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다마스·라보,'달리는 흉기?'…안전 외면 '흑역사'
  • 전승용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4.07.22 18:43
한국GM 다마스·라보,'달리는 흉기?'…안전 외면 '흑역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종됐던 한국GM의 다마스·라보가 내달부터 다시 판매된다. 정부가 현행 안전·환경 기준 적용을 최대 6년까지 유예해줬기 때문이다. 중소상인들을 위한다는 명분이지만, 안전 기준에 미달하는 차를 팔아도 되는지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가 되는 시스템은 차체자세제어장치(ESC), 브레이크잠김방지시스템(ABS), 배출가스감지장치(OBD), 타이어공기압경고장치(TPMS) 등이다. 우리나라에선 2012년~2013년 사이 의무화돼 현재 판매되는 모든 차종에 장착돼 있다. 운전자뿐 아니라 보행자의 생명까지 보호하는 중요한 장비여서다.

◆ 비상식적인 유예…'99km/h 속도 제한'이면 ESC·ABS 불필요?

다마스와 라보에는 대부분 안전 장비가 거의 갖춰지지 않았다. 안전성이 떨어져 단종을 코앞에 두고 있었지만, 정부는 오히려 ESC와 ABS의 의무 장착을 2020년까지 6년이나 미뤄 생명을 연장시켜줬다. 대신 차에 속도제한 장치를 적용해 최고속도를 99km/h로 낮췄다. 시속 99km 이하에서는 ESC와 ABS가 없어도 안전상 큰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 한국GM이 작년 단종했던 다마스와 라보를 8월부터 다시 판매한다

하지만 ESC와 ABS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안전장치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ESC는 위급한 상황에서 차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주며, ABS는 급제동 시 바퀴 잠김을 방지해주는 것이다. 다마스·라보처럼 차체가 높고 가벼운 모델일수록 중심을 잃기 쉬워 안전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국토부 또한 다른 자료에서 “ESC는 자동차 주행 안정성을 향상시켜 차량 단독사고 감소에 효과적"이라며 "안전벨트 이후 가장 효과적인 장치로, 미장착 차량 대비 사고율이 34%나 감소했다"고 했다. 이 같은 획기적인 효과를 근거로 의무화시켰다는 설명이다.

반면, 비교적 장착이 쉬운 OBD와 TPMS의 장착은 2년을 미뤄줬다. TPMS는 2016년 7월까지, OBD 장착은 2016년 1월까지 하면 된다. 

◆ 충돌 안전성은 더 큰 문제…사고 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

충돌안전성은 더 큰 문제다. 다마스와 라보는 1991년 출시됐는데, 출시 이후 23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충돌테스트는 한 번도 없었다. 출시 전 진행된 테스트는 중소상공인 등 서민 생계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일종의 봐주기식 시험이었다.

▲ 한국GM 다마스 사고 현장(제공 마포소방서). 작은 사고에도 운전자를 구조하기 어렵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당시 서민 생계를 위해 평가 기준을 대폭 완화한 상태에서 정면, 후면 충돌테스트만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 "측면 충돌이나 더미(인체 모형)의 상해 정도는 검사하지 않았고, 충돌 시 연료가 새는지 여부 등 기본 검사를 하는 수준에서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도 충돌 기준에 맞추려면 강성을 대폭 보강해야 했는데, 그러면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다마스·라보 생산 취지에 맞게 정부에서 기준을 완화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다양한 차들이 충돌 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향상 시키는 동안 다마스·라보는 판매량이 적다거나 서민을 위한다는 등의 이유로 충돌 시험을 면제받았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자동차안전도평가는 차급별로 판매량이 많은 모델을 우선적으로 실시한다"면서 "다마스와 라보는 경승합차로 분류됐는데, 경차인 기아차 모닝·레이, 쉐보레 스파크 등에 밀려 아직 평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한국GM 다마스·라보 차체 생산공장

게다가 다마스·라보에는 에어백이 장착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옵션으로도 선택할 수 없다. 내달 판매가 재개되는 다마스·라보는 대부분 안전사양이 모두 빠진 말 그대로 '깡통차'다. 비록 가격이 저렴할지 몰라도 사고 가능성이 높고, 사고 시 인명 피해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다. 

◆ 서민 생계 위한다더니, 가격 인상…안전장비 없어 보험료도 비싸

▲ 한국GM 창원공장. 다마스와 라보가 생산된다

한국GM이 서민을 위해 다마스·라보의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하겠다는 의지도 허울뿐이다. 다시 판매되는 다마스·라보는 ECU를 통한 속도제한 장치만 더했음에도 가격을 54만원 가량 높였기 때문이다.

라보는 2011년 당시 711만원이던 것이 불과 3년 만에 807만원으로 14%나 올랐고 다마스는 863만원이던것이 11%나 올라 958만원이 됐다. 한국GM 측은 강화된 안전·환경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실제 변경된 사양은 거의 찾기 힘들다. 

▲ 한국GM 다마스 밴과 기아차 레이 밴의 보험료 비교

다마스·라보는 ESC와 ABS, 에어백 등이 장착되지 않아 보험료도 비싸다. 다마스 밴 슈퍼 트림(983만원)의 1년 보험료는 76만9000원으로, 같은 조건으로 가입한 기아차 레이 밴 고급형 모델(1189만원)의 보험료인 61만2540원보다 15만원 이상 높았다(삼성화재 기준). 두 차의 가격차이는 200만원 정도인데, 레이의 경우 운전석 에어백, ESC, ABS가 기본 장착됐고 자동차안전도평가 충돌테스트에서 1등급을 받아 안전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다마스, 라보는 연간 1만7000대 가량이 판매됐으며, 교통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차량이다. 안전·환경기준이 크게 미달하는 차인 만큼 생산을 재개하기 전에 안전 대책을 강구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언이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서민 생계를 걱정한다면 안전기준을 완화해주는 대신, 안전한 자동차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