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아차 스토닉은 '티볼리 킬러'가 될 수 있을까?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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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28 17:09
[기자수첩] 기아차 스토닉은 '티볼리 킬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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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가 뒤늦게 국내 B세그먼트 SUV 시장 공략에 나섰다. 투싼이나 스포티지로도 충분하다던 여유는 사라진지 오래, 불과 한 달의 시간차를 두고 코나와 스토닉을 연달아 쏟아낼 정도로 서두르는 모습이다.

물론, 이들이 목적은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이다. 코나의 이름을 미국 지명에서 따온 것, 스토닉을 유럽에서 가장 먼저 공개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가장 볼륨이 큰 주력 시장을 목표로 시작부터 끝까지 기획된 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 현대차 코나

그러나 국내에서는 단연 '타도 티볼리'다. 국내 초소형 SUV 시장이 이렇게 급속도로 커진 가장 큰 이유는 티볼리의 성공 덕분으로, 출시된지 2년 6개월이 지났음에도 월 5000대(롱바디 '에어' 포함)가 팔릴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당초 예정보다 일정을 앞당겨 코나와 스토닉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스토닉과 코나는 같은'급'이 아니다. 스토닉은 코나보다 반 등급가량 낮은 모델로 볼 수 있다. 차체가 조금씩 다 작은 데다가, 같은 엔진을 장착하면서도 출력을 낮췄다. 가격도 엔트리 트림 기준 200만원가량 저렴하다.

일부에서는 기아차가 형님인 현대차의 눈치를 보느라 일부러 상품성을 낮췄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스토닉은 프라이드를 키운 것으로, 엄밀히 SUV보다 CUV에 가까운 모델이다. 기아차에서도 내년 하반기에 카렌스 후속으로 코나급 SUV를 내놓을 예정이다.

▲ 현대차 코나 실내

코나가 고급화를 내세우며 '프리미엄'을 표방했다면, 스토닉은 철저히 '경제성'을 강조했다. 특히, 저렴한 가격대를 앞세워 티볼리가 주도하는 현재의 판을 흔들려는 움직임이다. B세그먼트 시장의 볼륨이 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일단 티볼리에 쏠린 점유율을 뺏어오는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현대기아차는 티볼리의 인기 이유가 160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낮은 가격대라고 분석한 듯하다. 물론, 1600만원대는 전체 판매량의 1%도 안되는 가솔린 수동변속기 모델에 불과하지만, 저렴한 이미지로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미끼 상품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스토닉이 티볼리를 견제하면서도 코나의 미끼 상품이 될 뿐만 아니라, 내년에 나올 카렌스 후속 SUV까지 이어지는 다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 기아차 스토닉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정보로는 스토닉이 충분히 티볼리 자리를 어느 정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젤 엔트리 트림 기준으로 스토닉의 가격은 약 1900만원으로, 티볼리(2060만원)보다 150만원가량 저렴하다. 엔진 성능은 110마력으로 코나(136마력)에 비해서는 떨어지지만, 티볼리(113마력)와는 거의 비슷하다(토크는 30.6kg·m로 같다). 사양이 달라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대략적인 상품 구성도 그리 큰 차이가 없는 듯하다.

물론, 티볼리도 절대 만만한 모델은 아니다.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트랙스, QM3를 제치고 B세그먼트 SUV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것은 순전히 티볼리의 능력이다.

그러나 막강한 유통망과 자금력을 앞세운 현대기아차의 물량 공세에 대적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요즘 현대기아차가 예전처럼 여유롭지 않은 만큼, 새롭게 진출하는 초소형 SUV 시장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 기아차 스토닉 실내

코나와 스토닉의 등장으로 굳건했던 티볼리 왕국에는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전체적인 볼륨은 커지겠지만, 그 안에서의 점유율 싸움은 더욱 치열해 질 듯하다.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트랙스도 풀체인지급 페이스리프트 이후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상태며, QM3도 곧 상품성을 개선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현대기아차의 가세로 국내 B세그먼트 SUV 시장에 과도한 출혈 경쟁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티볼리가 판매량과 점유율을 유지하려면 결국 프로모션을 늘리는 수밖에 없는데, 트랙스와 QM3도 이 경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당장은 저렴한 가격에 차를 살 수 있어 좋을 수도 있겠지만, 과열된 경쟁의 부작용은 언제나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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