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PYL 차종들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갈수록 줄고 있다. 오너 자녀가 소유한 계열사인 이노션에 불필요한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현대차는 작년 10월, 벨로스터와 i30, i40 등 3개 차종을 PYL(프리미엄 유니크 라이프스타일) 모델로 선정하고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현대차는 당시 PYL 브랜드를 론칭하며 국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SM과 손잡고 보아,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등을 총출동시켜 각 차의 테마송을 만들고 대규모 콘서트를 여는 등 화려한 출정식을 벌였다.

이후 현대차는 TV 광고를 포함해 PYL 할로윈 파티, PYL 오토시네마, PYL 레이싱, PYL 팩토리 오픈, PYL 에비뉴 등 다른 차종에선 좀처럼 볼 수 없던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며 수백억의 마케팅 비용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었다.  

   
▲ 벨로스터, i30, i40 등 PYL 라인업

현대차가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 올 들어 벨로스터는 전년대비 40%, i30와 i40는 각각 35%와 27% 하락하는 등 판매량은 오히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미 마케팅 업계에선 캠페인에 실패한 대표적 사례로 손꼽고 있다.

판매 차종의 면면을 보면 더욱 암울하다. PYL의 시작은 지난 2011년 3월에 출시된 벨로스터다. 현대차는 이 차를 가리켜 ‘혁신적, 문화적, 감성적 가치를 추구하는 젊고 개성적인 고객들을 위한 차'라고 소개했다. 또, 희소성을 더하기 위해 2011년 한 해 동안 오직 1만8000대(월평균 1800대)만 '한정판'으로 생산·판매 할것이라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한정판은커녕 출시 첫해부터 판매가 신통치 못해 목표 판매량의 불과 60% 수준인 월 1220대가 팔렸을 뿐이었다.

현대차는 PYL 브랜드 캠페인과 함께 벨로스터에 DCT(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터보 모델을 추가했지만, 판매량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벨로스터는 2012년 월평균 415대 수준인 4979대, 2013년 8월까지는 월평균 263대 수준인 2107대밖에 팔리지 않았다.

   
▲ PYL 브랜드 출범 후 각 모델들의 판매량 변화

2011년 10월에 출시한 i30의 판매량도 PYL 브랜드 론칭 이후 더 떨어졌다. i30는 출시 초기에 월 1500~1700대가 판매됐으나, 2012년에는 월평균 1285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 들어선 더욱 줄어 1~8월까지 월평균 874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현대차가 경쟁모델로 꼽은 '폭스바겐 신형 골프'보다도 적게 팔리는 셈이다.

i40의 경우는 작년 1월 세단 모델이 출시된 이후 판매량이 잠시 월 862대까지 늘었지만, PYL 광고가 시작될 즈음부터 판매량이 급감해 올해는 월평균 556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의 한 저널리스트는 "한국에서 펼쳐진 PYL 파티에 참석해 봤는데 차를 사지도 않을 어린 친구들을 대상으로 춤추고 노래 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면서 "일본에서 30년 전에 하던 마케팅 방법을 보는 것 같아 문화적 충격을 느꼈다"고 말했다. 

모 증권사의 한 자동차 전문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가 PYL 행사와 광고에 돈을 쏟아붓는 것을 보면 대기업 그룹사의 '일감 몰아주기'의 전형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이노션의 지분 80%를 정의선 부회장과 정성이 고문이 보유한 이상 앞으로도 이런 무의미한 비용 집행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한 관계자는 "PYL 차종은 판매량을 높이는게 아니라 다양한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든 파생 모델이어서 판매량이 적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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