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신형 투싼…소형 SUV의 통념 깨뜨리다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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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01 01:22
[시승기] 현대차 신형 투싼…소형 SUV의 통념 깨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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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SUV는 잘 달리지 못한다. 좁다. 시끄럽다. 싸구려다… 혹시라도 이런 선입견이 있었다면 보기 좋게 깨질게 분명하다. 

신형 투싼은 차급을 새로 정의 내려야 할 만큼 굉장히 고급스럽고 깜짝 놀랄만큼 잘 달렸다. 물론 값도 결코 싸지 않다. 가격의 폭이 2340만원부터 3745만원까지로 매우 넓어 이젠 엔트리 CUV부터 고급 CUV까지 두루 표방하고 나섰다. 

스포티한 재미까지 느끼기는 조금 이른지 모르지만, 대체로 부족함을 찾기 어려웠다. 다만 사소한 몇가지 오류나 불편함이 여전히 눈에 띄었다. 

 

# 즐겁지만, 달리기 위한 차는 아니다

이 차에는 우선 디젤 엔진만 탑재되는데, 1.7리터급 디젤엔진과 DCT의 조합이나 2.0리터급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 중 한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둘다 타봤지만 이건 굉장한 고민거리가 된다. 

거대해진 덩치에 '1.7'이라니 좀 부족할성 싶기도 한데, 실제 달려보면 의외로 쭉쭉 나가는 느낌이 매력적이다. 특히 2,3,4단을 치고 나갈때는 툭툭 변속되는 DCT의 매력이 느껴진다. 변속할 때마다 엔진회전수(rpm) 계기의 바늘이 홱홱 젖혀지는 것을 보자면 기분이 괜스레 상쾌해졌다.

듀얼클러치변속기(DCT)의 장점은 빠른 변속에도 있지만 적절한 기어비에도 있다. 일반 자동변속기라면 한번 세팅한 변속기 기어 세팅을 소형부터 대형까지 여러차에 두루 사용하기 마련이지만, 듀얼클러치변속기는 모든 차에 조금씩 다른 기어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따라서 힘이 조금 부족한 1.7리터 엔진에 걸맞는 가속 기어비가 세팅 돼 있는데, 적절한 기어가 맞물릴때의 이 감촉 또한 매우 절묘하고, 심지어 속이 다 시원하다. 고속도로에서라면 1.7리터인걸 느낄 수 있지만, 시내에서의 가속감은 2.0리터 엔진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경쾌하게 느껴졌다. 

 

다만 아쉬운건 이 차의 DCT가 어디까지나 스포티한 느낌이 아니라 일반 자동변속기와 유사한 느낌을 내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가끔 우연히 착착 들어맞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아니라면 그저 부드럽게 변속될 뿐이다. 디젤 엔진이라 배기음도 좀 심심한데, 이런 것들만 조금 더 스포티하게 세팅했다면 마니아들이 좋아했을 것 같다. 

엔진 최대 출력이 4000rpm 정도에서 나오고, 기를 쓰고 밟아도 4300rpm이면 변속이 돼 버린다. 다시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연비와 편안한 주행감각을 위해 세팅된 차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고속에서의 힘은 2.0리터급 엔진이 훨씬 우수하다. 실내 인테리어 소재도 조금씩 더 비싸고 편의 옵션도 조금씩 더 낫다. 다만 인테리어의 만족감은 보는 사람마다 다를텐데 개인적으론 1.7리터에 들어가는 오렌지색 인테리어가 가장 예쁘게 보였다. 안전벨트부터 스티치까지 오렌지색으로 꼼꼼하게 더한 부분에선 감탄할 정도다. 

# 코너에서는 믿음이 간다…브레이크는 '아직'

'드라이브 모드' 버튼은 처음 나온게 아니지만, 그 효과는 점차 나아지고 있다. 이전 모델은 스포트(SPORT)로 바꿔도 ‘그 밥에 그 나물’ 같았지만, 이제는 확실히 구분이 된다. 고속에선 안정감이 커질 뿐 아니라 좀 뻑뻑하게 느껴져 돌릴때면 좀 힘이들 정도다. 좋다는 얘기다. 

서스펜션이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돼서 차선을 옮길때는 물론 급코너에서도 차가 기울어지는 느낌은 거의 없다. SUV라는걸 감안하면 굉장히 뛰어난 안정감이다. 세단이라도 이 정도로 훌륭한 차는 흔치 않다. 

다만 시승한 전륜구동 모델은 코너에서 가속페달을 조금만 강하게 밟아도 휠스핀이 삑삑 일어났는데, 토크가 큰 차종인만큼 4륜구동을 선택하는게 좀 더 안전할 것 같다. 다행스런 점은 휠스핀이 일어나면서도 이전모델과 달리 핸들이 풀리지 않는다거나 한쪽으로 틀어지는(토크스티어) 현상이 크게 일어나지는 않았다. 조향 장치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던 것 같다.

비록 전체적으론 나쁘지 않은 핸들 감각을 갖췄지만 C-MDPS(파워핸들 모터가 실내에 있음)를 이용하고 있어서 예리함이나 피드백은 좀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유럽형에만 장착한다는 R-MDPS를 장착한다면 더 좋은 핸들이 될까 기대도 된다. 

주행 감각에서 너무 커진 만족감 때문이었을까. 브레이크는 여전히 실망스럽다. 그리 잘 서지 못할 뿐더러 급감속을 하려면 답력이 너무 많이 필요해 세밀한 조작이 어렵기 때문이다. 

 

# “느리게 열려라 참깨!”

2.0리터에 장착된 전동 리어해치(트렁크)는 스위치만 누르면 “지잉” 소리와 함께 열리고 닫힌다. 폼 잡을 때 아주 요긴한 기능이긴 한데 좀 느리다. 재보니 약 8초. 이번이야 웃고 넘어가지만 장마철에 비맞으며 우산을 꺼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진심으로 화가 날 것 같다. 안전을 위해 느리게 세팅했다지만 그리 똑똑한 해결책은 아니다. 느리게 끼더라도 아픈건 아픈거다. 트렁크는 무조건 더 빨리 움직이고, 더 민감한 센서를 이용해 피해를 막는게 바람직하다. 

여러가지 사소한 오류가 있는데, 그 중 우적감지 와이퍼는 어쩐일인지 수시로 멈칫거린다. 조만간 해결되기야 하겠지만 차를 꼼꼼하게 만들고도 이런 오류가 남은 원인이 궁금해진다.  

물론 중요한건 자잘한 옵션이 아니라 공간 자체다. 트렁크 공간은 '소형'이 맞나 다시 봐야 할 정도로 넓다. 뒷유리가 깎인 디자인 탓에 수치상(513리터) 크지는 않지만 바닥 면적이 넓어 활용도가 넓다. 골프백 4개는 물론, 커다란 스토케 유모차도 층층이 3개는 들어가겠다. 실내 공간도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할 정도로 만족스럽다. 뒷좌석은 무릎 공간이나 머리공간이 모두 넉넉하고, 등받이도 꽤 기울어져 느긋하게 몸을 기댈 수 있다. 

전동 차양 기능이 내장된 파노라마 선루프는 그 넓이도 압도적이어서 시원한데다 말그대로 활짝 열려 뒷좌석 승객도 기뻐하겠다. 시트의 질감과 소재, 컬러 모두 대단히 발전했다. 다만 부분적으로 딱딱한 플라스틱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게 좀 아쉽다. 

 

# 투싼, 세계 최고 소형 CUV 될까

어찌보면 빨리 달리는 차가 더 많은 기름을 쓰는건 당연하다. 마치 가스레인지의 불을 키울때 더 많은 가스를 쏟아넣어야 하는것과 같다. 소위 ‘트레이드오프' 관계다. 못 달리고 절약하거나, 잘 달리고 기름을 허비하거나. 

그런데 DCT의 출현과 다운사이징 엔진의 등장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1.7리터 디젤 엔진에 DCT 변속기를 장착한 신형 투싼은 기름은 훨씬 적게 먹고도 더 잘 달린다. 차는 커지고 실내도 넓직하지만 외관은 훨씬 더 날렵해 보이는 점도 두마리 토끼를 잡은 듯 하다. 특히 디자인에선 어지간한 수입차와 비교해도 자부심이 느껴질 정도다. 

항상 이전에 비해 월등히 나은 제품을 내놓는게 요즘의 현대차다. 비록 우리의 눈에는 현대차의 행보가 좀 더디게 보였지만, 어느새 전세계 자동차 업계의 선두주자로 올라섰다는 사실을 이 차를 통해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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