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갖출건 다 갖춘 SUV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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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28 19:12
[시승기]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갖출건 다 갖춘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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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흠잡을 곳이 별로 없는 SUV다. 그만큼 비싸기도 하지만, 온로드나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고 충줄한 성능을 발휘하고 랜드로버 특유의 고급스러움, 다양한 편의 및 안전장치 등이 더해졌다. 또 신형 레인지로버가 그러하듯 눈에 보이지 않는 뼈대부터 완전히 새롭게 개발됐고, 스포츠 모델의 고유한 성격을 부각시키기 위해 전체 부품 중 약 75%가 새로 만들어졌다.

 

신형 레인지로버는 알루미늄 모노코크 바디를 통해 최대 420kg의 경량화에 성공했고 동일한 차체를 사용하는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약 300kg 무게가 줄었다. 성인 남자 네다섯명이 차에서 내린 셈이다. 그럼에도 강성은 약 25% 향상됐다.

◆ 철저하게 계획된 설계, 일단 뼈대가 좋아야 한다

보이진 않지만 가볍고 단단한 뼈대는 손과 발끝으로 느낄 수 있다. 전반적인 주행성능은 대폭 향상됐다. 3.0리터 디젤 엔진은 부드럽고, 조용하다. 회전 질감은 매우 깔끔하다. 스포츠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정숙성은 뛰어나다. 엔진 소음이나 진동에 대한 대비책을 꼼꼼하게 세운듯 하다. 엔진회전수를 높게 올려도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은 적다. 편안한 승차감과 안락함은 SUV 중에서 대적할 상대가 없다.

 

3.0리터 SDV6 터보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292마력, 최대토크 61.2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리터당 거진 100마력의 출력을 발휘하지만, 최근엔 이런 고성능 디젤 엔진이 많이 늘었다. 또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거쳤다곤 하지만 지금도 2톤이 넘는 거구여서 폭발적인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 성격이 부드러울 뿐이지 최고속도까지 차를 몰기엔 전혀 무리없다.

 

또 스포츠 모델에 기본으로 탑재된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기어 단수를 낮추며 가속하면 빼어난 순발력도 발휘된다. 패들시프트 외에도 레인지로버 스포츠에는 원형 드라이브 셀렉터가 아닌 ‘커맨드시프트2’가 탑재됐다. 재규어 F-타입의 기어노브를 그대로 달았다. 손에 잡히는 느낌이나 조작감이 고급스럽다. BMW의 것보단 더 묵직하고 디자인이나 마감도 공들인 티가 난다.

 

◆ “편식이란 없다” 온로드,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는다

포르쉐 카이엔이 출시된 후, 늘상 대형 SUV의 주행성능은 카이엔과 비교돼 왔다. 그전에는 BMW X5가 핸들링 측면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젠 그들을 위협할 SUV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거대한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민첩하게 움직인다. 스티어링의 반응은 제법 즉각적이다. 속도에 따라 달라지는 무게감도 크게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 큰 차라는 느낌이 정직하게 드는 점은 아쉽다. 과격한 스티어링 조작에도 서스펜션은 재빨리 대응한다. 최대한 차의 수평을 유지하려 애쓴다. 랜드로버가 자랑하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시스템’은 서스펜션과 차체 움직임을 초당 500회, 스티어링휠의 위치를 초당 100회 측정해 서스펜션의 댐핑 압력을 조정한다.

 

별도의 스포츠 모드가 적용되지 않은 탓에 기어 조작을 통해 가속을 높여야 한다. 코너를 탈출할때 재가속이 신속한 편은 아니지만 깔끔한 괘적을 그리며 코너를 돌아나간다. 웬만한 각도의 코너도 대수롭지 않다. 공격적인 카이엔과 성격은 다르지만 분명 여러 SUV 중에서 가장 수준 높은 코너링을 구사할 수 있다.

 

여느 SUV에 비해 높이도 높고, 디자인도 원초적이지만 롤링이 크게 억제됐고, 고속 안정성도 뛰어나다. 또 고속으로 달릴 때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이 실내로 크게 유입되지 않는 점도 인상적이다.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아무리 온로드에 특화된 랜드로버라 해도 결국 태생을 감출 순 없다. 1억원이 넘는 레인지로버 스포츠로 오프로드를 맘놓고 달릴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다양한 주행 모드를 지원하는 랜드로버 특유의 ‘’터레인 리스폰스’ 시스템은 빗길이나 눈길에서도 충분히 빛을 발휘하겠다. 터레인 리스폰스 시스템은 반, 잔디·자갈·눈, 진흙·요철, 모래, 돌길 등 총 5가지 종류의 지형을 선택할 수 있다.

 

시승한 레인지로버 스포츠 오토바이오그래피는 에어 서스펜션을 통해 평소보다 최대 135mm까지 차체를 높일 수 있고, 최대 도강 높이는 850mm에 달한다. 오버행을 줄이고 휠베이스를 178mm까지 늘렸지만 램프각은 27.2도, 진입각은 33도, 이탈각은 31도에 이른다. 차체를 높이지 않았을 때와 그 각도 차이가 심한 점도 특징이다. 온로드를 염두한 모델이지만 오프로드에서도 충분한 제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 매력은 넘친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오토바이오그래피는 국내서 판매되고 있는 레인지로버 스포츠 중에서 가장 상위 모델이다. 랜드로버의 브랜드 정체성을 가장 잘 설명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거침없이 험로를 달리는 남성적인 차지만 실내는 한없이 고급스럽고 첨단 편의사양까지 잘 갖췄다.

 

고급스러움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 특히 오토바이오그래피는 뒷좌석을 승객을 위한 배려까지 더해졌다. 앞좌석 헤드레스트 뒤편에 모니터가 설치됐고 이를 조작하는 리모콘도 마련됐다. 열선은 물론 통풍시트까지 적용됐다. 하늘을 환히 바라볼 수 있는 대형 파노라마 선루프도 쾌적한 공간을 만든다. 부드러운 가죽의 느낌이나 섬세한 마무리는 빈틈없다. 운전석 시트는 꽤 다양한 각도로 조절되며 요추나 옆구리는 공기주머니가 부풀어 오르며 편안한 포지션을 만들어준다.

 

결코 만만한 가격은 아니지만, 분명 비싼 값어치는 한다. 또 독일차와 차별화된 감성을 준다는 점과 진정한 프리미엄이라고 할 수 있는 희소성, 전반적으로 훌륭한 주행 성능 등을 감안하면 최고급 SUV 중에서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선택한 것은 현명하다고 볼 수 있다.

* 장점

1. 온·오프로드에서 모두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2. 최고급 세단과 견줄만한 안락함과 정숙성.

3. 알루미늄 모노코크 바디. 이번 세대 레인지로버의 핵심.

* 단점

1. 이름 보고 스포츠카를 기대한다면 실망. '디퍼런셜락'이 없어 본격 '오프로더'로도 아쉬워. 

2. 최고급 가죽, 꼼꼼한 바느질, 값싼 플라스틱?

3. 디젤을 사용하지만 연비가 썩 좋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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