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본격적으로 싼타페 연비 보상에 나서자, 단체 소송을 준비하던 소비자들의 반응이 두 가지로 갈렸다. 일부는 소송을 취하하고 보상금을 선택한 반면, 일부는 여전히 강경한 태도로 소송을 계속 하겠다는 입장이다.

17일, 현대차는 8일 싼타페 연비 보상 페이지를 개설한 이후 5일 만에 2만7000여명이 보상금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보상 대상자인 13만7000여명의 20%에 달하는 것으로, 현대차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속도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체 보상금 규모는 약 548억원 수준"이라며 "모든 신청자에게 즉각적으로 보상금을 제공하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빨리 지급해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싼타페 연비 과장 집단 소송, 2라운드 돌입

현대차가 보상을 실시한 이후 포털사이트 '연비부당광고 집단소송' 카페에는 싼타페 소송을 취하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10월 이후 보름간 약 200여명이 취소 신청을 했으며, 매일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한 소비자는 "승소가 불확실한 기약 없는 소송 대신, 보상금을 받기로 했다"며 취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은 소송을 계속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소송을 진행하는 법무법인 예율 측은 "1~3차에 걸쳐 약 6000여명이 참가한 것을 감안하면 소송 취하 인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면서 "현대차 보상 규정에 '향후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에 동의합니다'라는 내용이 있어, 재판에 승소하더라도 추가 보상금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 설명했다.

▲ 네이버 '연비부당광고 집단소송' 카페. 현대차 보상 이후 소송 취하 인원이 늘어났다

예율 김웅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10년이든 20년이든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기간 동안 매년 실주행거리를 계산해 보상금을 지급하는데, 국내에서는 5년×1만4572km로 제한했다"면서 "현대차가 산정한 보상금(40만원) 규모 역시 우리가 계산한 150만원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에서 현대차에 10억의 과징금을 부과한 만큼, 현대차의 과실이 명백해 승소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1심 결과를 확인한 후에 현대차의 보상금을 받아도 늦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 연비 보상은 현대차만?

그러나 이번 연비 소송의 최종 결과가 나오려면 앞으로도 수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체들의 반발로 재판이 지지부진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대차만이 발빠르게 자발적 보상을 실시했으며, 국토부와 청문회를 마치고 과징금 부과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현대차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은 보상은 커녕 국토부와 산업부의 연비 부적격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 국토부와 산업부로부터 연비 부적격 판정을 받은 모델들과 보상 청구 금액

쌍용차의 경우 아직까지도 국토부에 코란도스포츠 연비는 문제가 없다고 소명하고 있어 별다른 진전이 없다. 아우디와 폭스바겐, 지프, 미니 등 수입차 업체들도 산업부를 상태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들 업체들이 연비 부적격 판정을 인정하더라도, 자발적인 소비자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보상은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각 업체의 재량이기 때문에 보상 없이 과징금 수준에서 마무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보상을 받으려면 소송을 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아직 1차 변론도 시작하지 못했다"면서 "올해 안에 첫 변론이 열릴 것이며, 내년 이맘때쯤에는 1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연비 소송 쟁점은?

예율이 주장하는 이번 연비 소송의 쟁점은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싼타페 성능에 문제가 있다는 '하자담보책임'으로, 이는 국토부가 싼타페 연비가 부적격하다고 발표한 6월26일부터 6개월 이내에 소송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채무불완전이행'으로, 싼타페의 연비는 일종의 채무인데 현대차라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인지 시점(6월26일)부터 3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세 번째는 '표시광고법위반'이다. 현대차가 잘못된 정보로 광고를 해 '연비가 좋아 싼타페를 구입한' 소비자에 피해를 줬다는 것이다. 이 역시 인지 시점으로부터 3년 이내에 소송해야 한다. 

▲ 현대차 싼타페 연비보상 홈페이지

쟁점 3가지 중 가장 승소 가능성 높은 것은 '하자담보책임'이다. 이미 현대차가 국토부로부터 과장 판결을 받고 연비를 수정해 소송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만 '채무불완전이행'과 '표시광고법위반'은 현대차의 고의·과실을 입증하고, 인과관계를 밝혀내기가 어려워 승소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연비 관련 소송에서 소비자 승소 판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면서 "특히, 이번처럼 정부 부처의 혼란으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재판부가 제조사에 수천억원의 보상금을 내게 하는 급진적인 판결을 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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