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승기] 벨로스터 터보 DCT…진작 이렇게 만들었어야 했다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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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23 15:48
[영상시승기] 벨로스터 터보 DCT…진작 이렇게 만들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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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면서 무난한 차를 만들면 어떨까. ‘특이’, ‘무난’... 단어 의미부터 상충하는 이상한 자동차를 현대차는 만들었고, 그 결과는 역시 신통치 않았다. 특이하지만 달리기는 아반떼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쪽은 쿠페지만 한쪽은 문을 두개 달아놓은… 여러가지 우유부단의 결과물이 바로 벨로스터다. 

 

특정 계층에 특화된 ‘핫’하고 ‘쿨’한 제품을 만들어야 성공하는게 요즘 젊은 소비 패턴인데 왠지 현대차가 상황파악을 잘못했던것 같다.

순서가 뒤바뀌긴 했지만 지금 나온 벨로스터 터보 DCT는 당시의 벨로스터를 완전히 잊게 만든다. 200마력 넘는 충분한 출력에 착착 변속되는 건식 7단 DCT의 매력, 거기에 사운드까지 매력적이다. 이 차가 먼저 나와줬다면 벨로스터 차종에 대한 이미지는 완전히 달랐을지 모른다. 

# 파워트레인, 칭찬할건 하자

 

최근 현대차에 대한 기대치는 매우 높아졌다. 과거에 현대차는 그저 굴러가는 차를 싸게 공급하는 회사였지만 지금은 소비자들 대다수가 독일차 수준의 성능과 품질을 기대하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어찌보면 터무니 없다고 볼 수 있지만 더 놀라운건 현대차가 이 기대 이상의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의 외관과 실내 어느 곳을 봐도 진화하지 않는 부분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그 중 가장 빠르게 발전한 부분은 파워트레인이다. 엔진 블럭은 기존 아반떼 1.6 GDi와 공유하지만 여기 트윈스크롤 터보차저를 더해 204마력을 기어이 내놓는다. 터보압이 높으니 터보랙(낮은 엔진 회전에서 가속감이 둔해지는 현상)을 예상하게 되는데, 실제 타보니 터보랙이 적어 낮은 RPM에서도 밀고가는데 부족함이 없다. 아니 힘이 꽤 남는다.

DCT와 결합돼 휠스핀을 일으키는 직결감이 느껴지는건 물론 패들시프트를 당길때마다 변속하는 느낌도 매우 빠르고 정교하다. rpm게이지가 빠른 속도로 툭툭 치고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면 이 차가 예삿차가 아니라는걸 느낄 수 있다. 이 정도 가격의 차급에서 이런 가속감은 믿기 어려운 정도다. 경쟁사의 가솔린 터보와 비교해 월등히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데 이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제조사들도 모두 부러워할한만 수준의 파워트레인이다.

 

# 브레이크와 핸들링은 ‘아직’

벨로스터를 운전하다보면 이상하게 실내가 더워지는걸 느낄 수 있다. 엔진룸이 워낙 뜨거워선지 공기 흡기 시스템이 어딘가 잘못됐는지 히터를 틀지 않아도 더운 바람이 들어온다. 라디에이터에 휀이 계속 돌고 있을 정도로 뜨거워지기도 한다. ‘핫해치’인건 환영인데 ‘더운차’라는 점은 그리 환영받기 어렵겠다. 

 

기존 소비자들은 순정 타이어에도 불만이 많다. 주로 그립력이 부족하고 잘 찌그러진다는 불만이다. 덕분에 편평비도 늘어났고, 순정 타이어도 금호타이어 TA31로 바뀌었는데 이 정도라면 불만은 없지만 여전히 퍼포먼스 타이어와는 약간의 격차가 있다. 여름 전용 퍼포먼스 타이어 대신 사계절 타이어를 끼운만큼 상대적으로 아스팔트 주행감은 아쉬울 수 밖에 없지만 겨울철 주행성능과 배수성이 우수해 안전에는 큰 도움이 된다. 

모두 보는 관점에 따라 사소한 문제일수 있지만, 브레이크와 핸들링은 중요한 문제다. 비록 중형 차급에 비해 브레이크가 조금 낫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충분한 정도는 아니다. 같은 시스템인데, 차량 무게만큼 나아진 정도다. 파워트레인은 재미와 직결되지만 브레이크는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더 많은 신경을 써줘야 한다. 

핸들링도 적어도 아반떼보다 우수하고 꽤 잘 따라오는 느낌이다. 다만 날카로움과는 거리가 있다. 조금 더 즉각적이고 노면의 피드백이 잘 들어오면 좋겠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이 부분에 민감한 만큼 핸들에 장착되는 C-MDPS(C-EPS)는 최소한의 차종에만 적용하고  R-MDPS를 적극 도입해주면 어떨까. 물론 벨로스터의 브레이크나 핸들링 모두 우수한 편이고 결코 나쁘지 않지만 기대감이 높은만큼 아쉬움이 더 크다. 

 

# 이 차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랑에 홀딱 빠지면 사소한 문제는 눈감아주는게 사람 마음이다. 이를테면 골프는 골프채도 못넣을 정도로 불편하지만 믿음직 스럽고 강력하기 때문에, 페라리는 품질이 어이 없지만 불같이 화끈하기 때문에 갖고 싶어진다. 사랑받을 수 있다면 그 어떤 문제점도 가볍게 넘어갈 수 있지만 반대로 미움 받는 경우는 아무리 사소한 문제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기 마련이다. 벨로스터의 이전 모델은 후자였다. 잘 달리지 못하는 스포츠카라니, 소비자들은 앞모양도 괴상하고 문짝도 왜 3개 뿐이냐고 비웃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새 벨로스터 터보는 전혀 다르다. 무식할 정도로 든든하게 만든 하체, 중형차까지 끄떡 없이 밀어붙이는 파워트레인에 훌륭한 배기 사운드까지... 사랑받을 수 있는 것들을 여러가지로 갖췄다. 이 차를 탄 사람이라면 벨로스터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사소한 문제에 집중하는건 비용과 시간 낭비일지 모른다. 중대한 부분에 집중해 더욱 사랑받는 차가 되길 기대해본다. 

* 장점

- 가격대비 성능이 매우 우수하다. 굉장히 잘 달리고 고속에서도 꽤 든든하다.

- DCT는 빠릿할 뿐만 아니라, 12.3km/l의 연비까지 끄집어냈다. 

- 스피커를 이용했는지 알아채기 힘든 가변 사운드도 매력적. 

* 단점

- 핸들과 브레이크는 여전히 좀 둔감하다. 

-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실내가 더워진다. 지금이 어느 시댄데 에어컨이 부족한걸까.

- 출시가 좀 늦은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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