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녀 Q&A] 한글 이름 자동차, 있어야 하는 이유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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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10 11:31
[궁금녀 Q&A] 한글 이름 자동차, 있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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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것을 가볍게 질의응답으로 풀어보는 궁금녀 Q&A, 이번에는 자동차 이름에 대한 얘기입니다. 이 내용은 TBN교통방송 라디오를 통해 전국 방송됐습니다. 

궁금녀> 어제는 한글날이었잖아요. 그래선지 자동차 업체들이 우리말 이름 쓰는데 너무 인색하다는 지적도 나오더라고요.

그러게 말이예요. 흔히 람보르기니, 페라리, 포르쉐, 아니면 뭐 메르세데스-벤츠. 이런 브랜드명은 다 그 나라 사람들의 이름이거든요.

거기에 페라리는 차 이름도 모데나, 마라넬로, 이런 식으로 짓는데 이건 이태리 지역 이름이예요. 미국 차들은 콜로라도니 다코타니 뭐 이런식의 지역 이름을 짓기도 하구요.

브랜드마다 차이는 좀 있겠지만 메이저 브랜드 중 자기말 이름을 전혀 갖지 않는 브랜드는 현대기아차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죠.

궁금녀> 지역을 딴 이름도 많이 짓는군요. 우리는 왜 그런 이름이 없나요.

전 우리도 차 이름 중에 '현대 울산 2.0'이나 '기아 광주 3.0' 뭐 그런 이름 있어도 좋을 것 같은데...아무래도 좀 어색하시죠?

그런데 외국인들에게 물어보면 이런 이름이 아주 이국적이고 좋다고들 합니다. 최고급 브랜드 벤틀리에도 뮬산이라는 차가 있는데 '울산'이라면 이런 아주 고급스럽고 이국적인 이름이 될 수 있겠죠.

그런데 사실 우리가 제품을 잘 못만들던 시대를 경험한 세대다 보니까 우리 것을 좀 뒤떨어지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도 그동안 그래왔구요. 우리 것에 대한 자신감이 적고, 그러면서 아무래도 좀 이국적인것을 선호하게 되는것 같은데 그러면서 아름다운 한글 이름은 덩달아 설 자리를 잃고 있는것 같아요.

궁금녀> 요즘은 아예 SM3니 K9이니 하는 알파뉴메릭이 인기라면서요.

아뇨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르노삼성과 기아가 따라했을 뿐이죠. 이런 명명법을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알파벳에 숫자를 붙였다 해서 흔히 '알파뉴메릭(AlphaNumeric)'이라고도 하는데요. 이것도 괜히 영어 이름 갖다 붙여서 좀 잘난체 하는 걸로 볼 수 있어요.

세계 각지 시장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렇게 한다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기도 한데, 대중 브랜드에서 이런식으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자동차 업계에선 이게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겁니다.

일본 도요타가 80년대에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를 만들면서 BMW나 벤츠를 벤치마킹했거든요. 그런데 그때 당시 소비자들은 BMW탄다, 벤츠 탄다 이렇게는 말했지만 '도요타 탄다'고는 안했어요. '코롤라'를 탄다거나 '현대 포니'를 탄다거나 이렇게 제품명이 확고하게 있으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다고 느낀거예요. 그래서 렉서스는 차를 일정 수준 이상 고급으로만 포진하고 이름을 LS400이라거나 RX300이라는 식으로 지었고, 정말 사람들이 ‘렉서스탄다’이렇게 얘기하게 됐지요. 이름이 복잡해서 외우기 힘드니까요.

궁금녀> 미국 브랜드들은 다들 멋진 이름이 있는데, 독일 브랜드들은 이렇게 문자와 숫자만 쓰는건가요.

역사적으로 보면 원래 자동차는 이름을 갖는 경우가 별로 없었습니다. 알파벳과 숫자로 이뤄진게 오히려 자연스러웠어요. 그런데 2차대전을 전후해서 미국에 자동차 붐이 일고 한 브랜드에서 여러개 차종을 만들면서부터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미국인들이 워낙 여기저기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는데다, 다양한 차종을 기억하기 쉽도록 개성을 부여한 이름을 달기 시작하면서 세계적으로 차에 이름 붙는게 당연하게 됐지요.

요즘은 미국차나 독일차가 대등하게 팔리지만 옛날에는 미국시장이 어마어마하게 큰 시장이고, 패망한 독일 시장은 제대로 시장구실을 못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한 브랜드에서 여러개 차를 내놓고, 각 차 별로 특징있는 이름을 붙이는걸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독일은 차에 이름을 붙이는걸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특히 한 브랜드에서 많은 차를 만들지 않았으니까요.

   
▲ 폭스바겐 타입 1

대부분 회사명이 제품명하고 같은 식이었어요. 우리가 흔히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로 부르는 벤츠의 최초차도 '페이텐트 바겐'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이름이 없고, 그냥 '특허받은차'라는 의미로 후세에 붙여진 이름이죠. 요즘 폭스바겐 비틀이라고 불리는 차도 처음에는 그냥 폭스바겐 타입1이라는 차였어요. 타입1을 본 미국인들이 붙인 별명이 딱정벌레, 그러니까 비틀이 됐고, 이 차가 공식적으로 '비틀'이라고 불리기 시작한지는 불과 1년도 안됐어요. 벤츠도 '메르세데스'라는 차가 있었고 나중에서야 이름이 붙은 차들이 나왔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보다는 '메르세데스'라고 불리는게 더 좋다고 보는거고, 그런 전통을 살리다보니 알파벳과 숫자로 이뤄진 차 이름을 그대로 쓰는겁니다.

요즘은 양쪽이 서로 벤치마킹을 하다보니까 미국 차들도 MKZ니 MKS니 하는 식으로 어려운 차 이름을 내놓기도 하고, 독일회사들도 박스터니 파나메라니 하는 식으로 거창한 이름을 만들어 붙이기도합니다. 

궁금녀> 글로벌 시대를 맞아 문자와 숫자로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늘고는 있나요?

아뇨. 최근들어 갑자기 문자와 숫자로 명명법을 바꾼 브랜드는 세계적으로 기아차와 일부 중국차 밖에 없습니다. 

르노삼성이 최초에 SM520이라고 쓴건 철저하게 BMW를 벤치마킹한거고 기아가 K3, K9 이런식으로 이름 붙이는건 아우디를 벤치마킹한거죠. 뭔가 철학이나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그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독일차 스타일로 보이게 하려고 그러는겁니다. 수출을 위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면 수출차에도 같은 이름을 붙여야겠지만 이 차들의 수출 이름은 전혀 다릅니다. 

이거 좀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같은 값이면 다른 브랜드를 따라하는 회사 자동차를 왜 사겠어요. 남과 비슷하게 보이려는 따라장이 마케팅보다는 우리 자동차가 최고라는 자긍심이 있어야 소비자들도 그 브랜드를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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