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튜닝 애프터마켓 이벤트인 도쿄오토살롱 2024가 지난 1월 11일부터 13일까지 치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렸다. 전통적으로 1월 둘째 주에 열리는 도쿄오토살롱은 그 해의 튜닝 트렌드를 전망할 수 있는 이벤트다. 특히 올해는 3일간 총 23만여 명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아 코로나 이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일본 내 5대 자동차 메이커를 비롯해 387개 업체, 893대의 전시차, 4329개의 부스가 행사장을 가득 채웠으며, 튜닝과 모터스포츠, 오프로드 등 자동차에 관련된 모든 것을 총망라했다. 

오토살롱 참관 20년 차가 보는 오토살롱의 흥망성쇠

도쿄오토살롱은 전통적으로 매해 가장 먼저 열리는 자동차 이벤트다. 1983년 시작된 도쿄오토살롱은 그 역사만 40년이 넘는다. 일본의 거품경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자동차가 선보인 것으로 유명하며, 자동차 마니아들은 도쿄오토살롱과 함께 한 해를 시작했다. 또한 도쿄오토살롱을 통해 선보이는 신제품들은 그 해 튜닝과 커스텀 트렌드를 이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년 소개되는 신제품은 일본 내수 시장의 흐름은 물론이고, 일본 튜닝 업체들의 실험정신과 장인정신,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불어 닥친 거품경제 붕괴와 경기침체는 도쿄오토살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여기에 일본을 대표하던 전통적인 스포츠카들 마저 2002년 이후 대거 단종되면서 첫번째 위기를 맞는다. 

2000년대 중반 도쿄오토살롱은 이름만 남은 자동차 전시회로 전락할 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일본 내 자동차와 튜닝, 커스텀 관련 단체들의 노력으로 규모는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는 완성차 업체들의 참가가 눈에 띄게 늘기 시작한다. 도쿄모터쇼가 이름까지 바꾸며 근근히 명맥을 이어가는데 반해 도쿄오토살롱은 전통적인 마니아 시장을 다양한 방법으로 공략한다. 토요타를 필두로 닛산, 마쓰다. 혼다, 스바루 같은 완성차 메이커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볼거리도 풍성해졌다. 뿐만 아니라 일본 내 각종 튜닝, 부품 협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힘을 보태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가장 큰 전환점은 토요타 86과 스바루 BRZ의 등장이었다. 86의 등장은 꺼져가던 일본의 튜닝 시장을 다시 한번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여기서 파생된 다양한 튜닝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일본 튜닝 시장을 부흥을 맞는 듯했다. 토요타 외에도 각 완성차 메이커들은 자사 튜너들이 튜닝한 컴플리트카나 관련 파츠를 도쿄오토살로을 통해 소개했으며, 중소업체나 튜닝 스페셜리스트들은 여전히 그들이 가진 꼼꼼함과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는 튜닝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생각보다 위기는 여러 번 찾아왔다. 장기적인 경기 불황에 경영합리화로 인한 각 자동차 메이커들의 스포츠카 생산 중단, 소비 위축, 자동차 판매 감소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1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지만 도쿄오토살롱은 매년 꾸준하게 개최됐다.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 시점은 토요타 86과 스바루 BRZ가 등장한 시점이었다. 두 차종의 등장으로 일본 튜닝 시장은 다시 한 번 활기를 띄기 시작했고, 모터스포츠의 인기가 다시 올라가면서 도쿄오토살롱 역시 그 수혜를 누렸다. 안정적일 것 같던 일본의 튜닝 시장은 코로나로 또 한 번 침체를 겪는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도쿄오토살롱은 규모를 줄여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치러졌고 드디어 작년 2023년부터 다시 오프라인 이벤트로 돌아왔다.   

코로나 이후의 가장 큰 변화 

2023년 오토살롱에서 가장 큰 이슈는 캠핑카와 아웃도어였다. 튜닝쇼에 캠핑카와 아웃도어가 웬 말 이냐 할지도 모르지만 40년 동안 한 해도 쉬지 않고 개최된 만큼 다양한 콘텐츠와 주제가 쌓여 새로운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했다. 포퍼먼스 위주의 전통적이고 보수적이었던 일본의 튜닝 시장이 트렌드를 읽고 변화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자리를 단단하게 잡고 버티는 전통적인 포퍼먼스 중심의 튜너들 역시 건재하다. HKS는 이미 창립 50주년을 넘겼으며, 도쿄오토살롱과 거의 같은 길을 걸어온 쿠스코와 윈맥스는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탑시크리트나 트러스트, RE 아메미야 같은 유명 튜너 역시 매년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일본을 넘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코로나 이후 가장 큰 변화는 해외 시장에서 유입되는 마니아층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해외 시장 진출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던 일본 내 전통 있는 튜너들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고 여전히 신비감 가득한 JDM(Japanese Domestic Model)을 주력으로 다루고 있다. 단종된 지 20년이 넘은 차들이 여전히 도쿄오토살롱에서는 전시 중이며, 이런 차들을 보기 위해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수많은 마니아들이 도쿄오토살롱을 찾고 있다. 

이처럼 해외 관람객들이 꾸준하게 늘어나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자동차와 튜닝, 커스텀이라는 원래 취지와 본질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서울모터쇼나 서울오토살롱과 비교하면 도쿄오토살롱의 주체는 정확하게 자동차 그 자체이다. 무엇보다 도쿄오토살롱의 가장 큰 특징은 일본 내 튜닝 혹은 자동차 관련 단체들의 협조가 매우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매년 튜닝쇼를 개최하고 있지만 행정부처를 등에 업은 밥그릇 싸움과 이권 다툼 같은 모습을 도쿄오토살롱에서는 전혀 볼 수 없다.

토요타, 닛산, 혼다, 마쓰다, 미쓰비시, 스바루 등의 거대 완성차 메이커를 비롯해 JAWA(일본 휠 제조협회로 우리가 아는 일본 휠 메이커는 모두 이곳의 회원이다) 산하의 휠 브랜드들, JASMA(일본 머플러 제조협회), NAPAC(일본 애프터마켓 제조협회), JAF(일본 자동차 협회) 등 일본 내 자동차 관련 협회들이 모두 역할을 나눠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며 협력하고 있다. 

최근의 도쿄오토살롱은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물론 과거의 주력이었던 포퍼먼스 튜너들의 자리는 여전히 탄탄하고 그들은 여전히 거장의 대우를 받으며 도쿄오토살롱의 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자동차 판매 감소를 타계할 여러 방법을 모색 중인데 기존의 틀에 박힌 이벤트 대신 다양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기차는 여전히 마니아들의 관심 밖 

도쿄오토살롱에는 다양한 차들이 전시된다. 그러나 여전히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5를 일본 시장에 선보이고 이번 도쿄오토살롱에 참가했다. 마니아들도 흥미롭게 생각하긴 했지만 ‘튜닝은 여전히 내연기관’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아이오닉5는 일본 상륙 초기에 비해 관심도가 많이 떨어진 편이다. 아이오닉5의 일본 내 2023년 판매 실적은 500대 정도다. 일본 내 전기차 판매가 연간 2만 대 수준임을 생각했을 때 비율 자체는 낮지 않지만 전체 자동차 판매량을 생각하면 앞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면 매년 도쿄오토살롱을 찾는 것으로 유명한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모리조 개러지라는 부스를 꾸며 그간의 활동상을 소개했다. 모리조라는 ‘부캐’로 레이스를 포함해 다양한 활동 중인 아키오 회장은 “어린 세대들이 운전의 즐거움을 통해 자동차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도쿄오토살롱에서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바이두 두 개의 대형 메이커가 전기차를 중심으로 부스를 꾸몄지만 여전히 관람객들은 과격하고 전통적인 퍼포먼스 중심의 부스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실제 일본의 고속도로나 길거리에서는 전기차보다 단종된 지 20년이 넘은 스포츠카를 보는 일이 더 쉽다 보니 일본 내에서 전기차 시장이 단시간에 성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20년을 매년 빠지지 않고(코로나 시기 3년 제외) 도쿄오토살롱을 둘러보니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린 시절 처음 봤던 거장들은 이제 나이가 들었거나 일선에서 물러났고 누군가는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오랜 지인들은 도쿄오토살롱이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고 참가 업체도 비슷하다고 평가했지만 최근 도쿄오토살롱을 경험하는 젊은 세대들은 도전적이고 과감하고 다양함에 놀랐다는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콘텐츠 자체만 놓고 보면 지난 40년간 많은 사람을 끌어 모았다는 게 도쿄오토살롱의 가장 큰 저력이라는 생각이다.  

우리의 자동차 시장과 문화에는 동종업계 동반자라는 개념이 매우 흐릿하다. 자동차 시장 자체는 일본의 3분의 1수준에도 못 미치지만 튜닝 관련 협회만 3개다. 설립 목적 자체가 서로의 이익이 맞지 않아 만들어진 단체라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의 자동차 시장에서 문화 혹은 다양성의 규모를 키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 눈앞의 이권 다툼이 아닌 탄탄한 시장 기초다. 무엇이 되었든 탄탄한 기초가 있어야 다양성이 보장된 시장으로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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