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소연료전지차,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 일본 나고야=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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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03 09:14
[기자수첩] 수소연료전지차,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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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요타의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가 도요타 에코풀시티에서 수소를 충전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도 쉽지는 않다. 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가정에서 충전하는 전기차와 달리 수소연료전지차는 충전소가 근방에 없다면 전혀 운행할 수가 없다. 비용이 더 들거나 노력하거나 할 일이 아니라, 아예 운행할 수 없는 상황이니 차를 구입하는데 큰 걸림돌이다. 반대로 수소연료전지차가 없다면 충전소를 만들 사업자도 전혀 없을게 분명하다.

서로를 옭매는 이 교착상황(Dead lock)을 풀어내려면 결국 정부의 촉매제가 필요하다. 정부 주도로 수소충전소를 만들고, 수소연료전지차를 사는 이들에게 적극적 세제 혜택을 주어야만 수소연료전지차는 보급될 수 있다. 

▲ 주행중인 미라이의 뒷모습

그러나 과연 수소연료전지차는 미래의 자동차가 될 것인가. 현재 택시와 렌터카 연료로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LPG 연료 자동차도 충전소가 부족해 불만인데 수소충전소를 제 아무리 많이 설치한대도 운전자들이 만족할 수 있을까. 또 휘발유와 가격이 비슷한 상황(일본기준)에서 굳이 이 차를 선택했을때 얻어지는 연료비 잇점도 거의 없어서 왜 수소차를 선택해야 하는지 의문도 든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어디까지나 배터리 기술의 발전이 어느 수준에서 정체될 것이라는걸 상정하고 만든 기술이고 배터리 기술이 급작스레 발전한다면 더 이상 의미 없는 기술이 될지도 모른다. 

▲ 도요타의 시범용 수소연료 공급시스템도 독일 린데가 공급한 장비를 이용한다. 충전소의 설비 비용은 천연가스를 수소로 개질해 충전하는 시설을 포함해 우리돈 50억원 정도다. 이 중 20억원 정도를 일본정부가 부담했다. 

# 수소연료전지차는 무엇인가

수소연료전지차(Fuel Cell Vehicle)는 이름이 복잡할 따름이지 모두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만든 전기차다. 

중등교육과정에서 누구나 배웠듯 물에 전기를 가하면 수소와 산소가 나온다. 반대로 수소와 산소를 결합할 때 전기가 나오는걸 이용하는게 수소연료전지다. 압축수소를 통에 넣어 보관하고 산소는 공기중에서 얻는다. 이 둘을 한데 넣고 촉매를 거치기만 해도 전기가 나온다. 전기차와 다른 부분은 똑같지만 전기를 충전하는 대신 수소를 충전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 도요타 미라이가 주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 촉매에 희소광물인 백금이 들어간다는 점인데, 이 때문에 차량의 가격은 엄청나게 비싸진다. 현대차는 투싼ix수소연료전지차 출시 당시 1억3000만원이라는 가격표를 붙였고, 도요타가 미라이를 7000만원 정도에 내놓자 8500만원으로 낮췄다. 그러니 팔수록 손해라는 말이 나온다. 제조사도 어렵고, 구매자도 선뜻 돈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소를 만드는 과정은 주로 가스나 전기를 이용한다. 가스를 이용하면 결국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것이니 친환경에서 멀어지는 듯 하고, 전기를 이용하는게 상대적으로 바람직하다. 하지만 물을 전기분해 해서 수소를 얻고, 그걸로 다시 전기로 바꾼다는건 배터리에 비해 비효율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 '수소 미래'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왜 전기차가 아닌 수소차여야 하는가. 도요타의 글로벌세일즈 수장인 히로아키아와무라씨에게 물었다. 

그는 “발전소에서는 하루종일 꾸준히 전기를 생산하지만 상시 꾸준히 사용되는 것이 아니고 사용량이 적은 시간의 전기는 그대로 버려진다”면서 “남았을때 충분히 비축해야 하는데 배터리로는 한계가 있고, 무제한 저장하기 위해선 수소가 가장 좋은 해결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발전소와 송전의 막대한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전기차와 달리 수소연료전지는 각 지역별로 수소를 생산하고 배급하면 된다는 것이다. 

▲ 도요타 동아시아 오세아니아 책임자 히로아키아와무라씨가 기자들에 둘러싸여 답변하고 있다. 

아와무라씨는 “탄소는 어떻게 이용하든 이산화탄소가 나오는 만큼 유일한 해결책은 지구상에 많이 존재하는 수소고, 결국 손해가 나더라도 그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하면서 “하이브리드를 세상에 처음 선보일때도 미심쩍은 눈길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이 된 것처럼 수소연료전지차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는 11개소의 수소충전소가 있고, 일본에서는 연내 100개소를 만든다고 한다. 도요타가 ‘도요타 에코시티’에 설치한 시범용 수소충전소는 가스개질설비까지 합쳐 우리돈 50억원이 들었고, 일본정부가 20억원 정도를 제공했다. 충전소 설비는 일본내 에너지공급업체 연합이 만들고 관리한다. 일본내 모든 수소충전소 운영비의 2/3는 정부가, 1/3은 제조사가 부담한다.

여러가지 면에서 수소연료전지차 사업은 경제성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전혀 실용적이지 않은 이 분야는 우주탐사나 물리실험 같이 인류가 한걸음 내딛는데 꼭 필요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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