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슈퍼카를 알아?'…대학생이 만든 스포츠카 직접 타보니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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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22 15:03
'니들이 슈퍼카를 알아?'…대학생이 만든 스포츠카 직접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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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5 서울모터쇼.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 기묘한 스포츠카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우리나라에 이런 차를 만드는 곳이 있었다니… 유명 스포츠카 브랜드에서나 볼법한 강렬한 디자인에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 

▲ 2015 서울모터쇼 아주자동차대학교 부스. 슈퍼카 1호와 2호가 전시됐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좀 이상했다. 완성차 같은 든든한 느낌이 없어서 문짝은 당장에라도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단차도 상당히 컸고 실내의 꾸밈은 더 초라했다. 멀리서 뛰어온게 민망하게 느껴졌다.  

'아주자동차대학교'에서 교육용으로 만든차라고 했다. 전시 관계자에게 "달릴 수나 있나" 물으니 펄쩍 뛰며 "레이스를 목표로 하는 국내 최초 세로배치형 미드십 스포츠카"라고 열변을 토했다. 못미더운 눈빛을 눈치챘는지 "원한다면 학교에 방문해 직접 타보라"는 말을 덧붙였다. 

◆ 어, 진짜로 잘 달리네…'무시해서 죄송합니다'

▲ 아주자동차대학교 서킷을 달리는 슈퍼카 1호. 제법 잘 달린다

오라면 못갈줄 알고? 평소 친분이 있던 전문 카레이서와 함께 서울에서 2시간 동안 달려 아주자동차대학에 도착했다.

그런데 학교 뒤편에 마련된 트랙에는 '아주자동차대학교 슈퍼카 1호'가 제법 우렁찬 배기음을 뿜어내며 달리고 있었다. 꽤 빠르게 속도를 높이고, 능숙하게 코너를 돌아간다. 서킷이 그리 크지 않아 제 실력을 맘껏 발휘하지는 못하는 듯했다. 

"어 보통이 아닌데"

모시고 온 여성 카레이서에게 한번 타보시라 했다. 역시 차를 마구 잡아 돌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잠시 후 차에서 내리더니 입에서 신음 소리를 내며 만만치 않은 차라고 했다. 잠시 후 알게 된 일이지만 이 차의 달리기 성능만큼은 보통이 아니다. 특히 파워핸들 같은건 적용하지 않고 편의 사양 같은건 하나도 도입하지 않아 극도로 남성적인 자동차가 됐다. 1인승차여서 동승이 안되니 그 느낌을 간접 체험 할 수밖에.

 

이 차는 아주자동차대학교 학생들이 2011년부터 국가 지원을 받아 만든 슈퍼카 1호차다. 학교 특성상 직접 자동차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는데, 이왕이면 가장 멋진 슈퍼카를 제작해 보기로 학생들의 의견이 모였다고 한다. 이후 디자인, 설계, 제작 등 학교에 있는 7개 학과의 학생들이 대를 이어가며 몇 년 동안 밤을 지새워 완성했다.

최종 목적은 레이싱 대회 참가로 잡았다. 무척이나 냉정하면서도 현실적인 목표다. 세단 같은 일반 승용차는 비용과 시설에 한계가 있어 완성차 업체가 아니면 만들기가 어렵다. 반면, 레이싱카는 최대한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것들로 채우면 되니 도전할만한 과제다.

 

실제로 슈퍼카 1호는 각종 조작 버튼들을 최대한 기능적으로 몰아넣었다. 또, 에어컨 대신 긴 호스를 통해 바깥 공기를 빨아들여 실내 온도를 낮추도록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도 손잡이가 없어 줄을 당겨 여는 방식이었다. 

◆ 슈퍼카 1호, 어떻게 만들어졌나

엔진은 현대차의 3.8 자연흡기 엔진을 사용했지만, 슈퍼카 콘셉트에 맞게 미드십으로 얹었다. 국산차에 몇 없는 미드십 엔진 중 최초로 세로배치를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변속기였다. 국내 제품 중 세로배치형 미드십 엔진에 사용할 수 있는 변속기가 없기 때문이다. 수입품 중에는 있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장착하기 어려웠다. 결국 찾아낸 것은 쌍용차 이스타나의 4단 변속기. 슈퍼카와 이스타나, 뭔가 안 어울리는 조합이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고 한다.

▲ 슈퍼카 1호에는 에쿠스 등에 탑재된 현대차의 3.8리터급 자연흡기 엔진이 세로로 배치됐다

서스펜션은 직접 만들었지만, 쇽업소버는 외부 업체 제품을 구입해 썼다. 또, 디스크와 캘리퍼 등 브레이크 부품은 기존에 있던 제품을 사용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나머지는 모두 학생들이 손수 만들었다.

잠깐이지만 직접 주행해보니 스티어링과 가속페달, 브레이크페달, 변속기 등의 조작이 일반 자동차처럼 편하지는 않았다. 마치 카트를 타는 것처럼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반면 노면에 붙어 있는 듯한 낮은 시트포지션과 으르렁거리는 배기음, 차를 직접 조작해 움직이고 있다는 일체감은 만족스러웠다.

◆ 슈퍼카 2호, 더 강력한 엔진으로 완성도 높인다

▲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학생들의 위대한 도전은 응원을 해줘야겠다 

시행착오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것은 숙제다. 작년에 참가한 레이싱 대회에서도 중간에 엔진이 멈춰 완주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곧바로 문제를 바로잡았다고는 하지만, 최근에도 자잘한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는 모습이었다.

1호차에서 아쉬웠던 점은 2호차를 통해 개선될 예정이다. 현재 2호차의 디자인이 완성된 상태로, 1호차보다 더 날렵한 디자인에 지상고도 낮췄다. 특히, 더 강력한 엔진을 장착해 동력 성능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구형 에쿠스에 들어가던 4.5리터급 엔진이나 3.8 가솔린 엔진에 터보를 달아 출력을 높일까 고민 중이다. 게다가 1호차와 달리 성능 좋은 미드십 엔진용 변속기를 장착한다고 하니, 새롭게 탄생할 슈퍼카 2호가 무척 기대가 된다.

▲ 아주자동차대학에서 만들고 있는 슈퍼카 2호

아주자동차대학교 신성호 총장은 "학생들이 이런 슈퍼카를 만들 기회는 국내에서 우리 학교밖에 없으며, 세계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 차 전체를 직접 만드는 기회, 마음껏 공부할 기회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앞으로도 슈퍼카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학생들에게 진짜 교육을 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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