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판매 1위' 포터, '에어백'이 없다…다마스·라보·봉고도 '안전 나몰라라'
  • 신승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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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6.08 12:06
[기자수첩] '판매 1위' 포터, '에어백'이 없다…다마스·라보·봉고도 '안전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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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에 대한 안전의식은 나날이 높아지지만, 소형상용차의 안전성은 십여년 전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전 차종 중 판매 1위를 차지한 현대 포터는 2000년에 비해 가격이 2배나 올랐음에도 안전사양 적용에는 인색하다. 한국GM 다마스와 라보 또한 안전장비 적용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 현대 포터II

지난달 현대 포터II를 시승하며 무척 놀랐다. 그 동안 당연히 여러 개가 장착됐을 것이라 생각했던 에어백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포터II 제품안내서를 찾아보면, 4WD 모델은 돈 주고도 에어백을 장착할 수 없다. 2WD 모델도 최상위 '골드' 트림만 에어백이 기본 탑재되고, 나머지 트림은 별도 '안전 패키지'를 추가해야 운전석 및 동승석에 에어백이 지원된다.

현대차 한 영업사원은 "포터를 처음 구매하는 고객들은 에어백이 없어 놀라는 경우가 많다"면서 "돈을 주고도 장착 못하는 4WD 모델 고객들은 계약할때 불만을 털어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 현대 포터II 제품 카달로그

작년 한 해 9만9000여대가 판매된 포터II는 올해 국내 시장에서 판매 1위(1~5월 4만4696대)를 달리고 있다. 2000년에 700만원대이던 차 값은 15년 동안 2배 이상 올랐다. 그럼에도 에어백과 같은 기초적인 안전 사양은 여전히 일부 모델에만 제공된다.

기아 봉고III 4WD 모델도 에어백을 제공하지 않으며, 2WD 모델은 동승석 에어백이 옵션으로 분류된다.

▲ 한국GM 창원공장 다마스·라보 출고장

한국GM 다마스와 라보도 에어백이 빠져있다. 지난 2014년 8월부터 생산을 재개한 다마스와 라보는 월 평균 1000대 이상 판매가 지속됐다. 재생산 결정 당시 한국GM 세르지오 호샤 전(前) 사장을 포함한 회사 경영진은 에어백 추가 등 안전사양 강화를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제품 개선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안전성제어장치(ESC)와 제동력지원장치(BAS), 안전벨트 경고등 등 의무화된 안전 장치들도 정부로부터 유예 판정을 받은 시점(2020년)까지 도입을 미루고 있다. 

그 동안 정부는 '서민의 생계형 운송수단'이라는 미명 아래 안전규정을 적용하지 않거나 유예했다. 안전규정을 따르려면 가격이 오르거나 단종하게 된다는 제조사의 으름장에 끌려간 셈이다.

하지만 요즘 소형상용차, 특히 신차는 서민들의 운송 수단이라기 보다는 대폭 늘어난 대기업들의 택배나 각종 업무차량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 차량 선택권이 없는 고용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모든 상용차에 기본 안전 장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강제적인 안전규제가 필요하고, 완성차 제조사의 도덕적인 각성 또한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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