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마니아가 라스베이거스를 즐기는 방법
  • 라스베이거스=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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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1.26 09:32
자동차 마니아가 라스베이거스를 즐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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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곳, 라스베이거스.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도시로 카지노, 테마 호텔, 쇼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넘쳐난다. 1931년 네바다주에서 카지노장이 합법화되고, 1946년 개장한 라스베이거스 최초의 현대식 카지노 호텔 ‘플라밍고’가 문을 열면서 그 속엔 마피아가 깊숙하게 개입했다. 이후 각종 범죄와 매춘 등으로 얼룩진 라스베이거스를 사람들은 ‘신시티(Sin City)‘라고 부르기도 했다.

1990년대 머라지, 베네치안, 만달레이 베이, 벨라지오 등의 대형 호텔과 고급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라스베이거스의 이미지는 점차 변화됐다. 단순히 라스베이거스에는 카지노만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강조하기 위해 각 호텔에는 대형 공연장이 들어서 유명 가수의 공연이나 각종 스포츠 경기가 활발하게 열렸다. 또 호텔마다 독특한 콘셉트로 꾸며져 대형 호텔을 둘러보는 것 자체가 큰 관광요소가 됐다.

▲ 알고 보면 라스베이거스는 자동차 마니아들이 즐기기 좋은 곳이다.

굳이 카지노나 호텔을 둘러보지 않더라도 라스베이거스엔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다. 특히 자동차 마니아라면 무척이나 가볼 곳이 많다. 나스카(Nascar)가 열리는 거대한 서킷 근처에는 슈퍼카 시승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업체가 옹기종기 모였고, 튜닝업체의 공장과 박물관도 자리했다. 또 역사적인 클래식카를 모은 박물관도 있으니 자동차 마니아라면 일확천금의 꿈은 잠시 미뤄두자.

◆ 라스베이거스 모터 스피드웨이

텅빈 경기장을 둘러보는 것이 무슨 재미가 있겠냐만은, 라스베이거스 모터 스피드웨이는 의외로 흥미롭다. 타원형 서킷인 오벌(Oval) 트랙은 예상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관중석만 14만명 이상이니 잠실야구장의 다섯배 정도되는 규모다. 마치 거대한 콜로세움같다. 또 관중석 어디서든 서킷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 라스베이거스 모터 스피드웨이

복합적인 코너가 연속되는 일반적인 서킷은 눈 앞으로 차가 한번 지나가면 나머지 상황을 전광판이나 장내 방송에 의존해야 되는데, 오발 트랙은 그럴 필요가 없다. 복잡하지 않다. 그냥 눈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된다.

또 오벌 트랙에서 경주차는 출발과 동시에 경기가 끝나기 직전까지 거의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다. 일단 서킷에 오르면 시속 300km에 육박하는 최고속도로만 질주한다. 코너 직전의 감속과 기어변속의 타이밍 보다는 앞차 뒤에 바짝 붙어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고 그때 얻은 가속을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더 관건인 셈이다. 관중들은 최고속도로 질주하는 수십여대의 경주차를 상당히 가깝게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쾌감은 더욱 커진다.

라스베이거스 모터 스피드웨이에서는 나스카(Nascar), 인디카(Indy car), 포뮬러D 등의 다양한 경기가 펼쳐지며 경기장 안쪽에는 레스토랑을 비롯한 편의시설과 패독이 위치했다.

▲ 라스베이거스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약간의 비용만 내면 나스카 레이싱카로 트랙을 돌 수 있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나스카 경주차로 오벌 트랙을 체험할 수 있으며 경기장 내에 마련된 간이 서킷에서는 슈퍼카 시승을 진행하는 업체도 있다.

◆ 광활한 벌판에서 꿈에 그리던 슈퍼카를 탄다

라스베이거스 모터 스피드웨이 주변에는 드림 레이싱, 이그조틱 레이싱, 머슬카 익스피리언스 등 다양한 슈퍼카 시승 업체가 몰려있다. 으레 해외 여러 서킷 주변에는 이런 시승 업체가 많지만 라스베이거스처럼 슈퍼카 위주의 업체는 드물다.

▲ 수많은 슈퍼카가 모인 곳. 아무거나 골라타면 된다. 예약은 필수.

모터 스피드웨이에 밀집한 시승 업체의 보유 차량이나 가격은 비슷하다. 가장 가격이 저렴한 닛산 GT-R부터 페라리 458 이탈리아,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00-4, 페라리 GT 레이싱카까지 평생 한번 타보기 힘든 차들이 모여있다.

▲ 국내선 쉽게 접하기 힘든 맥라렌 MP4-12C.

가격은 약 30만원에서 50만원 정도. 기본적인 안전교육을 거친후 약 2km 정도의 간이서킷에서 택시드라이빙이 진행된다. 코스를 숙지한 후 혼자 5~7바퀴를 타게 된다. 코스도 나름 잘 짜여서 슈퍼카를 즐기기엔 충분하다. 또 기름값이나 타이어의 가격을 생각하면 한번쯤은 시도해볼만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차를 타면서 돈을 낸다는 것이 생소할 수도 있으나 카지노에서 허무하게 돈 날리는 것보단 백배 낫다.

◆ 머슬카 마니아들의 필수 코스, 쉘비 팩토리

미국을 대표하는 튜닝업체 쉘비의 공장과 박물관도 라스베이거스 모터 스피드웨이에 위치했다.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어서 누구라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별도의 입장료도 없으니 가볍게 둘러보는 것도 좋다. 공장 견학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건 시간을 맞춰서 가야한다.

▲ 쉘비아메리카 본사. 공장과 박물관이 위치했다.

쉘비 박물관에는 그동안 쉘비가 내놓은 차를 연대별로 잘 전시했다.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변천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쉘비의 창업자인 캐롤-쉘비는 전설적인 드라이버지만 아이러니하게 ‘강심장’은 아니였다. 어려서부터 심장질환을 앓아 평생 약을 복용했고 그 병으로 인해 선수 생활도 접게 된다. 이후 그가 집중한 것이 고성능 차량 개발이다.

▲ 쉘비가 처음 내놓은 1962 쉘비 코브라.

그가 1962년 처음 내놓은 쉘비 AC 코브라는 영국의 자동차 회사 AC의 차체에 포드의 엔진을 넣었다. 쉘비 코브라는 미국의 각종 모터스포츠 경기에서 유럽산 슈퍼카를 압도했다. 쉘비는 계속해서 포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머스탱을 기반으로 다양한 쉘비 시리즈를 내놓았다.

박물관에는 쉘비의 손때가 묻은 첫번째 코브라부터 최근 출시된 머스탱 GT500까지 약 20여대의 차가 전시됐다.

◆ 유명인의 클래식카가 한자리에…오토 콜렉션

라스베이거스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에 위치한 오토 콜렉션에는 다양한 클래식카가 전시됐다. 여느 자동차 업체의 박물관에 비해서는 꽤 초라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클래식카를 종종 볼 수 있다.

▲ 케네디 대통령의 링컨 리무진

히틀러가 탔던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해 무솔리니의 알파로메오, 알-카포네의 캐딜락, 케네디 대통령의 링컨 리무진 등 유명인이 타던 차를 전시한다. 또 이밖에 다양한 클래식카를 전시하는데 이 차를 그대로 판매한다. 그래서 전시차에 가격표가 붙은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 전시차가 판매되다 보니 매번 전시장을 찾을 때마다 진열되는 차가 바뀌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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