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신형 아우디 A6 페이스리프트, "무르익은 스포츠세단"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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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15 11:59
[시승기] 신형 아우디 A6 페이스리프트, "무르익은 스포츠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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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리프트'라는건 원래 성형외과에서나 쓰던 표현이다. 어려운 말로는 리터덱토미(Rhytidectomy)라고도 하는데 쉬운말로 '땡겨주는', 즉 주름살 제거술이다. 나이든 사람의 얼굴을 성형해서 젊어보이게 만드는 대표적인 성형수술. 그게 자동차 업계로 넘어와서는 낡은 차를 신형차처럼 보이도록 하는 잔재주를 뜻하게 됐다. 

사실 대부분 제조사는 '마이너 체인지'라는 표현을 쓰거나, BMW 같은 브랜드는 '라이프사이클 임펄스'라는 거창한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실속을 중시하는 미국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제조사의 노력을 다소 비하하는 의미가 더해지며 '페이스리프트'라는 표현을 널리 쓰게 됐다. 

 

그러나 A6 페이스리프트는 내장 디자인이나 헤드램프, 테일램프의 디자인이 참신해 이전의 A6 쉽게 떠오르지 않는 정도다. 워낙 앞서간 디자인인데다 파워트레인도 조금씩 향상됐으니 페이스리프트라는 표현은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 신차는 이전에 비해 더 좋은 점이 많은 반면 에러도 반드시 발생하기 마련이어서 페이스리프트를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 진정한 프리미엄카로 거듭나기

파란 하늘 찬란한 햇살이 내리 쬐는 가운데 검정색 A6의 자태는 좀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그리 많이 바뀐 것도 아닌데 새로운 LED 주간주행등이 달린 헤드램프 디자인 덕에 차의 이미지가 굉장히 달라진다. 어째서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다른 회사들보다 몇단계 앞서는 LED램프를 만들 수 있는건지 매번 궁금해진다. 여기 그릴도 더 낮고 더 스포티하게 변경됐다. 언뜻 봐도 전보다 훨씬 잘 달릴 것만 같다. 

 

2.0리터와 3.0리터의 가솔린엔진, 2.0리터와 3.0리터의 디젤엔진을 갖추고 있는데, 이를 이용해 190마력 35 TDI부터, 333마력의 50TFSI까지 6단계 출력 구분을 하고 각 단계별로 트림을 3개로 나눴다. 

너무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나머지 총 트림만 무려 18가지에 테크패키지나 럭셔리(혹은 디자인셀렉션) 패키지를 더할 수 있게 된다. 여기 테크패키지는 서라운드뷰, 메트릭스 LED 헤드램프(상대 차가 있는 곳만 제외하고 항상 상향등을 켜줌)와 액티브 레인어시스트(스스로 핸들을 돌려 차선 이탈을 막아줌)등을 묶어 270만원에서 460만원까지 차종마다 달라지고 소프트도어 클로징이나 안마시트를 갖춘 250만원짜리 럭셔리 패키지도 제공되는데 이쯤 되면 "옵션은 그만하면 됐으니 알아서 뽑아주세요"하고 두손을 들어야 할 정도다. 과장을 더하면 A6의 정확한 차 가격은 아무도 모르는 상황. 

 

좀 복잡하긴 하지만 이게 '원하는 대로 모두 맞춰주겠다'는 것으로 바로 프리미엄의 특징이기도 하다. 대량 생산 기성복 이미지에서 탈피해 좀 더 '나만의 자동차'답게 맞춤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독일에서는 내차 설정하기(Konfigurator)라는 웹사이트의 기능을 이용해서 원하는 차를 만든 후에 차를 구입하면 되는데, 국내서는 아직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서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처음엔 말 많았던 명명법도 이제야 좀 납득이 된다. 35 TDI나 30 TFSI 라는 식으로 차종 이름에 성능을 나타내는 숫자가 붙는데, 3.0리터 디젤엔진(320마력)에 붙는 숫자(55 TDI)가 333마력 가솔린 차(50 TFSI)에 붙는 숫자보다 더 큰게 특이하다. 이 숫자는 배기량이나 마력이 아니라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속력을 이용한 명명법은 갈수록 배기량이 낮아지는 다운사이징 시대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디젤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다. 최근 현대차만 해도 2.0리터 일반 쏘나타에 비해 성능이 더 우수하고 가격도 더 비싼 쏘나타 1.6 터보를 내놓을 예정인데, 이 차가 한단계 위라는 점을 표기하기도 소비자들을 납득 시키기도 어려운 상황에 접어들었다. 다른 브랜드들의 다운사이징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비해 아우디는 새 명명법을 통해 비교적 나은 해결책을 마련한 셈이다. 

# 리얼 우드, 리얼 알루미늄...속이지 않는 성실한 안팎

아우디의 실내는 우드 같이 생긴건 전부 실제 우드고 알루미늄 같이 생긴건 실제로 알루미늄이다. 플라스틱 위에 나무 무늬를 입히거나 하지 않는다. 다른 브랜드들은 '리얼 우드'라고 하면서도 나무 위를 플라스틱으로 두텁게 코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아우디는 나무 고유의 감촉을 살려놔서 오히려 이색적이다. 검정색 나무 위에 일렬로 무늬를 만들어 놓은 것도 마치 고급 요트 위 갑판 나무 처럼 보인다. 

처음에는 LED 헤드램프나 인테리어나 욕심이 과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고집스럽게 밀어붙인 결과 지금은 다른 브랜드들이 따라오며 아우디의 선진 이미지를 더해주고 있다. 

실내 뿐 아니라 보닛이나 트렁크, 문짝 등 보이는 대부분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있고, 화이트바디에도 알루미늄 합금을 적용한 부분이 많다. 차급에 비해 무게도 1890kg으로 꽤 가벼운 편이어서 움직임이 산뜻하다. 

 

시승차 50 TFSI는 출발 가속감이 생각보다 좋아서 깜짝 놀랄 정도다. 50 TFSI인만큼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5.1초. 3.0리터 가솔린 엔진에 슈퍼차저를 더한 333마력 모델로 낮은 RPM에서 부터 꾸준히 밀어 붙여주는 느낌이 터보와는 사뭇 다르다. 물론 연비가 조금 떨어지기 마련이겠지만, 콰트로까지 붙였는데도 불구하고 9.7km/l의 복합연비를 받아낸건 꽤 인상적이다. 콰트로 덕에 휠스핀 없이 쭉 가속되는 느낌도 얻어냈다. 

 

변속기는 7단 DCT를 기대했지만 국내서 50 TFSI는 연비나 다이내믹보다는 좀 더 정숙성을 중시한 8단 자동이 선택됐다. 20인치 타이어를 끼웠지만 달리는 느낌은 꽤 부드럽다. 정숙성은 극도로 강조됐다. 전면과 측면 유리 내에 차음 필름을 넣었고 차음재를 더 많이 집어 넣어 정숙성을 높이고 든든한 느낌도 더했다. 전반적으로 이 차는 부드럽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움을 추구하면서 '이 정도면 다이내믹은 충분하다'고 느껴지는 정도의 역동성만 추구했다. 이보다 강력한 차를 원한다면 S6나 RS6로 넘어가도록 한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준비해놓고 기다린다는 브랜드의 방향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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