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만트럭 ‘플래투닝’ 기술 경험해보니...운전자 없이 달리는 5G 트럭
  • 독일 베를린=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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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02 17:12
[르포] 만트럭 ‘플래투닝’ 기술 경험해보니...운전자 없이 달리는 5G 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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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의 가장 큰 문제는 다름아닌 안전이다. 운전자들의 누적된 피로로 인한 졸음운전, 주의력 저하로 인한 아주 작은 실수라도 자칫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체 교통사고 중에선 2.3%만이 사망 사고로 이어지지만 고속도로 화물차 졸음운전 사고는 그 10배인 23%가 사망 사고다.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들은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또한 대형차 운전자들의 집중력 저하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만큼 유럽 선진국들은 장시간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했고 이에 따라 운전사들의 임금이 운송료에서 차지하는 비율 또한 크게 늘어난 만큼 이에 대한 대안 또한 절실한 상황이다.

이같은 문제를 가장 현실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형태가 트럭 플래투닝(Platooning) 기술이다. 독일 만트럭(MAN Truck)의 콘셉트 '트럭 플래투닝'의 시승행사에 참가했다. 

# 플래투닝이라는 것은...”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한 기차같아”

“지금 손발을 전혀 대지 않아도 앞차를 알아서 잘 따라가지요?”

보기엔 쉽지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트럭은 승용차와 전혀 다르다. 이 차에 실린 무게는 60톤. 말하자면 승용차 50대를 넘게 싣고서 갑작스레 제동을 하거나 핸들을 조작하는 일이다. 무거운 짐을 실은만큼 앞차가 가까워지는 것을 카메라로 인식하고 반응하면 이미 늦는다.  따라서 일반적인 승용차의 크루즈 컨트롤과 유사한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차량간(V2V)의 신뢰성 있는 무선망과 카메라, 레이더 등 다양한 정보를 이용하는 종합적이고 즉각적인 프로세싱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들 트럭 사이에는 5G ITS 망이 연결돼 있고, 카메라, 라이다(Lidar=레이저스캐너), 레이더(Radar) 등 다양한 센서가 통합적으로 작동된다.  

복잡한 기술적 배경과 달리 작동은 무척 쉬웠다. 플래투닝 요청 버튼을 누르자 앞차 계기반에는 수락 여부를 묻는 창이 뜬다. 수락만하면 운전대에 파란 불이 켜지며 이 두 차는 서로 원격 연결된다. 연결을 하고 나면 앞차가 가속하면 따라서 가속을, 제동을 하면 따라서 제동을 한다. 차선을 바꾸면 따라서 차선을 바꾸고, 핸들의 버튼을 눌러 간격을 넓히거나 좁힐 수 있다. 

차량간 간격은 1초 간격(약 15미터)으로 줄일 수 있으며, 이렇게 주행하는 경우 일반적인 트럭의 간격 절반이 되므로 공기저항이 줄어들어 연비가 10%가량 향상되고 전체 도로의 이용률도 크게 높일 수 있다. 

플래투닝 중인 트럭들 중간에 다른 승용차가 끼어드는 경우 그에 맞춰 차량간 간격이 늘어나도록 만들어져 있다. 너무 바짝 붙으면 승용차 등 다른 차량이 끼어들 수 없기 때문에 간격이 지나치게 좁아지지 않도록 제한한다고 밝혔다. 안전을 위한 모든 배려가 이미 철저히 돼 있다는 점에서 놀랐다. 

이를 이용하면 뒤따르는 트럭 운전자가 훨씬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법적인 문제만 해결되면 뒷차 운전자는 운전중 잠을 청할 수도 있다. 그런데 목표는 그런게 아니다. 뒷차에는 사람이 타지 않게 하는게 목표다. 한명의 운전자가 여러대의 트럭을 끌고 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진 안전 문제로 3대 정도의 트럭만 끌고가지만 이론상으론 10대, 20대, 심지어 수백대의 트럭을 끌고가도 문제 없다고 한다. 

만트럭의 테스트 드라이버가 뇌파 측정장치를 장착하고서 트럭 플래투닝을 경험해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관된 운전자들이 자율주행 중 어떤 감정변화와 긴장상태를 나타내는지 살펴야 하고, 만트럭은 그 같은 내용을 알기 위해 뇌파 측정 시스템 등을 동원해 운전자들의 신체 변화 데이터베이스를 쌓아가고 있다고 한다. 

앞선 플래투닝 기술을 경험해보고 나니 만트럭의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CC) 기술도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이 정도 기술을 가진 회사가 만든 ACC라면 마음이 탁 놓이는 기분이 들었다. 이를 장착한 트럭을 몰고 아우토반까지 나가서 주행해보는데, 매우 안정적이고 안심되는 주행으로 트럭 운전자들의 여유로운 주행을 도와주고 있었다. 물론 핸들을 돌려주지는 않지만 차선 이탈을 경보해주고, 스스로 앞차를 따라 가속이나 감속, 정지까지 대신 해주는 점에서 초보운전은 물론 장거리 주행이 잦은 프로페셔널 운전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겠다. 

# 머잖아 현실 될 반자율주행 트럭...국내 운송 환경, 완성차 제조사 빠른 변화 필요해

만트럭은 이날 행사를 위해 공항을 텅 비우고 주행 시범을 보였지만 이미 이 플래투닝 시스템은 세계 최대 물류회사인 DB쉥커와 제휴를 통해 실제 아우토반을 시험 주행하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반자율주행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머잖아 트럭 운전이라는 직업이 매우 소수의 인원만이 하는 고도의 전문직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만트럭이 앞서 있다지만, 만트럭만 이런 기술을 갖춘 것은 아니다. 스카니아,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 유럽 선진 트럭 제조사들은 플래투닝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일부 기업들은 시험 운행을 시작한 상황이다. 트럭 운전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비용과 안전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만큼 우리나라 제조사들 또한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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