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쌍용차 코란도 스포츠 ”캠핑…좋아하세요?”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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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5.20 10:50
[시승기] 쌍용차 코란도 스포츠 ”캠핑…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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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보이스카웃도 아니면서, 뒤뜰야영이 진행될때면 몰래 그들 사이에 섞여서 밤을 지샜다. 운동장 가운데선 장작이 활활 타올랐고, 친구들은 작은 텐트에 모여 무서운 얘기를 하나씩 꺼냈다. 그때만 해도 캠핑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초등학생에게 텐트는 마냥 신기하고 신비한 공간이었다. 나중엔 엄마를 졸라 방에 텐트처럼 생긴 모기장을 설치하곤 들뜬 밤을 보내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밤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친구들과 온라인에 모여 밤을 새는 것이 익숙해졌다. 하지만 그속에서도 캠핑에 대한 ‘로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행히 친구들이 하나씩 차를 사고, 가족이 생기면서 다시 자연을 찾게 됐다. 이미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우리지만 캠핑은 늘 새롭고, 설레는 것이었다. 

#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들

젊은 직원답지 않게 회식은 이상하리 만큼 좋아하지만, 회사 캠핑은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다. 임직원들 중에 캠핑을 즐겨하는 이도 없을 뿐더러, 그들은 뒷짐지고 갖은 참견을 해댈게 뻔했다. 텐트를 치거나, 고기를 굽는 것은 그렇다쳐도 뒷정리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한낱 ‘미생’에 불과한 모터그래프 취재팀원들은 어쩔 수 없이, 고위간부를 모시고 캠핑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고위간부님께서는 차는 자기가 이미 준비했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고 했다. 알아서 해라. 사원들에겐 가장 무서운 말이다. 그리고 자신은 이미 이번 캠핑에 엄청난 보탬이 됐다고 생색낼 게 뻔했다. 사원들은 서둘러 지인들에게 캠핑장비를 공수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단시간에 장비는 제법 그럴싸하게 모았다. 캠핑장을 찾아볼 여유도 없어서, 작년에 갔었던 안면도 몽산포오토캠핑장을 가기로 했다. 그곳에서의 기억은 아직도 가슴 시리다.

간부님께서 준비한 차는 쌍용차 코란도 스포츠. 그나마 개인적으로 쌍용차 중에서 가장 좋아한다. 2012년 코란도 스포츠가 처음 출시됐을때, ‘주말을 바꿔라’란 캐치프레이즈가 꽤 마음에 들었다. 또 카달로그에서 ATV를 화물칸에 싣고 있는 모습에 호기심이 동하기도 했다. 픽업트럭의 무한한 실용성만으로도 이 차를 구입할 이유는 충분하다.

▲ 텐트, 타프, 의자 4개, 테이블, 바베큐 그릴 등등 굉장히 많은 캠핑 도구가 무리없이 실린다. 별도의 하드탑을 설치하면 더 많은 짐을 안전하게 적재할 수도 있다.

화물칸의 크기나 400kg의 최대적재용량은 다양한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캠핑과 같은 레저 활동에만 좋은 것이 아니다. 가령 냉장고를 나른다고 할때, 웬만한 SUV가 그 무게를 견딜 순 있겠지만 정작 차에 실을 순 없다. 하지만 픽업트럭은 웬만해선 화물의 크기나 모양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텐트와 대형 타프, 의자, 테이블 등을 비롯해 각종 캠핑 도구가 무리없이 실렸다. 뒷바퀴가 위치한 부분이 솟아오르긴 했지만, 기본적인 공간이 드넓다. 또 간소하게 떠나는 캠핑이라면 텐트를 굳이 땅에 칠 필요도 없다. 화물칸이 2인용 텐트 정도는 충분히 소화한다. 

▲ 홀로 움직일때면 이런 방식도 좋다. 생각보다 넓어서 두명까진 충분히 하룻밤을 보낼만 하다.

# 온힘을 끌어올려라

평일임에도 서해안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서부간선도로에서 장시간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코란도 스포츠는 혼자 탔을 때와 여러 명이 많은 짐을 싣고 탔을 때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경쾌한 느낌은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여러 명이 탔을때 승차감이 더 낫다. 안정감도 높아진다. 일반적인 SUV와는 분명 다르다. 댐핑 스트로크가 유독 긴것 처럼 느껴진다. 화물 적재를 고려한 세팅이다. 무게로 이를 눌러줄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디젤 엔진 특유의 견인력이 살아있다. 엔진회전수가 적당히 오르면, 가속페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개발 단계부터 저속 토크 및 최대토크 성능에 중점을 뒀다. 최대토크는 1500rpm부터 2800rpm에서 발휘된다.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폭은 넓지 않지만, 일단 출발과 동시에 힘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쌍용차의 이전 엔진보다 효율성이 높아지고, 배출가스가 감소된 점도 특징이다.

그럼에도 엔진 성능이 더 넉넉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작은 트레일러라도 추가되면 힘이 부족할 것 같다. 이미 현재 상태로도 고속 주행 성능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속도는 아주 천천히 높아진다. 그 한계점도 빨리 찾아온다. 

 

배치 방식은 다르지만, 용도가 다른 코란도C와 같은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더욱이 무게 차이도 크기 때문에 코란도 스포츠가 힘이 달리는 것은 당연하다. 성능 면에서는 적당한 타협을 이뤘다면, 대신 소음이나 진동 등을 없애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코란도 스포츠의 초기 모델에는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고, 지난해 초부터 메르세데스-벤츠의 5단 E-트로닉 변속기가 탑재됐다. 다단화 변속기 시대에 단수를 하나 줄이는 것은 보기 드문 경우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5단 E-트로닉 변속기는 변속이 부드럽고, 6단 변속기는 코란도 스포츠에게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오히려 지금이 제짝을 찾은 느낌이다.

▲ 아주 천천히 각 부분이 변경되고 있다. 쌍용차도 변화가 필요하단 것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느리지만, 일단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 자연에서 느끼는 달콤한 휴식

시승차는 최고급 사양이지만, 내비게이션을 별도로 추가하지 않은 모델이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몽산포 오토캠핑장까지 달렸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 막히는 길에선 우월했다. 모터그래프의 제네시스가 먼저 출발했는데, 도착은 코란도 스포츠가 빨랐다.

도착하자마자 정신없이 짐을 내렸다. 자고 올 계획이 아니었고, 출발도 늦었던 탓에 서둘러야 했다. 이왕이면 짧은 시간이라도 제대로 보내고 싶었다. 텐트를 치고, 참나무숯을 만들고, 고기를 굽고... 까마득했다. 간부님께서는 짐을 내리자마자 시승을 하신다며 차를 끌고 나가셨다.

 

각자 맡은 일을 묵묵하게 처리했다. 문득 텐트를 치다, 차라리 사무실에서 기사나 쓰고 있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모든 것이 순조롭게 마무리됐고 잠시 해먹에 누우니 비로소 소나무향이 가득한 것을 알았다. 귀를 기울이면 새소리와 파도소리도 들렸다. 이 잠깐의 순간만으로 오늘의 수고가 모두 보상 받은 듯 했다.

 

# 픽업트럭의 무한한 가능성

캠핑도 캠핑이지만, 일단 직업 특성상 차를 타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뒷좌석보다 운전석에 있을때가 더 마음이 편하다. 이왕 태안까지 온 김에 근처 오프로드로 차를 몰았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이 숯이 되기까지 시간도 남았다.

코란도 스포츠는 엔진이 세로로 배치된 후륜구동이다. 여기에 파트타임 사륜구동 방식이 추가됐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2H, 4L, 4H 등으로 변경할 수 있다. 쌍용차는 상시사륜이 아니라 때에 따라 사륜구동 시스템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이 좋다고 설명한다. 물론 맞는 얘기지만, 요즘은 효율이 극대화된 전륜구동을 기반으로 한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도 많아서 연비효율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어지간한 차로는 빠져나오기 힘든 지역에서 파트타임 사륜구동의 위력은 더욱 빛난다. 디퍼렌셜을 모두 잠그고 로(Low) 모드까지 선택하면 무서울게 없이 든든하다. 

 

프레임 바디도 장단점이 있다. 일단 뼈대가 튼튼하기 때문에 험난한 오프로드도 걱정이 없다.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차체 변형이 적다. 대신 강철 프레임 위에 구조물이 올라가는 만큼 무거워진다는 단점이 있다. 쌍용차는 새로운 플랫폼 개발에 투자할 비용이 넉넉치 않기 때문에 기존 플랫폼을 조금씩 개선하고 있다. 구형이라고 지적할 수 있지만, 그만큼 숙성된 플랫폼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잘 다져진 임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돌무더기가 쌓인 오프로드에서도 침착하게 바퀴를 노면에 내딛는다. 최저 지상고도 높은 편이어서 패인 노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단 픽업트럭 특성 상, 차체가 길어 진입각이나 이탈각이 다소 아쉽다. 타이어 크기를 키운다면 한층 오프로드가 쉽겠다. 어쨌든 순정 상태로도 도심형 크로스오버와는 질적으로 다른 오프로드 성능을 발휘한다.

# 수고했어, 코란도 스포츠!

그 사이 이미 장작은 활활 타올라 숯으로 변했다. 웨버 그릴은 직화, 훈제 등 다양한 요리법이 가능하다. 다들 참을성이 부족해 돼지 목살을 바로 그릴 위에 올렸다. 감자와 고구마도 호일로 감싸 숯 주변에 놓았다. 야외에서 먹는 음식은 블로거 광고로 도배된 맛집과 비교가 안된다.

▲ 캠핑장에 사람이 적어, 개수대가 모두 문이 잠겼다. 야채 들고 캠핑장을 한시간 돌아다녔던 미생.

고기가 조금씩 줄어들수록 다시 돌아갈 생각이 목을 조였다. 먼저 쓰레기를 버리고, 각종 도구를 정리하고, 텐트는 역순으로 해체하면 된다. 머릿속으론 계산이 되는데 그 귀찮음을 감당할 수 있을까. 간부님은 이미 고기를 먹을 때부터 가방을 메고 있었다. 뒷정리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해는 조금씩 수평선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고, 의기투합한 모터그래프 미생들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움직였다.

 

돌아오는 길. 다행히 서부간선도로까진 통행이 원활했다. 고단했던 하루를 보낸 미생들, 편안한 드라이브와 야외에서 식사를 해결한 간부님 모두 꿈나라에 헤어나오지 못했다. 오는 내내 새삼 코란도 스포츠가 다소 낯설다고 생각됐는데, ‘사골’처럼 돌려쓰던 스티어링휠이 바뀌었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았다. 스티어링휠 하나 바꾸는 것도 그리 쉽지 않았을텐데, 바로 못 알아봐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 하루 온갖 짜증을 억누르고 바삐 움직였던 나나, 무거운 짐을 지고 묵묵히 먼길을 달려준 코란도 스포츠가 별반 다르지 않게 보였다. 수고했어, 오늘도!

* 장점

1. 국내 유일의 픽업트럭. 픽업트럭의 장점이 코란도 스포츠의 장점. 

2. 쌍용차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3. 연간 자동차 세금이 2만8500원에 불과하다.

* 단점

1. 엔진 성능이 그리 부족하진 않지만 여유롭진 못하다.

2.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투박한 실내 디자인. 

3. 차 크기에 비해 뒷좌석 공간이 다소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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