다. 안 팔리는 차는 무슨 수를 써도 안 팔린다는 조사 결과다.

자동차 판매 흐름은 한번 무너지면 다시는 못 올라온다. 지금 이순간에도 이 차를 팔기 위해 노력하는 일선 관계자들께는 좀 미안하지만, 안팔리는 차는 일찌감치 포기하는게 낫다. 그만큼 자동차의 이미지는 중요하다.

 

# 여긴 원래 터가 안 좋아요…쏘울, 카렌스, i40, 아베오

기아차 쏘울과 카렌스, 현대차 i40과 쉐보레 아베오는 원래 잘 안 팔리는 차급에서 나름 악전고투를 펼치고 있지만, 최근에는 더욱 속절없이 판매량이 줄고 있다.

 

닛산 큐브를 벤치마킹해 탄생한 쏘울은 박스카의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꽤 선전했지만, 2011년 하반기 비슷한 스타일의 경차 레이가 나오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월 판매량도 2010년 1850대, 2011년 1400대에서 2012년에는 556대, 2013년 232대로 줄었다. 특히, 2013년 10월엔 신형으로 바뀌었지만 월 300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월 1만3000대가량 팔리는 등 해외 시장에서의 인기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기아차 카렌스도 원체 인기 없는 국내 소형 미니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게다가 쉐보레 올란도까지 나오면서 판매량은 더욱 감소했다. 월 250~416대 팔리다가 2013년 신 모델이 나온 후 731대까지 반짝 늘기도 했지만, 작년 341대, 올해는 297대 수준으로 다시 떨어졌다. 

 

i40 역시 척박한 국내 왜건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2011년 출시 이후 2012년에 월 862대를 팔았지만, 올해에는 197대로 줄었다. 

아베오(젠트라)의 경우 국내 소형차 시장이 월 3000대 미만으로 워낙 작은 데다가, 현대차 엑센트에까지 밀려 자리를 못 잡았다. 2010~2015년 월 판매량도 113~335대로, 한번 잘 팔려본 적도 없다.

# 너만 없었어도…코란도투리스모, SM7, 알페온, 체어맨

쌍용차 코란도투리스모와 르노삼성 SM7·한국GM 알페온, 쌍용차 체어맨 등은 안쓰럽다. 동급 세그먼트에 너무 강력한 경쟁자가 있어 기 한번 펴지 못하고 근근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월 100대 수준으로 간신히 명맥만 이어오던 로디우스는 2013년 코란도투리스모로 바뀌면서 판매량이 866대로 늘었다. 그러나 작년 기아차 신형 카니발이 나오면서 757대로 줄었으며, 올해는 460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1~6월 코란도투리스모의 판매량은 2760대로, 카니발(3만2663대)의 8.5% 수준에 불과했다. 

SM7과 알페온도 현대차 그랜저의 후광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사례다. 두 모델 모두 2010년까지는 그럭저럭 잘 팔렸는데, 2010년 그랜저 HG가 나온 이후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졌다. 알페온 월 판매량은 2010년 1472대에서 올해 326로 감소했으며, SM7은 1112대에서 335대로 줄었다. 올해 1~6월 판매량은 알페온 1954대, SM7 2015대로, 각각 그랜저(4만1589대)의 4.7%, 4.8%에 머물렀다.

 

잘 나가던 쌍용차 체어맨은 제네시스와 에쿠스에 밀려 판매량이 급락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월 688대 팔렸지만, 올해는 105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 이 산이 아닌가봐요…아슬란, K9, 벨로스터

현대차 아슬란과 기아차 K9, 현대차 벨로스터의 공통점은 애매한 포지셔닝으로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것이다. 

 

아슬란의 경우 나온지 1년도 안 된 신차여서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별다른 신차 효과 없이 월 판매량이 목표했던 1840대의 절반 이하(771대)로 떨어졌으며, 앞으로의 반등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수입차를 겨냥해 만든 최고급 전륜구동 세단이라며 아슬란을 만든 이유를 밝혔지만, 그랜저와 차별성이 부족해 고전을 면치 못한다. 

K9 역시 기아차의 최고급 플래그십 세단으로서 수입차를 잡겠다고 나왔다. 그러나 출시 당시 어정쩡한 가격대와 최고급 5.0 모델을 제외하는 등 제네시스와 에쿠스 사이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최근에는 페이스리프트를 하며 5.0 모델을 내놨지만, 판매량을 반등시키는데는 실패했다. 월 판매량도 2012년 950대에서 올해 387대로 떨어졌다.

 

비대칭 3도어라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젊은 소비자들을 사로잡겠다던 벨로스터도 애매한 포지셔닝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디자인만 특이할 뿐, 출시 당시 엑센트·아반떼·i30과 다를바 없는 1.6 가솔린 모델만 나와 주행 성능에 차별화를 두지 못해 별다른 신차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후 6단 DCT 모델, 터보 모델, 터보+7단 DCT 모델 등을 추가했지만, 판매량은 2011년 1095대에서 올해 125대로 떨어졌다. 현대차는 벨로스터 출시 당시 판매 목표를 월 1800대로 잡은 바 있다.

# 수입차가 무서워요…i30, 에쿠스

국산 대표 해치백 모델인 현대차 i30과 국산 최고급 세단인 현대차 에쿠스는 수입차에 밀려 판매량이 점점 줄어들었다. 

 

i30는 폭스바겐 골프 등 수입 해치백에 밀렸다. i30의 월 판매량은 2010년 764대에서 2012년 1284대로 늘었으며, 2013년에도 868대로 골프(488대)보다 2배가량 많이 팔렸다. 그러나 작년 555대로 골프(604대)에 역전당하더니 올해에는 300대로 골프(937)보다 3배나 적게 팔렸다. 골프는 점점 늘어나는데, i30는 점점 줄어든 것이다.

 

체어맨을 쫓아낸 에쿠스는 수입차에 밀렸다. 2012년 월 1284대가 판매됐지만, 점점 줄어 올해 300대까지 떨어졌다. 하반기 신차 출시를 앞둔 하락세라는 주장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고급 수입차에 치여 줄어든 것이라는 분석이 더 우세한 형편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수입차 1~3위를 차지한 BMW 5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의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월 판매량은 각각 1621대, 1482대, 1064대로 에쿠스보다 3~5배 이상 많았다.

# 사골도 정도껏 우려야지…QM5, 렉스턴, 베라크루즈

르노삼성 QM5와 쌍용차 렉스턴, 현대차 베라크루즈는 오래된 구형 디자인과 사양을 그대로 유지해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은 모델이다.

 

QM5의 경우 2007년 국내 첫 출시 이후 2011년 페이스리프트, 2014년 네오(NEO)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비교적 나은 편이다. 그러나 이름이 바뀐것과 달리, 9년 전 모습이 아직도 남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최근 5년간 월평균 판매량은 412~746대 사이로 이른바 박스권을 맴돌고 있다.

렉스턴은 더 심하다. 2001년 대한민국 1%란 화려한 수식어로 태어난 후 2003년 뉴 렉스턴, 2006년 렉스턴2, 2008년 슈퍼 렉스턴, 2012년 렉스턴W로 바뀌면서도 15년 전 실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월평균 판매량도 2011년 697대에서 올해 403대로 떨어졌다.

 

베라크루즈 역시 2006년 출시 이후 별다른 변화 없이 10년을 끈질기게 버텼지만, 월 판매량은 2010년 805대에서 올해 297대로 하락했다.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데다가, 맥스크루즈까지 나오면서 판매 간섭까지 일어났다. 동급 형제 모델인 기아차 모하비가 아직 1000대 이상 팔리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QM5와 렉스턴은 내년 하반기에 신차가 나올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베라크루즈는 명맥이 끊긴다. 9월 유로6 도입에 맞춰 단종되고, 새로운 모델로 재탄생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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