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임팔라 3.6, 역사와 전통은 허투루 만들어지지 않는다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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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16 19:38
[시승기] 쉐보레 임팔라 3.6, 역사와 전통은 허투루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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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 한국에서 드럼통을 펴서 시발자동차를 만들때 쉐보레는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인 임팔라를 만들었다. 쉐보레 브랜드를 통틀어 50년대부터 지금껏 이름을 이어온 자동차는 임팔라와 콜벳 뿐이다.

그만큼 많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미국의 상징적인 존재이기도 했다. 지금은 과거의 모습은 찾을 수 없는 세련된 모습이지만 무려 58년 동안 끊이지 않고 인기를 끌었던만큼 이번 10세대 임팔라도 결코 허투루 만들지는 않았을게 분명하다. 

다만 이 차의 메인 모델은 분명 3.6이고 2.5 모델은 엔진이나 옵션은 물론 변속기, 서스펜션, 스티어링까지 모두 한단계씩 아래로 만들어졌다. 또한 2.5 모델은 시승행사에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3.6 모델만 시승했다. 

# 마음에 드는 점 3가지, 크기, 운동성능, 디자인

쉐보레 임팔라는 전통적으로 큰 차체, 넓은 공간, 스포티한 주행감각을 중시하는 자동차다. 전장이 5미터를 넘는 만큼 우리 기준에선 그랜저나 심지어 제네시스보다도 큰 차지만 이전 임팔라에 비하면 훨씬 작아졌다. 차체를 줄이면서 후륜구동을 전륜구동으로 바꾸고 트렁크를 높이는 등의 조치로 실내 공간과 적재용량을 이전보다 오히려 늘렸다. 

실내에 들어앉으면 상대적으로 그랜저보다 작은 휠베이스로 어떻게 이렇게 넓은 공간을 만들어냈는지 놀랄 정도다. 공간을 잘 뽑아냈고 구조도 세련됐다. 뒷좌석 머리공간도 매우 잘 만들어졌다. 다만 대시보드 디자인 등이 요즘 국산차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서 일부는 좀 답답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가죽 소재와 컬러의 조합은 매우 우수하다. '모하비컬러'라는 이름이 붙어 이색적인 가죽은 좀 밝은 편이어서 오랜기간 청바지를 입고 앉으면 이염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운동성능은 더욱 매력적이다. 가속감이나 사운드도 마음에 들었다 변속기를 메뉴얼모드로 하면 엔진 회전수가 7000rpm 넘게까지 올라가는것도 마음에 들었다. 스포츠카 같은 고회전형 엔진 세팅이다. 

핸들링도 덩치를 감안하면 믿기 힘들만큼 좋다. 임팔라에 장착된 전자식파워스티어링(EPS)도 핸들쪽에 모터가 달린 방식이 아니라 바퀴 근처에 모터가 달린 R-EPS 방식이다. 이 R-EPS중에도 기어타입과 벨트타입이 있는데 값도 비싸고 성능도 우수한 벨트타입을 채택하고 있다. 그동안 국산차 중에선 유일하게 제네시스만 벨트타입 EPS를 이용하고 있어서 이번 임팔라가 두번째다. 

쉐보레 차들이라면 다른건 몰라도 핸들링은 우수하다고 해왔지만 쉐보레 임팔라는 그동안의 차들을 훌쩍 뛰어넘는 탁월한 핸들링을 보여준다. 산길에서 차를 내던지듯 핸들을 거칠게 돌려봐도 흐트러짐 없이 돌아주는게 매력이다. 어찌나 그립감이 좋던지 기자들이 차에서 내려 타이어를 살폈다. 굿이어 이글 RS-A가 장착됐는데, 그저 평범한 사계절 타이어여서 좀 실망하는 눈치였다. 단지 타이어 덕이 아니라 차체 강성과 스티어링, 19인치휠 등 전체 조합이 잘 맞춰져 탁월한 코너링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 충분하고 넘치는 동력성능, 퍼내기는 어려워

최대 출력이 나오는건 309마력/6800rpm, 때로는 7000rpm을 넘길 수도 있다. 강력하고 재미있게 달릴 수 있는 차라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잠재력이 제대로 터질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D모드에서 주행해보면 어지간해선 3000rpm을 넘어가지 않는다. 이렇게 낮은 엔진 회전에선 힘이 별로 나오지 않는다. 

주행 중 추월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꾹 밟아보니 좀 어색하다. 보통의 국산차들은 일찌감치 킥다운을 했어야 마땅한데, 이 차는 킥다운 스위치가 없는데다 한번 물면(lock-up clutch) 어지간해선 놓지 않는 스타일의 변속기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미국은 자주 변속하는 것보다 토크 위주로 속도를 꾸준히 밀어 올리는 차들이 많은데 한국 시장처럼 자주 급작스레 가속해야 하는 환경에선 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메뉴얼 시프팅을 하면 매우 역동적인 차로 바뀐다. 사운드도 거칠어지고, 스포츠세단을 모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메뉴얼시프터의 위치가 별로 좋지 않다. 기어노브 위에 작은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설상가상으로 기어노브를 M모드로 옮기면 너무 몸에 가까워져 조작하기 쉽지 않다.   

한국시장에 맞지 않는 점은 더 있다. 우선 노면 소음을 거의 잡지 않고 살려놨다. 우리 기준에선 노면 소리와 풍절음을 잡는게 차의 고급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지는데, 미국 시장과는 좀 다른 부분이다. 또 테일램프에 LED가 장착되지 않은 점도 불만 사항으로 손꼽힌다. 

 

# "한국 시장을 다시 보다"

차가 스스로 가다서다를 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이제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지만 이 차에서 다시금 놀라게 됐다. 매우 매끄러웠기 때문이다. 쉐보레 관계자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을 얘기할때 제네시스나 그랜저를 직접 언급하며 훨씬 앞서는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타본 결과도 월등히 부드럽고 안심이 되는 기능이었다. 

그랜저에 비해 조금씩 더 비싼만큼 여러가지 첨단 기능들이 잘 짜여져 있고, 아슬란에 비해서는 가격대 성능비가 오히려 우수한 느낌이다. 사실상 수입차인데도 불구하고 꽤 경쟁력 있는 가격대를 만들어냈다. 

쉐보레 관계자들도 다들 놀랐다. 그동안 몇몇 차종을 수입해 판매해봤지만 한번도 제대로 팔려나간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상황은 너무나 달랐다. 우선 초도물량 1000대가 계약이 이미 끝나버렸고 이후 추가 계약이 계속 늘어만 가는 상황이다.

입소문을 통해 차의 품질과 성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던게 큰 이유고, 강인하고 굵은 선의 개성있는 프론트마스크, 또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수입차라는 것에 대해 오히려 호감이 작용하고 있다. 앞서 밝힌 몇가지 사소한 문제는 있지만 이 차의 굵직한 장점들은 사소한 단점들을 상쇄하고 남는다.

* 장점

- 커다란 차체, 넓직한 공간

- 우수한 달리기, 돌기, 서기 성능

- 선이 굵고 잘생긴 프론트 마스크

* 단점

- 너무나 부드럽게 세팅한 변속 프로그램

- 전륜구동 세단치고는 적지 않은 가격

- 뒷모습에 대해선 두고두고 말이 많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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