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지금] "난 언제나 녹색 등"...꿈의 신호등이 눈 앞에 와 있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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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3.31 17:55
[독일은 지금] "난 언제나 녹색 등"...꿈의 신호등이 눈 앞에 와 있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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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3.3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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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뭐 그리 먼 옛날은 아니지만, 독일 도로에는 그뤼네 뷀레(Grüne Welle)라고 적혀 있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영어로 바꾸면 그린 웨이브, 즉 녹색 물결이란 뜻인데요. 이론상으로는 이곳에서부터 표지판에 적힌 속도로 주행하면 빨간 불을 만나지 않고 완벽하게 해당 구간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처음 사거리에서 다음 사거리까지의 거리는 625미터입니다. 그리고 이 구간에서 신호가 바뀌는 시간은 90초고요. 그렇다면 이 구간을 시속 50km로 달릴 경우 녹색 신호를 계속 받아 멈추지 않고 사거리를 통과할 수 있다는 겁니다.

# 실패한 녹색물결, IT가 되살려 내다

 

이 녹색 물결 시스템은 미국 유타주에 있는 솔트레이크시티가 1917년 처음 도입했다고 합니다. 물론 사람들이 직접 신호체계를 작동시켰던 수작업 시대였죠. 독일에는 1920년대 베를린에 처음 신호등이 설치되며 그 도로 주변에 적용되기 시작했고, 1970년대까지 독일 전역으로 이어져왔습니다.

하지만 실효성이 없었고, 결국 극소수의 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그뤼네 뷀레 표지판은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왜 실패했을까요? 간단합니다. 변수가 너무 많았던 거죠. 불법 주차된 자동차, 횡단하는 보행자, 그리고 추월을 조심해야 하는 자전거 등, 계산할 수 없는 변수로 제대로 실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또, 정속으로 통과한 직진 차에는 잘 적용되지만 한번이라도 늦어진 자동차들은 정지 신호에 계속 걸리게 됐습니다. 이런 경우를 붉은 물결이라 불렀죠. 상당히 과학적인 신호등 체계이지만 무수한 변수가 있는 상황에는 대책이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론상으로만 가능할 것만 같았던 녹색 물결이 그리 멀지 않은 시간 안에 실현될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넷팅어댑티브코디네이션'이라고 부르는 첨단의 교통신호체계 덕분입니다.  

이 시스템은 레이더, 카메라, 그리고 센서 등을 이용해 실제 도로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수집하고 2~3분 간격으로 신호등을 조절합니다. 실제로 독일 일간지 디차이트는 최근 독일 드레스덴에 있는 기술종합대학교에서 이 신호체계를 성공적으로 실험했하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대학에서는 택시와 버스, 지상 구간을 지나는 지하철과 승용차 등의 흐름을 5초마다 중앙제어 시스템에 보내도록 시스템을 설정하고, 컴퓨터 분석을 통해 도시 전역에 있는 470여개의 신호등을 상황에 맞게 조절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30여곳의 사거리에서 녹색 물결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트럭의 경우 멈췄다 출발할 때마다 엄청난 배기가스를 배출하는데요, 이 시스템이 실현되면 도심의 환경보호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트러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배출가스가 줄어들면서 도시 오염도가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 이미 준비를 마친 자동차 회사들

 

이미 여러 자동차 회사들은 이에 맞는 시스템을 오래 전부터 준비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Car-to-X'로, 자동차와 교통체계가 서로 통신을 하며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을 말합니다. 무선인터넷 신호기에 설치하면 자동차들이 주는 정보를 취합해 교통센터에서 보내고, 이걸 보내진 정보로 신호등은 상황에 맞춰 실시간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이 정보는 다시 개별 자동차에게 보내지게 됩니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볼보 등, 여러 자동차 회사들이 광범위하게 테스트를 통해 당장 실행해도 괜찮을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인데요. 앞서 언급한 '몇 km로 주행해야 파란색 신호를 받아 사거리에서 멈춤 없이 통과할 수 있는지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기능'은 도로 인프라만 갖춰지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기능 중 하나입니다.

 

이처럼 짧은 순간 도로의 거의 모든 상황이 컴퓨터를 통해 확인이 되고, 신호등은 정보를 토대로 변환되고, 다시 이 정보가 자동차에 주어지는 등 쉼 없이 자동차와 교통시스템이 정보를 주고 받게 되는 것, 이게 그토록 사람들이 꿈꿨던 녹색 물결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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