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업체 CATL이 삼원계 리튬-이온 방식의 '기린 5C 배터리(麒麟5C电池)'를 공개했다. 12분 충전으로 500km 주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으로, 단순한 기술 공개가 아니라 2024년 출시될 신차에 탑재될 양산형 기술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중국 업체가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시장을 넘어서 삼원계 분야에서까지 국내 업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다. 

리샹 자동차의 MEGA(理想 MEGA)
리샹 자동차의 MEGA(理想 MEGA)

CATL이 중국 리샹 브랜드의 전기차 '메가(理想 MEGA)'에 탑재될 '기린 5C 배터리'의 기술 제원을 공개했다. 최대 충전 전류는 700A 이상, 최대 충전 전력은 520kW 이상이다. 또, 최대 작동 전압 4.33V의 셀을 198개 마련해 850V 이상의 전압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참고로 E-GMP를 쓰는 현대차 아이오닉5의 충전 전류는 약 350A, 최대 충전 전력량은 350kW, 전압은 800V다.  

CATL은 이미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4C LFP 배터리 션싱(神行)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런데 불과 3개월 만에 또다시 5C 규격의 삼원계 배터리를 내논 것이다. 참고로 C는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방전시키는 'Current Rate' 배수를 나타내는 값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테슬라 모델3도 아직 3C 수준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CATL이 공개한 기린 5C 배터리
중국 CATL이 공개한 기린 5C 배터리

일반적으로 전류량과 전압을 높여 충전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열 관리가 까다롭다. 삼원계 배터리의 치명적인 문제로 화재 위험이 언급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냉각 계통을 보강해야 하는데, 무게 증가 및 주행거리 감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CATL은 새롭게 개발한 배터리 구조를 통해 발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발표했다. 먼저 배터리 셀 내부 저항을 0.3mΩ 미만으로 설계했다. 배터리 셀의 저항이 낮을수록 충전 중 발생하는 열이 낮아 온도 제어가 쉬워진다. 또, 각각의 배터리 셀에는 관리 시스템 칩 모듈도 이식했다. 각 배터리 셀의 전압, 전류 및 온도 정보를 수집해 전체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냉각 성능을 높이기 위한 기술도 추가됐다. 일반적인 전기차 배터리는 수냉판이 하단에만 배치된 경우가 많다. 배터리 하부는 시원하지만, 상부는 뜨거운 상태가 유지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기린 5C 배터리는 샌드위치 방식으로 냉각수가 배터리 주위를 흐르도록 만들었다. 이를 통해 배터리 방열 면적을 기존 대비 5배 증가시켰다. 배터리 셀의 낮은 저항을 통한 저발열 및 방열면적 증가를 통해 5C 충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냉각수 순환 방식도 다르다. 냉각수가 처음 작동할 때 차갑지만 배터리 냉각 후 뜨거워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냉각수끼리 섞이는 과정을 더했다. 여기에 냉각수가 배터리 냉각핀을 1회만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2회 이상 돌 수 있도록 설계해 온도가 균일할 수 있도록 했다. 

기린 5C 배터리의 냉각 및 안전 기술
기린 5C 배터리의 냉각 및 안전 기술

배터리팩 안전 성능도 높였다. 배터리 상단 커버를 내화설계로 제작했으며 열을 방출시킬 수 있는 배기구도 더했다. 배터리의 전기가 통하는 모든 부위를 절연 처리로 마감시키기도 했다. 바닥 부분은 고강도 알루미늄에 쿠션 소재를 적용한 이중 구조로 설계해 바닥과 측면에서 발생하는 충격에도 대비했다면서 전체적인 안전 설계도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CATL이 개발한 기린 5C 배터리는 2024년 출시될 리샹 메가에 처음 탑재된다. 리샹 자동차는 5C 충전이 가능한 초고속 충전 시설을 현재까지 50개 운영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3000여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모터그래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