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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GM 가격정책, 실수냐 실력이냐…크루즈의 미래는?
신승영 기자  |  sy.shin@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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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07  17: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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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신형 크루즈가 이달 본격적인 출고를 앞두고 있다. 2월 초까지 알려진 사전계약대수는 약 1500여대로, 8일(영업일 기준)만에 사전계약 1만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말리부와는 사뭇 비교된다. 지지부진한 계약 실적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가격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대다수 국내 소비자들은 1890만원부터 시작하는 신차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인식한다. 기본 가격(A/T 기준)은 경쟁 모델인 현대차 아반떼(스타일: 1560만원)보다 330만원이나 더 비싸다.

한국GM은 기존 준중형차보다 가치 있는 차라며, 아반떼와의 직접적인 가격 비교를 거부했다. 그러나 회사가 생각하는 제품의 가치와 소비자가 인식하는 가치 간 괴리는 사전계약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신형 크루즈는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신차효과는 전무(全無)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회사는 근시일 내 가격을 조정한 2018년형 모델을 내놓거나 할인 및 각종 혜택을 동반한 대대적인 판촉 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예측된다. 

# 상처뿐인 영광 '2016년 경차 판매 1위'

비단 신형 크루즈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GM은 최근 수년간 일관성 없는 가격정책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스파크의 경우 신차임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초기 가격 결정으로 구형 모닝에게 내내 끌려다녔다.

현세대 스파크는 2015년 8월부터 국내 출고가 시작됐다. 기본 모델인 LS 트림(이하 A/T 기준) 판매가는 1199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구형 스파크 L 트림(1156만원)보다 43만원이 올랐고, 구형 모닝 스마트 트림(1080만원)보다 119만원이 비쌌다. 주력인 LT플러스 트림(1372만원)은 구형 모닝의 디럭스 트림(1250만원)보다 122만원이 높았다. 

스탑&스타트 시스템이 장착된 에코 모델은 기본 가격만 1227만원이었다. 가죽시트, 전방추돌경고 시스템, 사각지대경고 시스템 등이 지원된 에코 모델 LTZ 트림은 1499만원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열선 스티어링 휠과 후방카메라 등을 더할 경우 차값은 1610만원에 달했다. 

기아차는 스파크 출고 개시 다음달부터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시하고 나섰다. 가격에 민감한 경차 시장의 판도는 금세 구형 모닝으로 기울었다.

 

결국 스파크는 신차 출시 3개월여만에 현금 할인에 이어 초저리 장기할부 등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후 2016년 한 해 경차 시장은 냉장고, 에어컨, TV 등 경품을 쏴대는 전쟁터로 변했다. 

회사는 1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가격을 조정한 2017년형 스파크를 선보인다(2016년 6월). 기본 LS 모델(A/T)은 1199만원에서 1162만원으로 37만원이 인하됐다. 더불어 CVT(C-TECH)보다 83만원 저렴한 MTA 타입의 이지트로닉 모델을 새롭게 투입했다. 

이달 스파크의 최대 할인금액은 150만원이다. 지난 1년 6개월여동안 '경차 시장 1위'란 명예를 얻기 위해 제값을 받은 달은 손에 꼽을 정도다. 

# 말리부를 위해 임팔라를 죽이다?

한국GM은 지난해 '임팔라 죽이기'에 나섰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해할 수 없는 가격 인상으로 잘 팔리던 임팔라의 판매량을 일부러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임팔라 판매가격은 2.5 LT 트림 3409만원, 2.5 LTZ 트림 3851만원, 3.6 LTZ 트림 4191만원 등으로 책정됐다. 당시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반영한 구매 가격은 각각 3363만원, 3797만원, 4136만원 등이다. 

미국에서 수입 판매된 임팔라는 출시 첫 해 불안정한 공급물량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6900여대를 판매했다. 이듬해 상반기 임팔라는 기아 신형 K7 출시 등 외부 악재를 이겨내고, 공급 안정화를 바탕으로 8128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회사가 신형 말리부에 집중하며 임팔라 판매를 줄이기 시작했다. 더욱이 작년 9월 이해할 수 없는 가격 인상을 결정하며, 스스로 판매 의지를 꺾어버렸다. 당시 한국GM은 환율도 유리한 상황에서 별다른 제품력 보강 없이 임팔라 가격을 최대 345만원(3.6 모델: 4536만원)이나 높였다. 

가격을 인상한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임팔라 판매량은 2144대로, 전년동기대비 67.9%나 급락했다.

한국GM은 2010년 마이크 아카몬 사장부터 세르지오 호샤 사장, 그리고 제임스 김 사장까지 7년 연속 '내수 시장 두 자릿수 점유율 달성'을 천명했고, 매년 실패했다. 실패에 익숙해 이기는 법을 잊어버린 걸까. 지난해 내수 시장 점유율도 9.9%에 그쳤다. 임팔라 판매가 조금만 더 이어졌다면 충분히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한국GM 스스로 기회를 걷어찬 것과 다름없다.

# 말리부, 전형적인 '소탐대실(小貪大失)' 

신형 말리부도 오만한 결정으로 소비자 외면을 당했다. 

말리부는 지난해 4월 공식 출시 후 한 달여 만에 계약대수 1만7000대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부 모델의 경우 계약부터 인도까지 5개월이나 소요되는 사태를 벌였다. 

그러나 신차 출고가 시작된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상황은 급변한다. 회사 측에서 대기 고객들에게 가격이 오른 연식변경 모델로 계약 변경 내용을 통보함에 따라 차량 구매 취소 요청이 줄을 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조 파업 등 여파로 폭발적인 신차 효과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한국GM은 결국 신차 출고 6개월만에 대대적인 판촉 프로모션을 전개한다. 말리부는 작년 11월부터 150만원 상당의 할인 프로모션이 운영됐다. 노후경유차 폐차 지원금 등을 포함한 이달 최대 할인금액은 301만원이다. 2016년 생산 모델의 경우 30만원이 추가된 최대 331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은 행보는 앞서 출시된 르노삼성 SM6와 사뭇 대비되는 모양새다.

#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다

최근 출시된 쉐보레 신차 중 일관된 가격정책을 유지한 차종은 얼마나 있을까. 실수도 한두 번이지 계속 반복된다면 그것은 실력이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가격정책을 두고 이미 신뢰성을 상실했다고 평가한다. 심지어 혹자는 '한국GM이 아닌 글로벌 본사에서 국내 판매 가격을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물론, 단기적으로 제품 판매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시장 목표나 공장 운영,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격정책을 유지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특히 이번 신형 크루즈는 회사에 매우 중요한 신차다. 올 하반기 올란도 생산이 중단될 경우 군산공장 물량을 책임지는 것은 사실상 신형 크루즈 뿐이다.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크루즈 판매가 부진하다는 말은 곧 공장 폐쇄를 의미한다. 이익이 아닌 회사 생존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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