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으로 '서민의 발'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경차가 점점 비싸지고 있다. 소형차나 준중형차에나 달릴 법한 사양을 집어넣고, 동력 성능을 높인 터보 엔진을 장착한 고급 경차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 기아차 모닝 터보, 1440~1651만원

▲ 기아차 모닝 터보

기아차는 지난달 8일, 모닝 페이스리프트를 출시하며 고성능 터보 모델을 추가했다. 1.0 카파 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06마력, 최대토크 14.0kg·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일반 모델(78마력, 9.6kg·m)과 비교해 출력과 토크가 각각 36%, 46%나 우수한 수치다. 특히, 효율 좋은 CVT 변속기를 조합해 리터당 14.0km의 연비까지 확보해, 일반 모델(15.2km/l)과의 차이를 7.9%로 줄였다.

또, 고성능 모델에 걸맞게 외관에 레드와 블랙의 투톤 사이드미러, 터보 전용 엠블럼 등을 적용했으며, 실내에는 레드브라운 색상으로 포인트를 줬다.

▲ 기아차 모닝 터보 실내

향상된 상품성만큼 가격도 올랐다. 모닝 터보는 1440만원으로, 한 단계 윗급(소형차)인 현대차 엑센트 저가모델(1297만원)보다 150만원이나 비싸다. 여기에 15인치 휠, 내비게이션 등 총 211만원에 달하는 옵션을 추가하면 1651만원까지 뛰어오른다. 이는 엑센트 최고급 모델인 1.6 GDI 블루세이버(1637만원)보다도 14만원 비싼 것이며, 두 단계 높은(준중형차) 현대차 아반떼 하위 트림(1560만원)보다 91만원 높은 것이다(자동변속기 기준).

▲ 기아차 모닝 터보 엔진룸

특히, 모닝 페이스리프트는 일반 모델의 기본 가격도 1080~1325만원으로, 이전(1036~1306만원)보다 19~44만원 올랐다(바이퓨얼, 밴 제외).

◆ 쉐보레 신형 스파크도 터보 추가

▲ 쉐보레 스파크 C-테크

올해 상반기 국내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한국GM 쉐보레 신형 스파크에도 1.0리터급 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최고출력은 90마력과 115마력 등 2가지 버전으로 나올 예정인데, 국내에 어떤 버전이 판매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115마력 고성능 버전의 경우 현재 판매되는 C-테크 모델(75마력)보다 출력이 53%나 우수하다. 업계에서는 한국GM이 지난달 출시한 C-테크를 스파크 기본 파워트레인으로 유지하면서 터보 모델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라인업을 갖출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쉐보레 스파크의 C-테크 무단변속기

스파크 터보 역시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풀체인지 모델인 데다가, 새롭게 개발한 터보 엔진과 신규 사양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GM은 파워트레인을 개선한 스파크 C-테크를 출시하며 가격을 84~130만원 올린 1112~1458만원으로 책정했다. 여기에 추가 옵션을 더하면 최고가는 1508만원에 달한다.

◆ 경차 고성능·고급화, 어쩔 수 없는 선택?

업계에서는 국내 경차 시장은 모닝과 스파크, 레이 등 겨우 3개 차종이 경쟁하는 한정된 규모라며 이미 정체기에 들어서 앞으로의 추가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파워트레인을 개선하고 안전·편의 사양을 추가한 '고급 경차'를 출시해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 2014 국산차 베스트셀링카

실제로 작년 경차 판매량은 18만6702대로 전년(18만2021대)보다 2.6% 늘었지만, 점유율은 15.86%에서 15.26%로 0.6%p 감소했다. 업계 평균 성장률(6.6%)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종별로는 모닝이 2.6% 늘어난 9만6089대(점유율 51.5%), 스파크는 0.8% 감소한 6만500대(32.4%), 레이는 9.8% 증가한 3만113대(16.1%)다. 

기아차 관계자는 "경차 터보 모델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높아 고급 경차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자체적으로 모닝 터보의 비중을 전체 1%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판매가 시작되니 8%를 웃돌 정도로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2012년 출시된 레이 터보의 경우 판매 비중이 2013년 10%에서 작년 12%로 늘어난 만큼, 모닝 터보도 입소문을 타면 10% 내외의 안정적인 비중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경차 고성능·고급화, 결국은 제 살 깎아 먹기?

그러나 일부에서는 경차의 고성능·고급화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최근 20~30대 소비자들의 경차 구매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까지 오른다면 소형차나 준중형차 등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기아차 모닝 터보의 가격 및 사양·옵션

이에 대해 기아차와 한국GM 측은 "고급 경차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으며, 신규 파워트레인뿐 아니라 타이어공기압경보장치와 차체자세제어장치 등 의무화된 안전 시스템 등이 추가돼 가격이 다소 올랐다"면서 "인상 폭을 최소화해 소비자들에게는 실질적으로는 인하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소비자들을 설득하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 경차 시장은 3개 차종만으로 국산차 점유율 15~16%를 차지할 정도로 견고하지만, 이는 정부의 규격 제한 및 세금 등을 통한 수입 경차 방어 정책 덕분"이라며 "계속된 가격 인상은 시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만큼 수입 경차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결국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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