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올인' 전략을 펼쳤던 GM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기차 출시 일정과 규모를 전면 수정하고, 혼다와 함께 만들겠다던 저가형 모델 개발 약속도 철회했다. 전기차 시장에 대한 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GM과 혼다가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차 크루즈 오리진(Cruise Origin)
GM과 혼다가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차 크루즈 오리진(Cruise Origin)

GM은 최근 혼다와 함께 3만달러(약 4065만원) 미만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공식 발표 후 1년 반 만이다.

원인으로 수요가 예상보다 둔화했고, 시장이 새로운 국면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 꼽혔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콕스오토모티스(COX Automotive)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미국 전기차 재고는 9만2000대로 집계됐다. 전년(2만1000대)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숫자다. 

내연기관 만큼 잘 팔리지도 않는 것도 이유다. 약 9만대의 전기차 재고를 소진하려면 평균 92일이 걸리는데, 이는 내연기관(54일)보다 2배가량 긴 것이다.

상황이 급변하자 GM은 계획에 대한 전면 수정에 나섰다. 올해 출시 예정이었던 쉐보레 이쿼녹스EV 일정을 연기했다. 기대를 모았던 쉐보레 실버라도EV와 GMC 시에라EV 역시 2년 연기해 2025년 말로 미루기로 했다. 

혼다와 약속했던 대중 전기차 프로젝트도 아예 취소했다. GM과 혼다는 2013년부터 수소 연료 전지, 자율 주행, 전기차 배터리 등 다양한 부문에서 협력했는데, 보급형 전기차를 공동 개발해 2027년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GM 대변인은 "광범위한 연구와 분석 후 해당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로 했다"면서 "양 사는 전기차 시장의 경제성에 계속 집중할 것"라고 형식적인 언급만 내놨다. 미베 토시히로 혼다 사장 역시 "1년간 연구한 결과, 사업적으로 프로젝트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보급형 전기차 개발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GM과 혼다는 얼티움배터리 기술 기반으로 저가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GM과 혼다는 얼티움배터리 기술 기반으로 저가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그동안 GM은 2022년 중순부터 2024년 중순까지 40만대, 2025년부터는 연간 1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이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않게 됐다. 

한편, GM은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으로 1주일마다 2억 달러(약 2,710억 원)의 추가 손해가 발생하고, 지금까지 8억 달러(약 1조 원)의 누적 손실을 봤다고 밝히는 등 겹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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