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XC40 T4 AWD “도전자가 아닌 경쟁자”
  • 김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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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17 10:42
[시승기] 볼보 XC40 T4 AWD “도전자가 아닌 경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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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XC40은 도전자가 아니다. 볼보 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소형 SUV고, 볼보의 새로운 CMA 플랫폼에서 탄생한 최초의 모델이지만 충분한 자격을 갖춘 경쟁자로 보는게 옳다. 우리가 애써 부정하려 해도, XC40은 독일의 경쟁모델보다 우월한 부분이 많다. 계급장을 떼고 붙어보잔 얘기, 그건 볼보 XC40을 위한 말이다.

’40’이란 이름을 공유하고 있지만, XC40은 V40의 전고를 살짝 높인 차가 아니다. 플랫폼과 섀시를 전혀 공유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XC60을 작게 축소한 차도 아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하극상이라고 말할 부분도 있다. 어찌보면 XC40은 ‘갑툭튀’다.

XC40은 CMA(Compact Modular Architecture) 플랫폼에서 탄생한 첫번째 모델이다. CMA는 볼보가 세단, 해치백, 왜건, SUV 등의 다양한 소형차를 더욱 손쉽게 만들기 위해 개발한 모듈형 플랫폼이다. 그전까지 볼보는 오랜 시간 포드의 플랫폼을 사용해 소형차를 만들었다. CMA 플랫폼 개발은 볼보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상징성까지 갖고 있는 셈이다.

볼보의 모듈형 플랫폼은 매우 유연하다. 차체의 길이나 높이, 휠베이스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볼보가 모듈형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가장 눈에 띄게 변화한 부분은 차의 비율과 자세다. 엔진이 가로로 놓였고, 전륜구동이 기본이지만 오버행이 상당히 짧다. 마치 후륜구동 레이아웃을 보는 듯 하다.

크기는 투싼보다 작은데, 휠베이스는 싼타페와 비슷하다. 이런 설계가 실내 공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무엇보다 보기에 좋다. 큼직한 네바퀴가 서로 동떨어져있기 때문에 균형잡힌 자세가 나온다. 하체가 탄탄해 보여서 경쟁 모델에 비해 전고가 높음에도 둔해보이지 않는다.

우아하고, 볼륨감 넘치는 형들과는 다르게 XC40는 반항아 같다. 인상이 세다. 눈매도 날카롭고, 그릴은 가파르게 깎였다. 최소한의 라인만 사용하면서 철판 특유의 단단하고 강인한 느낌을 강조했다. 형님들 만큼이나 큰 21인치 휠까지 선택할 수 있고, 지붕과 C필러는 투톤 컬러로 처리돼 멀리서도 시선을 사로 잡는다.

인테리어는 볼보 디자이너들의 창의력과 배려가 듬뿍 담겼다. 무엇보다 수납공간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오랜 고민이 느껴진다. 그래서 진부한게 없다. 작은 변화지만 새롭고, 센스가 가득하다. 볼보의 말처럼 컵홀더에는 컵만 놓을 수 있게 다양한 크기와 용도를 지닌 수납공간이 가득하다. 조금의 공간도 허투로 쓰지 않았다. 다분히 스웨덴스럽다. 스웨덴은 낮이 짧은 날이 많아서,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다. 그래서 가구와 조명이 발달했고, XC40의 실내는 내방처럼 편안하고 안락하다.

긴 휠베이스 덕분에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고, 활용성도 높다. 2열 시트를 접으면 트렁크 바닥과 평평하게 이어지고, 트렁크의 판넬을 이용해서 다양한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물론 트렁크는 전동식으로 열리고, 키를 소지하고 있으면 발동작만으로도 열고 닫는다.

우리나라에는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사륜구동 시스템이 조합된 T4 AWD가 먼저 출시됐다. 디젤 엔진은 아무래도 유럽에서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순서가 밀린 것 같다. T4 AWD는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30.6kg.m의 힘을 낸다. 폭발적인 힘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부족할게 없고, 무난하다. 플랫폼, 디자인 등은 전부 새롭게 바꿨지만 주행 성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부드럽다. 폴스타를 완전히 인수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볼보는 필요 이상으로 얌전하다.

파워트레인보다 섀시의 변화가 더 눈에 띈다. 서스펜션은 절묘하다. 밀당의 고수다. 방지턱은 사뿐하게 타고 넘고, 도로 이음새나 요철은 꾹 지르밟는다. 뒷좌석도 통통 튀는 느낌은 적다. 한 사이즈 더 큰 SUV의 중후한 느낌마저 든다. 고속으로 달릴 때는 탄성이 나올 정도로 안정적이다. 흔들림은 전혀 없고, 속도를 높이면 더 노면이 달라붙는다. 독일차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더 낫다. 고속에서의 재가속만 조금 아쉬울 뿐, 방향전환이나 감속은 손톱만큼도 흠잡을 게 없다.

XC40의 가격은 4620만원부터 시작된다. 비싸다는 지적도 많다. 자동차 가격이 저렴한 편에 속하는 미국과 동일한 옵션으로 모멘텀 트림을 비교해도 가격은 거의 같다. 그만큼 한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엔트리 트림의 옵션이 풍부하다. 볼보가 자랑하는 각종 안전장비와 반자율주행 시스템부터, LED 헤드램프,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 9인치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 가죽 시트, 파노라마 선루프,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등이 아낌없이 담겼다.

볼보란 브랜드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누군가에는 좋은 가격, 누군가에게는 비싼 가격으로 여기질 수 있겠다. 볼보자동차에게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는게 더 큰 숙제로 보인다. XC40은 그 난제를 풀어줄 수 있는 결정적인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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