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김상영] 변화의 중심에서...디젤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 김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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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05 10:31
[주간김상영] 변화의 중심에서...디젤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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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엔진과 관련된 많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3년전에 불거진 폭스바겐그룹의 ‘디젤게이트’는 다 아물지 않았고, ‘파이어게이트’로 불리는 BMW의 엔진 화재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사고와 사건의 수습이 아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죠.

일련의 사건과 무관하게, 제조사들은 이미 한계를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디젤 엔진을 주력으로 쓰던 유럽 브랜드들은 오래전부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죠. 높은 온도와 압력 속에서 디젤 엔진은 질소산화물을 만들어 냈고, 전세계는 친환경을 외쳤습니다. 배출가스를 낮추는 기술도 쉼없이 발전했지만, 그보다 환경규제가 엄격해지는 속도가 더 빨랐습니다. 미국에서는 ‘디젤차는 팔지마’라고 말하는 수준이었죠.

그래서 디젤 엔진의 발전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습니다. 더 나은 성능이 아닌, 더 깨끗해지기 위한 발전이 주가 됐습니다. 다만 성능은 누군가 부추기지 않지만, 깨끗함은 앞으로도 계속 요구될 것이었죠. 결국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껴서 수익 내야하는 제조사에게 디젤 엔진은 밑 빠진 독이 됐죠.

제조사들의 저울질은 계속됐고, 포르쉐는 가장 먼저 칼을 뽑아들었습니다. 디젤 엔진을 포기하기로 했죠. 포르쉐 회장 올리버 블루메(Oilver Blume)는 직접, 포르쉐의 미래에는 디젤 파워트레인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포르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디젤 파워트레인을 대체하고, 환경규제를 맞추기 위한 비용과 노력을 전동화에 쏟기로 했습니다.

포르쉐는 오래전부터 전동화에 대한 많은 노력을 쏟았습니다. 미래는 준비된 자의 것이라고, 포르쉐는 디젤 위기를 매끈한 파나메라의 루프처럼 유연하게 넘기고 있습니다. 디젤 파워트레인을 대체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유럽에서 성공적인 판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파나메라 판매의 약 63%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죠.

이런 체제 변환을 우리나라에서도 경험하게 됐습니다. 포르쉐코리아도 본격적으로 전동화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죠. 포르쉐코리아는 지난 8월 인제스피디움에서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를 소개하는 시승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파나메라 4, 파나메라 4S,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 등이 준비됐고, 디젤은 없었습니다.

누구나 전기차를 만들고 있지만, 미래자동차를 만드는 전문가들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가장 현실적이라고 설명합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배터리와 전기모터만으로도 먼 거리를 달릴 수 있고, 가솔린 혹은 디젤을 함께 연료로 사용하죠. 번거롭게 플러그인 하지 않아도, 에너지회생제동 시스템이나 엔진을 돌려서 배터리를 충전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그냥 일반 자동차처럼 타면 됩니다. 효율, 힘 이런 이득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죠.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우리나라에서 판매 중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중에서 배터리 용량이 가장 큽니다. 그래서 전기모드로도 가장 멀리 가죠. 우리나라에서는 33km를 달릴 수 있다고 인증을 받았습니다. 도시 안에서 출퇴근이 이뤄진다면, 엔진 한번 돌리지 않고 다닐 수도 있겠죠.

서킷에서는 영락없는 포르쉐입니다. 엔진과 전기모터의 합산출력은 462마력이나 되고, 3.0리터 터보 디젤 엔진만큼이나 강력한 71.4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합니다. 최대토크는 파나메라 터보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다만 무게가 가장 무거운 편이라서 실질적인 순발력이 대단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친환경이란 배지를 달고 있는 차 중에서는 단연 최고입니다. 덩치를 감안했을 때 출력, 균형감, 조향감 등은 따라올 상대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렇듯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양립하지 못할 것 같았던 성능과 효율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비싼 가격이 유일한 약점이었지만,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는 약점마저 극복해 버렸습니다.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파나메라 4S보다 약 130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에 나왔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GLC350e 4MATIC도 기존 가솔린 모델을 대체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높였고, BMW 740e iPerformance M Sport도 마찬가지죠.

조금 늦었지만, 이제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변화를 바라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새로운 트렌드는 우리 곁으로 더 깊숙하게 들어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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