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높고 각진 형태일수록 보행자 사고시 사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SUV 크기 경쟁이 활발해진만큼 SUV 및 픽업트럭의 보행자 안전 기능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메르세데스-AMG G63
메르세데스-AMG G63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이하 IIHS)가 미국에서 발생한 1만8000여건의 보행자 추돌 사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면부의 생김새와 무관하게 엔진후드 앞 높이가 40인치(약 101cm) 이상이면 30인치(약 76cm) 이하인 일반 세단 대비 보행자 사망 가능성이 45% 높아진다. 엔진후드 높이가 30~40인치 사이 차량이라면 전면부가 수직 형태에 가까울수록 보행자 사망 위험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시장도 각지고 강인한 디자인을 가진 SUV와 픽업트럭이 많아지고 있다. 강인한 모습과 큰 덩치가 주는 매력에 소비자들이 이끌리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G클래스를 중심으로 포드 브롱코, 지프 랭글러, 랜드로버 디펜더는 물론 현대 싼타페도 높고 각진 형태를 갖는다. 이외에 쌍용 렉스턴 스포츠와 쉐보레 콜로라도 등 픽업트럭 종류도 증가하는 추세다.

데이비드 하키(David Harkey) IIHS 사장은 "이러한 결과는 우리의 본능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한다”면서 “더 공격적인 생김새를 갖는 차는 실제로 보행자에게 더 많은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IIHS는 사고 분석을 위해 1만 7897건의 보행자 사고와 2958대의 사고차량을 조사했다. 사고를 당한 보행자의 나이, 성별 등 사망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소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엔진후드가 지면에서 40인치 이상 높은 차는 일반 세단대비 사망확률이 44~45% 가량 높았다. 엔진후드의 경사 유무는 큰 변화를 주지 못했다. 엔진후드가 각진 형태면 사고시 보행자를 튕겨내 2차 사고로 인한 부상 위험을 높였다. 반대로 경사진 엔진후드를 갖는 차는 사고시 보행자의 머리를 엔진후드 쪽으로 강하게 내리치는 효과를 만들었다. 높은 차는 형태를 막론하고 사고시 위험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엔진후드 높이가 30~40인치 사이에 해당하는 차량은 후드 경사에 따른 사망 위험이 달라졌다. 엔진후드가 완만하게 경사진 형태라면 일반 세단과 유사한 사망 위험을 가졌지만 각진 디자인은 사망 가능성을 26% 높였다.

반대로 사고가 발생한 차량 높이 대비 키가 작은 보행자들도 부상이 더 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상대적인 차이지만 신체 대비 차가 높을수록 사망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IIHS에 따르면 보행자 사망사고는 2009년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80% 넘게 증가했다. 2021년 한 해 보행자 사망사고만 7400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루 평균 20여명의 보행자가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보행자 사망자가 증가할수록 자동차도 꾸준히 커지고 높아졌다. 미국 평균 승용차 크기는 30년 전보다 10cm가량 넓어지고 25cm 길어졌으며 20cm 가량 높아졌다. 차의 무게는 450kg 이상 무거워지기도 했다. 또, 상당수 신차들은 후드 앞부분의 높이가 40인치를 넘어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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