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원동력, 아우토슈타트에 가다
  • 독일 볼프스부르크=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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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03 07:36
폭스바겐의 원동력, 아우토슈타트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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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직접 차를 출고하기로 했다. 홀로 울산행 기차에 몸을 싣고 무려 4시간. 야적장에 먼지 뽀얗게 쌓인 수천대 차 중에 내 차도 있었다. 요즘 조립 불량도 많다는데 제대로 고르기나 한건지 불안불안 했다. 휑한 공장을 뒤로 하고 다시 5시간 운전해 서울로 돌아오니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몇일전 현대차를 구입한 제 친구 말입니다. 우리가 직접 자동차 공장 출고장에서 차를 받는다면 대개 이런 모습이겠죠. 직접 출고장까지 가는 일도 극히 드물지만 막상 가도 별다른 감흥은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유럽 최대 자동차 브랜드 폭스바겐도 이와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 아우토슈타트의 전경. 인공호수는 겨울이 되면 스케이트장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폭스바겐 공장인 볼프스부르크는 도시 자체가 어두침침했고 폭스바겐 출고장은 초라하기만 했고, 출고장에서도 마치 주입식 교육처럼 진부한 설명이 이어질 뿐이었다고 합니다.

폭스바겐그룹 의장 페르디난드-피에히(Ferdinand Piëch) 박사는 자서전의 통해 “본사에서 직접 차를 받아간 고객이라면 팬이 돼야 마땅한데,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고 볼프스부르크의 출고장에 대한 느낌을 소회하기도 했습니다.

   
▲ 자이트하우스의 야경.

당시 회장이던 피에히는 이곳을 단순한 차량 출고장이 아닌 거대한 자동차 테마파크를 건설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죠.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는 1994년부터 약 6246억원(4억3천만 유로)이 투자됐고 2000년 6월이 돼서야 마무리됐습니다. 폭스바겐의 거대 자동차 테마파크인 ‘아우토슈타트(Autostadt)’는 이렇게 탄생됐습니다.

-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

독일은 차량 탁송비가 무척 비싸니 고객이 직접 차를 받아가면 꽤 많은 돈이 남습니다. 그래서 그 돈을 폭스바겐에 지불하면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온 가족이 아우토슈타트 안에 있는 리츠칼튼 호텔에서 숙박을 하고 그곳의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거나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식사를 대접받습니다. 그야말로 VIP 대접을 받는 것이죠.

   
▲ 신형 골프 GTI를 구입한 고객.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아우토슈타트 내의 다양한 시설물을 즐기다 정해진 출고 시간이 되면 아우토슈타트 중앙에 위치한 쿤덴센터(Kunden Center)로 향합니다. 자신의 차를 처음 보는 곳이죠. 건물은 역시 유리로 꾸며졌고 예술가의 작품도 곳곳에 놓여있습니다. 폭스바겐의 신차도 전시돼 차를 기다리는 동안 마음껏 둘러볼 수 있습니다.

   
▲ 고객이 차를 인도받는 쿤덴센터. 대형모니터로 출고 상황을 볼 수 있다. 또 다양한 전시차를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모든 차는 공장에서 완성되면 지하터널을 통과해 그 유명한 '아우토튀르메'에 진열됩니다. 아우토튀르메는 아우토슈타트의 명물이죠. ‘죽기 전에 꼭 봐야할 세계 건축 1001’에 뽑히기도 한 유명한 건물입니다. 강철 구조물과 유리로 완성돼 속이 훤해 비칩니다. 이 건물은 총 22층 높이고 총 400대의 차를 진열할 수 있습니다. 화재 시 불을 신속하게 끄기 위해 각 층마다 곳곳에 소화기가 배치됐고 모든 차의 보닛은 살짝 열려있습니다.

   
▲ 일사불란하게 차가 빠져나가고 들어온다.

이곳에 폭스바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종종 아우디나 세아트 같은 폭스바겐그룹의 다른 브랜드도 보입니다. 이들 차량도 고객이 원하면 이곳에서 차를 출고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준비가 되면 아우토튀르메에서 또 다른 지하터널을 통과해 쿤데센터로 차가 이동됩니다. 모든 절차는 기계 시스템으로 인해 사람의 손이 닿는 것을 최소화합니다. 완성된 새차 상태 그대로 고객에게 인도하기 위해서 입니다.

   
▲ 아우토슈타트의 명물, 아우토튀르메. 보이는 호수 밑으로 지하터널이 뚫려있다. 공장에서 완성된 차는 이 터널을 통과해 아우토튀르메로 이동된다.

차를 인도받은 고객은 직원에게 상세한 설명을 듣고 아우토슈타트 내부와 인근 도로에서 함께 시승 해볼수도 있습니다. 차에 이상이 없으면 바로 쿤덴센터에 위치한 등록창구에서 차량 등록을 하고 미리 가져온 번호판을 부착합니다.

아우토슈타트가 개장한 후 독일에서 폭스바겐을 구입하는 소비자 중 볼프스부르크에 와서 직접 차를 인도받는 비중이 30%를 넘는다고 합니다. 독일 뿐 아니라 유럽 곳곳에서 신청하는데, 덕분에 아우토슈타트 내에 위치한 리츠칼튼 호텔은 폭스바겐 직원조차 객실을 구하기 힘든 곳이 되었다는군요.

   
▲ 최근 가장 많이 출고되고 있는 차는 신형 골프다. 아우토튀르메에서도 세대중 한대는 골프였다.

- 볼거리가 넘쳐나는 곳

아우토슈타트의 모든 시설은 폭스바겐 고객이 아니더라도 즐길 수 있습니다. 폭스바겐의 통계에 따르면 아우토슈타트는 독일 내에서 2번째로 인기가 높은 체험형 테마 파크며 주말에는 하루에 무려 1만5천명이 찾는다고 합니다.

   
▲ 박물관의 전시차는 수시로 바뀐다. 사진은 비틀의 백만번째 생산 모델.

특수제작된 기차를 타고 폭스바겐 공장을 견학할 수도 있고, 박물관을 둘러볼 수도 있습니다. 이 박물관에는 폭스바겐 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 역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다양한 차가 전시돼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처음 특허를 받은 차부터 캐딜락의 V16 엔진이 장착된 차,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 부가티 베이론까지 그야말로 자동차의 변천사를 한번에 보는 셈입니다. 

축구장 25개를 합쳐놓은 크기의 아우토슈타트에는 폭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의 개별적인 전시관도 마련됐습니다. 각각의 전시관은 건물 디자인부터 인테리어까지 그 브랜드의 특성에 맞게 꾸며져 있죠.

   
▲ 부가티와 벤틀리 브랜드관에 전시된 베이론.

아우토슈타트의 최대 명물인 아우토튀르메의 내부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맨 꼭대기 전망대에 오르면 볼프스부르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구자철 선수가 활약하는 폭스바겐 아레나 축구경기장도 보이고 볼프스부르크 성도 보입니다.

   
▲ '레벨 그린'으로 불리는 곳. 마치 과학관처럼 다양한 것을 체험할 수 있다. 한눈에 봐도 인테리어에 큰 공을 들인 것을 알 수 있다.

폭스바겐 투아렉이나 티구안, 아마록을 이용해 오프로드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저는 티구안을 타고 체험했는데, 국내서 파는 티구안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습니다. 티구안의 재발견이라고 할까요? 그 치열했던 순간의 영상은 여기를 클릭.

   
▲ 아우토슈타트에 마련된 올-터레인 트랙. 오프로드 코스 외에도 경제 및 안전운전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근데, 이런 자동차 관련 관광지를 가면 아빠만 신나고 엄마나 아이들은 지루할게 뻔합니다. 그래서 아우토슈타트 근처에는 여성 고객들이 좋아할만한 대형 아울렛 매장이 들어섰고 아우토슈타트 안에도 쇼핑센터가 마련됐습니다. 또 스위스 유명 외식업체인 뫼벤픽의 레스토랑은 9개나 있습니다. 여성들은 여성 나름대로의 시간을 충분히 보낼 수 있는 것이죠.

   
▲ 아우토슈타트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어른들은 한가롭게 산책을 즐기는 곳이다.

아이들은 더욱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오토랩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직접 자동차를 디자인해 볼 수 있는가 하면, 어린이 면허증 취득 프로그램을 통해 소형 미니카를 직접 몰아볼 수도 있죠. 차는 비틀 카브리올레와 포르쉐 911 카브리올레가 준비돼있습니다. 여기서 생애 첫 면허을 발급받은 아이는 아마 끝까지 폭스바겐의 마니아로 남을 것입니다. 잠재고객의 충성도까지 확보하는 효과를 얻고 있는 셈이죠.

   
▲ 이 소형차로 어린이들은 면허를 취득한다. 비틀 카브리올레와 포르쉐 911 카브리올레가 준비됐다.

단순히 차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마케팅이라고 폭스바겐은 강조합니다. 아우토슈타트의 CEO인 오토-페르디난트(Otto Ferdinand) 박사는 “아우토슈타트라는 대형 프로젝트는 그룹의 마케팅과 판매 분야에서 가장 앞선 프로젝트”라 설명합니다.

   
▲ 폭스바겐 볼프스부르크 공장 옆에는 미텔란트 운하의 물이 잔잔히 흐르고 대형 발전소는 볼프스부르크 일부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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