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포드 머스탱 5.0 GT, 진화한 로드파이터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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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01 08:57
[시승기] 포드 머스탱 5.0 GT, 진화한 로드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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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머슬카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6세대 신형 머스탱이 기존 머슬카와 크게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차도 아닌 미국 스포츠카를 상징하는 '머스탱'이기 때문에 그 변화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하게 나뉘겠다. 고전적인 머슬카의 향수는 많이 사라졌지만, 운동성능은 월등히 높았다. 또 분명한 건 뭇남성들을 설레게하는 마초적인 매력은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 새로운 머스탱

머스탱은 1964년 출시 이후 미국에서 날개 돋힌 듯 팔렸다. 영화, TV, 음악, 게임 등 미국 문화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끼치며 1960년대 미국 머슬카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때가 전성기였다. 현재까지의 머스탱 판매 그래프를 그려보면 판매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포드가 영국에 법인을 설립한게 벌써 백년이 넘었다. 포드만큼 유럽에 대해 잘 아는 브랜드도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포드는 머스탱의 미국적인 색채만을 강조했다. 미국에선 아이콘이었지만, 유럽에선 엉성한 스포츠카였다. 머스탱의 역사나 감성, 멋이 전달되지 않았다. 또 포드도 적극적으로 유럽에 머스탱을 알리거나 판매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6세대 머스탱부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포드는 머스탱을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에게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원포드 전략하에 미국적인 감성만을 내세우지 않았다. 전반적인 완성도 높이기에 더 큰 비중을 뒀다. 그렇게 태어난 신형 머스탱은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감각을 갖게 됐다.

# 5분만 타도 변화를 알아챌 수 있다

재작년 라스베이거스에서 미국적인 색채가 가장 강하다고 평가되는 머슬카 닷지 챌린저 RT를 일주일간 몰아본 적이 있다. V8 임에도 기대보다 부족했던 힘과 물렁한 서스펜션, 시종일관 돌아가는 꽁무니 정도가 아직 기억에 남는다. V8 머스탱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때의 기억만을 안고 신차에 올랐다. 5분이나 지났을까, 신형 머스탱은 내가 경험했던 머슬카와는 완전히 달랐다. 경박하게 차체가 들썩이고, 엉덩이가 과도하게 좌우로 요동치지도 않았다. 여전히 꽁무니가 살짝 도는 느낌이 있지만 금세 자세를 잡는다. 이전 세대 머스탱 GT는 매 코너가 목숨을 건 사투였다면, 신형은 적당한 스릴이 동반됐다. 

예상보다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갔다. 굳이 이런 모습까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놀라웠다. 차체는 흔들림이 없었고, 스티어링휠 조작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토글 스위치로 스티어링휠의 무게감도 조절할 수 있고 그 차이도 명확했다. 예전처럼 다소 헐렁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독일차처럼 묵직한 느낌을 선호하는 사람 모두 만족시킬만 하다.

 

코너에서 좌우 바퀴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토크 벡터링과 접지력이라면 어디가서도 빠지지 않는 피렐리 피제로 타이어는 신형 머스탱을 더욱 안정적으로 만들었다. 후륜 서스펜션도 고집하던 리지드 액슬 방식에서 멀티링크 방식으로 변경됐다. 또 모든 부품이 새롭게 개발됐고, 경량화도 이뤄졌다. 

핸들링만큼이나 승차감도 이전과 비교될 정도가 아니다. 투박하거나 신경질적이지 않다. 독일 스포츠카와는 사뭇 달랐다. 천천히 달릴때는 마치 세단을 타고 있는 것처럼 편안했다. 

# V8을 외쳐라

미국인들은 V8에 살고 V8에 죽는다. 머스탱 또한 여전히 거대한 V8 엔진을 고수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배기량을 낮춘 2.3리터 4기통 에코부스트 모델은 아직 낯설기만 하다. 마치 카우보이가 전자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것 같다.

 

5.0리터 V8 자연흡기 엔진은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제원이 주는 것 이상의 희열을 선사한다. 걸죽한 음색은 몹시 중독성이 강하다. 전성기 메탈리카의 남성적인 사운드를 연상시킨다. 굳이 빨리 달리지 않아도 전형적인 V8 엔진 소리를 감상할 수 있고, 천천히 달려도 강함이 느껴진다. 

가속페달을 순간적으로 끝까지 밟아도, 흐트러짐없이 곧장 앞으로 튀어나간다. 좀체 꽁무니가 흔들리지 않는다. 또 차체 앞부분이 들리거나, 급제동에서 앞으로 쏠리는 모습도 많이 사라졌다. 힘은 넘친다. 계기반엔 시속 260km까지 표시됐는데, 그 이상으로도 충분히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생김새와 달리 고속안정성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고회전에서 비로소 제힘을 발휘하는 엔진이지만 회전수를 높게 가져가지 못한다. 패들시프트가 적용됐지만 일정 회전수에 다다르면 스스로 변속해버린다. 그 시점도 다소 이르다. 

# 본격적으로 달려라

토글 스위치를 통해 노멀, 스포츠+, 트랙, 스노우 등으로 주행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기어노브를 S로 옮기면 스포츠, 스포츠+, 트랙으로 모드 세팅이 바뀐다. 엔진 및 변속기의 반응부터 전자장비의 개입까지 조절된다. 그 차이가 쉽게 느껴질 정도다.

 

트랙 모드에서는 ESC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완전히 꺼지진 않는다. 트랙 모드에서는 ‘머스탱스러움’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 가볍게 유턴 할때마저 오버스티어가 발생한다. 코너를 들어서는 매순간이 긴장의 연속이다. 페달을 조금만 세게 밟아도 뒷바퀴가 스르륵 미끄러진다. 이내 자세를 잡지만, 속도를 높여 코너를 달리려면 꽤 높은 수준의 스킬이 필요해 보인다.

 

트랙 모드에서는 ‘트랙 앱스’를 통해 다양한 부가기능을 경험할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시간을 재거나,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멈출때까지의 시간을 잴 수 있다. 가장 흥미로운 기능은 정지 상태에서 뒷바퀴를 굴리는 ‘라인 락’이다. 일명 ‘번아웃’을 하게 만드는 기능이다. 간단한 버튼 조작 후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으면 스스로 앞바퀴를 잠근다. 이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아 뒷바퀴가 제자리에서 마찰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고성능 후륜차는 인위적으로 번아웃이 가능한데, 포드는 이를 더 안전하고 차에 무리가 가지 않게끔 만들었다. 포드 측은 타이어의 온도를 높여 접지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영향은 미미한 것 같다. 또 피렐리 타이어의 가격을 감안한다면, 자주 해볼만한 기능은 아니다.

# ‘진짜배기’ 머스탱

머스탱 GT는 그리 빠르지 않고, 독일 스포츠카처럼 매섭게 코너를 돌아 나가지도 않지만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묘한 매력이 가졌다. 또 스티어링휠의 감촉은 국산 소형차보다 못하지만 자꾸 손이 가게 만든다. 굵고 단단한 기어봉도 마치 내것처럼 손에 착 감긴다.

 

미국적인 색채를 많이 지우고, 전세계라는 목표를 세웠음에도 여러 불만이 크게 다가오진 않는다. 어찌됐건 이차는 머스탱이고, 그중에서도 V8 엔진이 탑재된 진짜배기 머스탱이다.

 

진짜배기 머스탱을 포드코리아는 무려 5335만원에 팔았다. 비록 50대 한정이었지만 포드가 한국 시장을 극진히 생각하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아쉽게도 50대는 모두 판매됐고, 가격은 6035만원으로 올랐다. 대신 한정 모델과 달리 제대로 된 레카로 퍼포먼스 시트가 달렸다. 이 시트의 가격과 장착비만 5백만원이 넘는다고 하니, 현재 판매 가격도 꽤 설득력 있어 보인다.

* 장점

1. 강렬한 디자인. 전통과 혁신의 조화.

2. V8 엔진의 힘과 사운드.

3. 다양한 기능과 안전 및 편의장비는 이 가격대에서 유일하다.

* 단점

1. 글로벌 모델인만큼 실내 소재나 마감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2. ZF에게 라이센스 받은 6단 변속기는 엔진과 궁합이 좋지 않다. 

3. 한글을 지원하지 않고, 각종 기능 사용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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