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휘 선수의 뉘르부르크링24시 '고군분투'...페이스북 글에도 '눈길'
  • 독일 뉘르부르크=강병휘 레이서/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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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30 13:47
강병휘 선수의 뉘르부르크링24시 '고군분투'...페이스북 글에도 '눈길'
  • 독일 뉘르부르크=강병휘 레이서/김한용 기자 (hy.kim@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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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3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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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3시30분(현지시간) 뉘르부르크링24시 레이스가 완료된 가운데, 대회에 참여한 한국인 레이서 강병휘 선수의 도전 과정을 담은 영상이 눈길을 끈다. 출전 한국인은 최장한 선수와 강병휘 선수 단 2명 뿐이다. 

독일 뉘르부르크에서 개최되는 뉘르부르크링24시는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북쪽코스)와 GP코스 두곳을 연결해 총 25.3km 이상의 세계 최대 규모 서킷에서 개최되는게 특징이다. 규모는 크지만 레이스 환경은 결코 좋지 않다. 노폭이 좁은데다 날씨가 좋지 못한 곳이어서 레이스 도중 비나 우박이 내리기도 하고, 고저차, 노면차 등이 모두 크고 험준해 '녹색 지옥'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선수들과 차량 모두 극복하기 어려운 서킷이라는 뜻이다. 특히 6리터가 넘는 고성능 차량은 물론 1.6리터급 소형차까지 25개 클래스가 함께 달리기 때문에 선수들의 스트레스가 더욱 커지고 사고의 위험도 크다. 

강병휘 선수가 새로운 레이스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병휘 선수가 속한 아드레날린레이싱팀 또한 펜스에 뒤쪽을 부딪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여러차례 발생했고, 파워트레인에 문제가 생기는 등 크고 작은 사건이 있었지만 견인과 수리를 거듭 해가며 대회를 완주해냈다. 

한편, 현대차-슈만 레이싱팀은 세계 최초로 공식자리에 등장한 N브랜드 자동차인 i30 2.0T, i30 1.6T, 벨로스터 1.6T 등 3대의 자동차를 투입해 모두 완주했다. 특히 벨로스터 1.6T는 6대가 출전한 클래스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래는 강병휘 선수가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 글들. 

# 뉘르부르크링24 대회 D-2

드디어 뉘르부르그링 24시 공식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뉘르 써킷에서의 네 번째 드라이버 브리핑은 외롭지 않게 최장한 형님과 같이 들었습니다. 한국 드라이버가 같이 있다는게 많은 힘이 되더군요. 게다가 올해엔 현대차 관계자분과 한국서 오시는 기자단까지 여기저기서 한국어가 많이 들릴거 같습니다.

제 출전 차량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지난 경기에서 좋은 기록을 뽑았던 Z4와 작별하고 BMW 325i를 타고 24시간에 도전합니다. V5 클래스에서 V4로 조정한 셈이죠. V5는 카이맨이 워낙 강세라 쉽지 않은 반면 V4는 C클래스 한 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325i 원메이크 클래스에 가까워 제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KW 서스펜션으로 셋업된 차를 탈 수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출전 차량 앞에 강병휘선수(왼쪽에서 3번째)와 팀 레이서들

제 엔트리는 142번입니다. 목요일 밤 야간 예선 1차 세션이 시작됐는데 맑던 날씨가 비로 변해 첫 야간 주행이 야간 우천 주행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었죠. 어둠과 비와 싸우는건 버틸만 했는데 진짜 문제는 페이스가 빠른 GT3 머신들입니다. 뒤에서 접근해 올 때는 라이트가 워낙 강하고 눈이 부셔 거리를 가늠하기 어렵고, 추월해 지나간 후에는 디퓨저와 초광폭 타이어로 어마어마한 물보라를 만들고 갑니다. 이 물보라 때문에 거의 수백미터 동안 '장님'이 됩니다. 노폭을 가늠할 수 조차 없을만큼이죠. 이 때가 가장 위험한거 같습니다.

함께 주행하는 드라이버들 네명 모두 뉘르 24시간은 처음 도전하는 입장이라 위험 부담도 큽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피니시라인까지 잘 몰고 돌아오려고 의기투합 중입니다.

이곳 시간으로 금요일 오전 2차 예선을 치루면 토요일 오후 스타팅 그리드가 확정됩니다. 이제 진짜 레이스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무사완주 제발!!!...

# 뉘르부르크링24시 대회 7시간 전

뉘르부르크링 남쪽은 햇빛이 비추는 가운데 북쪽은 심한 우박이 내려 전체 경기가 중단 된 상황. 초반 2시간 가량 중단 후 경기가 재개 됐다. 

이제 약 7시간 후에 24시간 레이스를 시작합니다. 카치프 미케닉 이안과 함께 우베(독일), 클라우스(독일), 야니(그리스) 그리고 저, 네 명의 드라이버가 완주를 목표로 첫 출사표를 던집니다. 모두 VLN 내구레이스 경험은 있지만 24시간은 처음입니다. 날씨도 계속 비가 예보되어 있어 가혹한 여정이 예상됩니다만... 잘 되리라 믿습니다.

결승은 독일 기준 15:30, 한국 기준 토요일 22:30부터 시작해 일요일 같은 시간에 종료합니다.
막상 시합 당일이 되니 마음은 덤덤하네요. 멋지고 재미있고 안전한 레이스 해보겠습니다.

# 레이스 시작 후 2시간

뉘르부르그링 날씨, 보고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패독은 비도 안떨어지는데 아렘베르그 주변은 폭우와 우박으로 도로가 얼음판이 되었고 경기가 중단되었습니다. 노면 위 하얀 자국은 얼음덩어리입니다. 수십대의 차가 스핀하며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우리 차도 펜스에 부딪혀 리어 휠이 꺾였으나 무사히 피트로 돌아왔습니다.

 

적색기가 해제되면 이제 내 차례. 기도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 대회 시작 15시간 후

이제 약 9시간 남았습니다. 동이 트고 팀 크루들도 조금씩 지친 기색이 보입니다. 저희 첫 24시간 도전은 많은 난관을 뚫고 가고 있습니다.

어제 19시 적기 해제 후 두 번째 드라이버로 제가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포메이션랩 진행중 갑자기 출력이 떨어지더니 급기야 엔진이 꺼져 버립니다. 아무리 시동을 걸어도 살아나지 않고... 그렇게 견인이 되어 펜스 밖으로 끌려나갑니다. 한참 후 현장으로 팀 크루들이 도착하고 연료 펌프 부위를 이것 저것 교체 했으나 여전히 시동은 걸리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발견한 원인은 펌프 릴레이 사망... 이렇게 두 시간 가까이를 달리지 못하고 수리를 한 후 21시 지나 다시 나갔습니다. 이미 수리 시간동안 선두권에 8랩이나 뒤지며 많이 밀립니다. 순위권 욕심은 버려야 하는 상황.

그래도 다시 달릴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며 열심히 달려봅니다. 밤시간을 지나 새벽 3시 반 즈음 다시 제가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우리 경주차의 베스트랩을 세우고 어슴프레 동이 터오는 새벽 하늘을 보며 200km를 더 달리고 내렸습니다.

 

뉘르의 새벽 하늘은 참 감동적입니다. 오죽하면 제가 무전으로 지금 몇시냐고 치프에게 물어봤을까요? 4시 45분이라고 알려주긴 하는데 치프가 나중에 도대체 왜 시간을 물었냐고 묻더군요 ^^ 그 시간대 하늘이 참 예쁘다고 나중에 말해줬더니 이런 놈 처음 본답니다. 저희 차 순위는 현재 5위. 중간 중간 현대 N도 잘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반갑더군요. 끝까지 부디 잘 버텨주기를..

장한 형님 조도 차에 문제가 생겼는지 순위가 한 단계 내려왔습니다. 나란히 4위 5위입니다. 여지껏 한시간 반 밖에 못잔 저는 다시 잠깐의 꿀잠 속으로.... 비가 온다더니 아직 맑네요. 이젠 비가 좀 와줬으면 좋겠는데....

# 대회 시작 21시간 후

이제 24시간 결승도 세시간 남짓 남았습니다. 잠은 다 해서 두 시간 가량 잘 수 있었고 예상 외로 체력은 더블 스틴트를 뛸 수 있을 정도로 남아있습니다. 머리는 머리털이 되고 레이싱 수트에서는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냄새가 납니다.

142번 차량의 치프 이안(왼편)과 강병휘 선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리 팀에도 리타이어 차량이 나왔습니다. 카이맨 하나가 리어액슬에 큰 데미지를 입고 한시간전 쯤 피트로 들어왔습니다. 종합 순위는 몇십 계단을 뛰어 올랐지만 클래스 순위로는 아직 한 대 밖에 잡지 못했습니다. 초반 수리 시간의 공백이 아주 컸습니다.

그래도 완주에 대한 가능성은 조금씩 높아져갑니다. 다리에 통증을 느껴 스틴트를 포기했던 동료 야니도 다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현대도 선방하고 있습니다. 2.0터보 i30는 엔진 트러블 없이 잘 버텨내고 있습니다. 최장한 형님이 속한 팀도 안정적으로 클래스 4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가자! 피니시라인까지! 모두 다. 

2016 뉘르부르크링 24시 화보 - 모터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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