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튜닝·특장 시장도 현대차가 싹쓸이?
  • 신승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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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6.23 11:17
[기자수첩] 튜닝·특장 시장도 현대차가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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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닝이든 특장이든 이대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능력 있다면 현대차 하청으로 전락하고 나머지는 문 닫을 것이다. 이것이 정부가 내세운 '튜닝 활성화'의 결말인가."

22일 만난 A 업체 대표는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튜닝 및 특장 업계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정부의 애프터마켓 육성 및 규제 완화 혜택들이 모두 대기업으로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 부산모터쇼에 출품된 현대차 쏠라티 캠핑카.

현대차는 지난달 특장 모델인 쏠라티 컨버전을 출시했다. 쏠라티 컨버전은 캠핑카를 비롯해 앰뷸런스, 어린이버스, 장애인차, 냉장밴, 윈도우밴 등 총 6가지 모델로 판매된다. 현대차는 다양한 마케팅 및 프로모션 혜택과 전국 서비스 네트워크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달 부산모터쇼 현장에서 쏠라티 캠핑카는 기대 이상의 제품력으로 높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기존 특장 업체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얘기였다. 현대차가 중소 업체들의 밥그릇이라 할 수 있는 특장 사업까지 진출하는 것은 달갑지 않다는 설명이다. 인지도와 자금력, 서비스망 등이 월등한 현대차가 뛰어들면 시장 자체가 무너진다는 지적이다. 

# '중소기업 적합업종' 침해...또 다른 '골목상권' 죽이기?

중소 업체들은 아직 협소한 국내 캠핑카 시장을 현대차가 독식할까 걱정했다. 오토캠핑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국내 캠핑카 시장 규모는 여전히 연간 1000대 미만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 루프탑 텐트에 대한 튜닝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오히려 특장 캠핑카 수요는 크게 위축됐다. 

현대차가 직접 캠핑카를 제작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특정 협력사들에 위탁생산(OEM) 물량을 몰아줄 가능성이 높다. 수십개의 중소기업이 무너지고 한두개의 하청업체만 남게 되는 사태를 우려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때문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침해' 논란은 수년전부터 계속 돼왔다. 

이런 우려로 인해 지난 2013년 출시된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는 3년간 판매 쿼터제가 적용됐다. 하지만 이마저 지난해 종료됨에 따라, 올해부터는 자유로운 판매가 가능해졌다. 현대차는 그랜드 스타렉스와 쏠라티로 저가 및 고가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이미 전국 로드쇼와 투어 등을 진행하며 올 한해 캠핑카에 대한 적극적인 판촉 활동을 예고했다.

▲ 지난해 말 11번가에서 진행된 현대차 튜익스 이벤트

# 튜닝 사업도 '현대차가 싹쓸이'

정부는 2013년 말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자동차 튜닝 산업을 지목했지만, 아직까지 제자리걸음 단계에 머물고 있다. 정부 부처 간 밥그릇 싸움부터 각종 협회 및 지방자치단체의 숟가락 얹기 등이 더해져 아수라장이다. 정작 튜닝 업체 관계자들은 이권 싸움으로 오히려 사업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더구나 최근 환경 문제 등으로 튜닝 규제 완화는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수년전 야심차게 해외에서 판권을 가져온 수입차 전문 튜닝 업체들도 이제 문을 닫거나 사업을 처분하고 나섰다. 

반면, 현대차는 튜익스(TUIX) 브랜드를 중심으로 튜닝 사업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지난 2010년 현대차 튜닝 전문 브랜드로 설립된 튜익스는 2014년 자체 커스터마이징(맞춤제작) 브랜드로 승격됐다. 2014년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를 오픈하고, 지난해 11번가와 같은 오픈 마켓까지 유통 영역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신차 구매시 옵션 외 별도 패키지 상품으로 구성과 종류가 늘어났고, 적용 범위도 증가했다. 상당수 튜닝 업체들이 이제 자체 브랜드보다는 튜익스 납품을 위해 현대모비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현대차의 수직계열화 방식은 국내 완성차 산업의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렸지만, 풀뿌리 부품사들의 자생력을 크게 떨어뜨렸다. 상당수 국내 부품사들이 현대차 입맛에만 맞는 부품을 생산하다보니, 결국 글로벌 경쟁력과 기술력 확보는 소원해졌다는 얘기다. 

현대차가 중심이 될 경우 튜닝 및 특장 산업 또한 단기적인 성장은 가능하지만, 미래 경쟁력은 한계에 다다를 수 밖에 없게 된다. 각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 및 지원책도 필요하지만,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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