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장밋빛 테슬라와 회색빛 현대차, 혹은 그 반대?
  • 김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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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26 16:25
[기자수첩] 장밋빛 테슬라와 회색빛 현대차, 혹은 그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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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테슬라가 실적을 발표한 다음날 현대차가 실적을 발표했다. 자연스레 증권가에선 두 회사 영업이익률을 비교하게 됐다. 하이투자증권의 고태봉 이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테슬라 영업이익이 현대차를 넘어서는 날이 올 줄이야’라면서 ‘사고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고 적었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은 매출 대비 6.1%에 4730억원으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현대차의 영엽이익율은 1.8%에 2889억원에 불과했다. 국내서 생산해 미국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환율의 영향을 받았고, 리콜의 영향도 있었다. 친환경차의 확산도 악재로 비춰졌다. 

고 이사는 ‘현대차가 친환경차 확대로 수익에 부담이 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테슬라는 모델3의 양산으로 규모의 경제가 실현 됐다고 표현했다’면서 같은 ‘친환경 차량 확대’라는 주제를 놓고 받아들이는 입장이 정반대라는 점을 꼬집었다. 고이사는 또 ‘실은 고려해야 할 제반 사항이 굉장히 많다’면서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 이익률이 낮은 이유? 남기지 못해서

국내 언론과 증권계는 일제히 자동차 업계와 부품사에 대해 날선 지적을 했다. ‘영업 이익에서 1/4 토막이 났다’는 설명이다. 특히 KBS에서는 1-9월까지의 실적을 놓고 보면서 현대차,기아차,GM,쌍용차,르노삼성 등 5개사의 생산,내수,수출등이 모두 하락하는 ‘트리플 부진’의 늪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 중 현대차의 수출 부진, 특히 미국시장의 어려움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 원인으로는 전략 실패를 꼽는다. 미국 중국 자동차 시장이 이미 SUV 체제로 변화됐는데도 제품 투입 시점이 너무 늦었다는 설명이다. 전략 실패에 이어 단골손님처럼 환율 문제도 등장한다. 그럼에도 매출액에 비해 수익성이 극히 악화되는 까닭에 대한 해석은 되지 않는다. 제품 구성이나 환율문제였다면 매출부터 줄었을테니 말이다. 

그나마 의미있는 주장은 미국서 있던 대규모 리콜 등을 원인으로 보는 정도다. 하지만 차량 평균가격에 경쟁사에 비해 낮다는 점, 차가 안팔리면 과도한 인센티브를 지급하게 되면서 수익에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더 와닿는다. 결국 쉽게 말해 잘 안팔리니 소위 깎아 팔아야 하고, 이익이 크게 낮아진다는 얘기다. 

현대차의 어닝쇼크와 대조적인 테슬라의 어닝서프라이즈에 대해 미국 언론 등에서는 유례없는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테슬라는 언론에 호의적이지 않고 광고도 전혀 하지 않는 기업이어서인지 그간 더 밉상으로 여겨졌다. 심심하면 두들기는 미국 언론의 조롱거리로 여겨졌고, 심지어 얼마전까지는 파산설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라졌다.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평가를 손바닥 뒤집듯 이리 극단적으로 바꿔도 되나 싶을 정도다.

# 테슬라의 이익, 계속될까

테슬라의 길었던 적자 기간과 폭에 비해, 이번 4천억원대 이익율은 미미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 언론에서는 이번 흑자를 터닝포인트로 보고 있다. 

모델3의 생산량 및 판매량이 솟구치면서 이번 3분기 판매대수는 5만3239대에 달했다. 미국내 테슬라 판매대수는 이미 메르세데스-벤츠 판매대수를 넘어섰을 정도다. 모델3는 매출 금액으로 치면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린 자동차고, 판매대수는 미국에서 5번째로 많이 팔린 자동차가 됐다. 

기존까지 전기차용 배터리와 모터 등 관련 핵심 부품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았고, 최근들어 이들 부품의 가격이 조금 내려온 것도 테슬라 이익에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테슬라 측 또한 전분기에 비해 모델3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30% 가량 낮아졌고, 앞으로 더욱 시간을 줄이고 원가를 절감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가 정말 이익의 물살을 확실히 탄 것인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CAFE(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회사별 평균연비 규제) 기준을 맞추기 위해 충분한 양의 친환경 차량을 제조하거나 혹은 무공해차 크레딧을 타사로부터 구입해와야 한다. 테슬라는 무공해차 크레딧이 남아돌기 때문에 타사에 이 크레딧을 판매해 왔는데, 그 금액이 이번 3분기에만 5200만달러(약600억원)나 된다. 하지만 타사도 저공해 차량을 늘리게 되면서 이같은 거래는 점차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는 모델3의 3만5000불(4000만원)짜리 모델이 나올 가능성은 요원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모델3를 구입하기로 한 45만명의 구매 고객들 중 상당수는 이 모델을 기다리고 있지만 테슬라가 당장 35000불짜리 모델을 팔게 되면 회사가 망해버릴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은 다름 아닌 CEO인 일론 머스크가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어서 더 황당하다. 

세번째 문제는 연방정부의 7500불에 달하는 세금공제 시효가 끝났다는 점이다. 미국정부는 내년초부터 그 절반($3750), 내년 하반기부터는 또 그 절반($1875)의 세금 공제를 해준다는 계획이다. 구입을 앞두고 있던 소비자들 중 상당수가 테슬라의 계약을 취소하고 쉐보레 볼트 같이 구입하기 상대적으로 용이한 차를 구입하기도 했다. 테슬라 측은 40만명 넘는 계약자 중 20% 미만의 소비자만 취소를 했다며 담담한 입장이지만, 적잖은 수치인건 분명하다. 

가장 큰 문제는 테슬라의 내구성이 과연 기존 제조사들의 품질 수준만큼 따라올 것인가라는 점이다. 미국 컨슈머리포트는 테슬라를 신뢰도면에서 최악의 브랜드 3위로 꼽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테슬라는 앞으로 6개월내 갚아야 할 10억 달러의 부채를 갖고 있는데다 이를 막기 위한 추가 투자를 쉽게 받아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게 많은 이들의 전망이다. 하지만 태양광 에너지나 스토리지 사업에 투자한 금액을 통해 수익성을 회복하면 테슬라는 이같은 문제를 쉽게 해쳐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 코앞도 알 수 없는 자동차 업계

테슬라는 이번에 발표한 3분기 실적보다 4분기가 더 복잡하다. 일론머스크는 지난달 트위터에 올린 글이 주가 조작 혐의에 연루돼 큰 어려움을 겪고 회장직(Chairman)에서 물러나기까지 했다. 또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일론머스크에 대해 트위터를 포함한 모든 SNS에 글을 올리는 것을 감독하는 변호사를 고용하도록 명령을 내렸을 정도다. 때문에 앞으로 3개 분기 정도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일론머스크는 중국 시장을 상당히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생산한 모델3의 일부를 중국에서도 판매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최근 두 나라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관세가 40%에 달하는 상황이 되자 공장 설립에 박차를 가했다. 결국 얼마전 중국 상하이 외곽에 배터리와 차량을 생산하는 초대형 '기가 펙토리'를 위한 부지를 계약하는 등 중국용 모델3는 중국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을 진행중이다. 

현대차도 미국과 중국에서 인기를 되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생각처럼 움직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에서는 계속되는 차량 화재 등으로 연일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는 등 어려움이 크다. 우리나라에서 BMW가 언론에 노출되는 수준으로 미국에서는 현대기아차의 화재 장면이 계속 뉴스를 탄다. 중국에서는 자국 브랜드 성장이 매우 거세고  독일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발벗고 나서는 등 위아래에서 협공을 당하고 있다. 

현대차는 베트남을 주력으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인도의 발전과 함께 미래 먹거리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수익성에선 그리 녹녹한 상황이 아니다. 여전히 부품 현지 생산(CKD)으로 차를 만드는데다 심지어 상당수는 현지 부품공장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관세 장벽이 높은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려면 동남아FTA '아세안'을 이용해야 하는데 여기서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선 현지 원산지 비율을 40%로 갖춰야 한다.

자동차 제조사는 거대한 외형에 비해 의외로 연약한 면이 있어서 어제의 초 거대기업이 오늘 큰 어려움을 겪는 일을 수두룩하게 보게 된다. 또 기존 가솔린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위주로 변화될 때 과연 과거의 자동차 브랜드가 가진 능력과 자산이 도움이 될지 혹은 쓸모없는 오버헤드가 될지 알기 어렵다. 따라서 이같은 변혁기는 새 브랜드에게 기회가 될 수 있는 시기기도 하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겠지만 적어도 '보다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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