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은 유독 유리 건물을 좋아한다. ‘유리 공장’으로 불리는 드레스덴 공장부터 ‘아우토슈타트’의 본관과 카타워로 불리는 ‘아우토튀르메’, 자동차 박물관 ‘자이트하우스’, ‘쿤덴 센터’ 등은 전부 속이 훤히 비치는 유리 건물이다. 유리 건물은 건축미를 높이면서도 조명비와 난방비를 줄일 수 있다는데, 폭스바겐은 그런 이유보다 경영의 투명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싶어서라고 설명한다.

아우토슈타트에는 화려한 유리 건물 외에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 잡는 건물도 듬성듬성 늘어섰다. 겉모습만 봤을 때는 어떤 용도인지 알아채기 힘들다. 아우토슈타트의 특징 중 하나지만 이 테마파크 어떤 건물에도 폭스바겐의 엠블럼이나 광고판이 붙지 않는다. 마치 건물 자체가 하나의 순결한 예술작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 아우토슈타트의 명물, 아우토튀르메와 쿤덴 센터. (사진=볼프스부르크 김상영 기자)

이 정체불명의 건물들은 폭스바겐그룹 산하에 있는 브랜드의 파빌리온으로 아우토슈타트 내에는 2012년 완공된 포르쉐 파빌리온부터 폭스바겐, 아우디, 세아트, 스코다, 람보르기니, 부가티 및 벤틀리의 파빌리온이 브랜드의 개성을 뽐내며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 포르쉐 파빌리온, 포르쉐의 아름다움

포르쉐 파빌리온은 가장 최근 만들어졌다. 2000년 완공된 아우토슈타트는 지속적인 리모델링으로 이곳을 다시 방문하는 관람객들에게도 매번 신선함을 준다. 포르쉐가 폭스바겐그룹에 편입된 후 아우토슈타트는 재빨리 포르쉐 파빌리온을 만들었다.

▲ 포르쉐 파빌리온.(사진=볼프스부르크 김상영 기자)

포르쉐 파빌리온은 거대한 조형물에 가깝다. 포르쉐의 유선형 디자인을 형상화한 것 같다. 입구로 들어서면 “드림카를 찾을 수 없어 내가 직접 만들었다”는 페리포르쉐의 얘기가 벽면에 새겨져있다.

▲ 카이맨, 911, 카이엔이 전시됐다. 포르쉐는 온통 은빛으로 파빌리온을 물들였다.(사진=볼프스부르크 김상영 기자)

실내는 포르쉐의 탄생부터 현재까지를 압축한 영상과 앙칼진 포르쉐의 사운드가 관람객을 압도한다. 또 역대 포르쉐 모델의 모형차와 카이엔, 911 카브리올레, 카이맨 S 등이 전시됐다. 전시차는 수시로 바뀌고 마칸은 아직 업데이트가 안됐다.

▲ 신차가 생기면 공간이 부족하겠다. 아직 마칸도 업데이트가 안됐다.(사진=볼프스부르크 김상영 기자)

◆ 폭스바겐 파빌리온, 폭스바겐의 성격 그대로

폭스바겐 파빌리온은 매우 정갈하다. 얼핏보면 가건물 같기도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매우 정교하게 지었다. 겉면은 역시 유리로 덮여있다.

▲ 폭스바겐 파빌리온.(사진=볼프스부르크 김상영 기자)

실내에는 폴로와 골프 바리안트, 크로스 업!이 전시됐다. 메인은 2014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폴로 페이스리프트였다. 작년에 왔을 땐, 골프 GTI를 기반으로 만든 콘셉트카 ‘디자인 비전 GTI’가 있었다. 그때보다 감흥은 적었다.

▲ 폴로 페이스리프트가 메인이었는데, 지난 제네바 모터쇼나 이번 아우토슈타트를 통해서 봤는데 여전히 어떤 점이 바뀐 것인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사진=볼프스부르크 김상영 기자)

전시관 안쪽으로는 폭스바겐이 친환경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알려주는 멀티미디어 학습장이 마련됐다.

◆ 아우디 파빌리온, 기술의 진보를 보여준다

아우디 파빌리온은 아우디의 엠블럼을 형상화했다. 원형 건물이지만 벽면 이음새의 선을 강조했다. 마치 아우디의 세단이 그렇듯 부드러움과 강인함이 공존하고 있다. 혹자는 ‘굵은 버섯’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 아우디 파빌리온.(사진=볼프스부르크 김상영 기자)

실내서는 마치 여의주같은 플라스틱 공을 나눠준다. 공 속에 LED가 박혀있어서 특정 구간을 지날때면 색이 바뀐다. 또 이 공으로 다양한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 아우디 '여의주'.(사진=볼프스부르크 김상영 기자)

아우디 파빌리온에는 아우디의 여러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아우디가 자랑하는 것은 ‘아우디 스페이스 프레임(ASF)‘이다. 그리고 고성능 스포츠카 R8과 이와 상반되는 전기차 A1 e-트론도 함께 전시돼있다.

▲ 아우디 R8과 아우디 스페이스 프레임.(사진=볼프스부르크 김상영 기자)

◆ 람보르기니 파빌리온, 공포의 대상

람보르기니 파빌리온은 온통 검은색이다. 별다른 꾸밈도 없지만 여러 파빌리온 중에서 브랜드의 특징을 가장 잘 담아내고 있는 건물이다.

▲ 람보르기니 파빌리온.(사진=볼프스부르크 김상영 기자)

실내도 어두컴컴하다. 마치 ‘귀신의 집’을 체험하는 기분이다. 스모그가 실내를 가득 채우고 람보르기니의 성난 울음 소리가 건물을 울린다. 감옥처럼 철창이 쳐있고 그 벽면에 무르시엘라고가 매달려있다. 계속 거친 소리를 내뿜더니 이내 스모그가 시야를 가리고 무르시엘라고는 자취를 감춘다. 약간의 공포감에 사로잡혔던 관람객들은 꽤 놀란 눈치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괴성을 지른다.

▲ 철장에 갇힌 무르시엘라고. 시종일관 울부짖는다.(사진=볼프스부르크 김상영 기자)

실은 벽 자체가 회전하며서 벽에 붙어있던 무르시엘라고가 건물 외벽으로 옮겨진 것. 안에 있는 사람보다 평화롭게 파빌리온을 지나던 사람들이 사실 더 놀랐을거다.

◆ 세아트 파빌리온, 젊고 역동적인 분위기

의외로 세아트 파빌리온의 전시 규모가 가장 컸다. 또 아우토슈타트 중앙에 위치해서 어느 곳을 가려해도 꼭 지나쳐야 했다.

▲ 세아트 파빌리온.(사진=볼프스부르크 김상영 기자)

세아트는 젊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강조한다. 폭스바겐과는 조금 다르다. 더 격렬하다. 디자인이나 분위기가 남성적이다. 스페인이 혈통이기 때문에 조금 더 열정적인 것 같다. 파빌리온에서는 락 음악이 울려퍼진다. 붉은 조명도 왠지 피를 끓게 한다.

▲ 세아트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사진=볼프스부르크 김상영 기자)

메인 전시차는 레온. 골프와 동일한 플랫폼에서 만들어지는 레온은 골프처럼 연비에 특화된 모델부터 고성능 모델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다.

▲ 세아트 파빌리온 입구.(사진=볼프스부르크 김상영 기자)

◆ 스코다 파빌리온, 폭스바겐그룹에서 가장 오래된 브랜드

스코다는 폭스바겐그룹의 브랜드 중에서 국내 인지도가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폭스바겐그룹에 속한 12개 브랜드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또 폭스바겐그룹에서 저가 브랜드의 역할을 아주 잘 수행해내고 있는 회사다.

▲ 스코다 파빌리온.(사진=볼프스부르크 김상영 기자)

스코다도 세아트와 마찬가지로 젊고 활기찬 분위기다. 브랜드는 상징하는 색도 초록색이다. 이와 다르게 차의 디자인은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 체코만의 특징이 강하게 묻어나는 것 같다. 그래도 유럽에서는 가격대비 성능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 사실 스코다 파빌리온은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문손잡이의 디테일 때문에 들어갔다.(사진=볼프스부르크 김상영 기자)

스코다 파빌리온은 스코다의 엠블럼이 형상화했다. 문 손잡이나 창살 등의 세부적인 디자인도 돋보인다.

▲ 스코다는 스스로 가장 오래된 자동차 회사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사진=볼프스부르크 김상영 기자)

◆ 프리미엄 클럽하우스, 눈부신 부가티 베이론

프리미엄 클럽하우스는 부가티와 벤틀리를 위한 곳이다. 마치 지하 벙커를 연상시키듯 은밀하다.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될 곳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벤틀리와 부가티의 파빌리온인 프리미엄 클럽하우스.(사진=볼프스부르크 김상영 기자)

실내는 화려하다. 천장에 매달린 기하학적인 네온사인과 벽면의 거울, 은빛 부가티 베이론의 조화는 신비롭기만 하다. 출구 쪽에는 부가티 베이론에 장착되는 W16 기통 엔진과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전시됐다. 그 크기가 엄청나게 커서 파워트레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당한다.

이번으로 두번째 방문이지만 벤틀리가 전시된 것을 보진 못했다. 

▲ 은빛 부가티 베이론. 조명이 거울, 베이론을 반사시킨다.(사진=볼프스부르크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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