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인피니티 Q70 디젤…알려지지 않았던 최고급 세단
  • 제주도=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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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13 08:31
[시승기] 인피니티 Q70 디젤…알려지지 않았던 최고급 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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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는 유려한 스타일과 고급스러운 실내, 강력한 주행 성능 등 차고 넘칠 정도로 우수한 상품성을 갖춘차다. 하지만, 독일차에 쏠린 국내 소비자들은 인피니티까지 꼼꼼히 살피지 못했던 것 같다. 기존 인피니티의 플래그십 모델인 M은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E클래스, 아우디 A6 등에 밀려 잘 팔리지 않았다. 인피니티는 상품성을 개선한 Q70 페이스리프트를 출시하며 반전에 나섰다.

 

독일 프리미엄 세단과 비교 했을때 Q70의 장점은 명확하다. 성능과 안전·편의 사양 등 비슷하거나 더 우수한 상품성을 갖췄음에도 가격은 수백에서 수천만원까지 저렴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작년 Q50의 성공으로 인해 이제는 Q70이라는 이름도 꽤 익숙하다.

다소 쌀쌀했던 제주도 봄바람을 맞으며 인피니티 Q70 3.0d(6220만원)를 시승했다. 시승 코스는 한라산 중턱까지 올라가는 구불구불한 산길, 시원하게 쭉 뻗은 직선 도로, 시원한 바다가 펼쳐져 있는 해안도로 등 다양하게 구성된 약 150km 구간이다.

# 주행성능? 인피니티는 원래 잘 달려

인피니티가 잘 달린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닛산은 2011년 G25 출시 전까지는 300마력 이하의 보통차(?) 따위는 내놓지도 않았을 정도로 '달리기 능력'에 대한 추구와 자신감이 대단하다. 렉서스가 정숙성과 부드러움을 강조한다면, 인피니티는 고회전 엔진으로 온몸을 짜릿하게 자극한다. 

 

특히, Q70 3.0d는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유럽식 주행 감성을 지녔다. Q70 페이스리프트는 가변식 서스펜션 댐핑 강성 시스템을 개선해 승차감을 대폭 향상시켰는데, 가솔린 모델은 미국 스타일의 부드러움을, 디젤 모델은 유럽 스타일의 단단함을 반영해 조금씩 다르게 프로그래밍됐다고 한다. 

강한 바람이 부는 제주도의 거친 도로를 달리는 동안 달라진 서스펜션의 우수함이 그대로 몸에 전달됐다. 강한 바람에도 쏠림이 적고 울퉁불퉁한 노면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했다. 속도에 따라 서스펜션의 반응도 달라진다. 저속에서는 미국차처럼 부드러워서 편안했고, 고속에서는 독일차처럼 단단해서 안정적이다. 

# 시종일관 강력한 디젤 엔진, 변속기와 궁합도 좋아

 

Q50 2.2d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젤 엔진이 장착됐지만, Q70에는 르노산 3.0리터급 6기통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238마력, 최대토크는 56.1kg.m로 배기량 대비 그리 우수한 숫자는 아니다. 그러나 최대토크가 1750~2500rpm의 저회전수에서부터 발휘돼 초반 가속력이 우수했으며, 고속까지 부족함 없이 강력한 동력 성능을 이어갔다. 함께 시승한 333마력의 Q70 3.7 가솔린 모델을 따라가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고, 순간순간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때도 많았다. 사실, 대형 세단이든, 대형 SUV든 승용 디젤 모델은 3.0리터급 엔진으로 충분히 잘 달린다. 

변속기는 7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는데, 엔진과의 궁합은 만족스런 수준이다. 특히, 1단 4.7831, 2단 3.1026, 3단 1.9842 등 꽤나 공격적인 기어비로 설계돼 엔진의 성능을 최대치까지 끌어내 속도를 높였다. 일반적으로 1~3단 저단 기어비가 클 수록 가속력이 뛰어나 주행 성능이 좋다. 변속기 레버를 통한 수동 변속도 가능한데, 독일차 프리미엄 세단 못지 않게 신속하게 변속했으며, 충격도 거의 없었다. 다만, 이런 공격적인 엔진, 변속기 세팅에도 패들시프트가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또, 스포츠와 에코, 스노우, 스탠다드 등 4개의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단순히 변속 타이밍뿐 아니라 엔진 스로틀과 스티어링휠의 반응까지 달라지는데, 각 모드마다 몸이 쉽게 느껴질 정도로 주행 성능을 적극적으로 바꿔줘 운전이 재밌었다.

# BMW와 다른 무게 배분, 더 짜릿하다

인피니티가 추구하는 최상의 무게 배분은 BMW(50:50)과 달리 52:48로, 앞부분이 조금 더 무겁다. 후륜구동이어도 방향을 조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앞바퀴여서 앞바퀴 접지력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가속을 할 때 하중이 뒤로 쏠리기 때문에 급격한 코너링 등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 앞쪽이 약간 무거운 편이 더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미묘한 무게 배분의 차이를 알기는 어렵지만, Q70의 주행 능력은 BMW 못지 않게 우수했다. 한라산을 등반하는 굴곡진 와인딩 코스에서도 거칠 것이 없었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인 다음, 스티어링휠을 돌려 방향을 바꾸고, 다시 가속페달을 밟는’ 반복된 코너에서 조금의 오차도 없이 안정적으로 무게 중심을 이어갔다. 확실히 차의 성격은 요즘 부드러워진 5시리즈, E클래스, A6보다 스포티하다. 시승을 하면 할 수록 나도 모르게 점점 과감해지면서 차를 극단적으로 몰아붙혔는데, 실망시키지 않고 기대에 잘 부응해줬다.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 덕분에 자칫 간과할 수도 있는데, 이차는 진동과 소음도 잘 잡아냈다. 외관 디자인이 풍절음이 적은 공기역학적 디자인인 데다가, 페이스리프트를 하면서 차체 중앙 센터터널을 중심으로 방음재와 흡음재를 대거 보강했다. 또, 후면에는 흡음재, 방진재뿐 아니라 진동 흡수 댐퍼를 추가했으며, 쇽업소버도 내부 설계를 변경해 잔진동을 보다 잘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강성을 높인 새로운 휠 디자인을 적용해 타이어와 휠을 통해 들어오는 노면 소음과 진동을 차단하는 등 플래그십 세단에 맞는 정숙성을 갖추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 너무 늦은 변화? 내실 다졌다

 

Q70의 주행 성능은 매우 만족스럽지만, 너무 늦은 페이스리프트에 대해서는 아쉬움도 있다. Q70(기존 M)은 2002년 1세대 출시 이후 3년 만인 2005년에 2세대 모델을 내놨으며, 5년 후인 2010년에 3세대 모델을 출시하는 등 빠른 모델 체인지로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풀체인지가 기대됐던 올해 페이스리프트를 출시했다. 

또, 인피니티가 자랑하는 인텔리전트 크루즈 콘트롤, 360도 어라운드뷰, 어댑티브 프론트 라이팅 시스템,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 차간 거리 제어 시스템, 전방 추돌 예측 경고 시스템, 인텔리전트 브레이크 시스템 등 최첨단 사양들이 디젤 모델에는 단 하나도 적용되지 않았을뿐 아니라 가솔린 모델에서도 최고급 트림인 익스클루시브 모델에만 탑재됐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주행 성능을 개선해 내실을 충실히 다졌을뿐 아니라 외관 디자인도 화려하게 바꿔 존재감을 키웠다. 전면부 그릴은 Q50에 적용됐던 그물망 스타일로 바뀌었으며, 사람의 눈을 연상시키는 시그니처 LED 해드램프와 독특한 느낌의 LED 안개등, 스포티한 디자인의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LED 방향지시등 일체형 사이드미러 등 모든 램프를 LED로 바꿨다. 

실내는 운전석과 조수석을 독립된 공간으로 만든 더블아치형 레이아웃을 기반으로 원목 등 고급 소재를 사용해 안락하고 편안하게 만들었다. 또, 차량 설계 단계부터 함께 만든 보스 오디오 시스템을 비롯해 운전석 시트와 사이드미러, 스티어링휠, 온조, 오디오 등의 설정을 저장할 수 있는 인텔리전트키 등 나무랄데 없이 다양한 안전·편의 사양이 적용됐다.

* 장점

1. 비슷한 사양의 동급 독일차보다 수백에서 수천만원 저렴하다.

2. 달리기 능력은 오히려 독일차보다 더 스포티한 느낌이다.

3. 디젤차라는 것이 의심될 정도로 소음·진동을 잘 잡았다.

* 단점

1. 풀체인지를 해야 할 때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왔다.

2. 같은 배기량의 경쟁 모델보다 연비가 나쁘다.

3. 구매층의 높은 연령대를 감안하면 외관이 너무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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