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에서 수십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최고급 스포츠카들을 제외하고 고성능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폭스바겐 골프가 버티고 있는 소형 해치백 시장이다. 스포츠카 뺨치게 잘 달리는 해치백을 '핫해치'라 부르고 특별 대접을 해줄 정도니 말이다.

 

사실 '핫해치'의 등장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소형 해치백은 유럽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세그먼트로, 실용성을 추구하면서도 고성능의 스포티한 주행도 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차가 필요했다. 특히, WRC(월드 랠리 챔피언십) 등을 통해 얻은 기술이 양산차에 적용되면서 강력한 엔진과 사륜구동 시스템, 업그레이드된 서스펜션, 대형 휠·타이어, 다양한 에어로파츠 등을 장착한 '핫해치'가 앞다퉈 탄생하게 됐다.

아직 '핫해치' 시장에서 부동의 1위는 여전히 폭스바겐 골프지만, 경쟁자들의 성장도 만만찮다. 예전에는 GTI로도 충분히 커버했지만 순식간에 골프R을 넘어섰으며, 이제는 골프R 400을 넘볼 정도로 발전했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볼보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핫해치'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폭스바겐 골프R·골프R 400

 

신형 골프R은 폭스바겐그룹 MQB 플랫폼을 기반으로, 차체 및 엔진과 각종 부품 등을 고성능에 적합하게 채워 넣었다.

파워트레인은 GTI의 2.0리터 터보 엔진을 기반으로 실린더 헤드와 배기밸브, 스프링, 인젝터 등을 새롭게 개발해 추가했다. 최고출력은 300마력, 최대토크는 38.7kg·m로, 6단 듀얼클러치변속기와 조합돼 시속 100km에 4.9초 만에 도달한다. 여기에 5세대 할덱스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돼 평상시 앞바퀴에 90%의 구동력을 보내다가 상황에 따라 뒷바퀴로 대부분의 토크를 보낼 수 있도록 했다.

 

골프R 400은 골프 탄생 40주년을 기념해 만든 모델로, '2014 베이징모터쇼'에서 콘셉트로 공개됐으며, 올해 양산형 모델이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의 고성능 모델을 담당하는 R GmbH가 개발을 주도해 2.0리터 4기통 터보 엔진과 6단 DSG로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45.9kg.m를 내도록 했다. 이는 골프R보다 출력은 100마력, 토크는 8kg·m 우수한 것으로, 시속 100km에 3.9초 만에 도달한다. 이는 포르쉐 911 카레라(4.5초) 보다 빠른 것이다. 최고속도도 시속 280km로 제한했지만, 풀 경우 320km/h까지 낼 수 있다. 또, 차체에는 카본파이버로 제작된 에어로 바디킷, 사륜구동 시스템인 4모션,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 등을 장착해 더욱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을 발휘하도록 했다. 

◆ 포커스 RS

 

포커스 RS는 폭스바겐 골프R의 가장 강력한 경쟁 모델이다. 포드 퍼포먼스팀이 개발해 지난 3월 '2015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했으며, 포드 독일 공장에서 생산된다.

파워트레인은 포드 머스탱에 탑재되는 2.3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이 탑재됐다.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와 대형 컴프레서, 별도의 실린더 헤드 등을 추가해 최고출력 320마력의 강력한 동력 성능을 내도록 했다. 또, 스포츠 서스펜션, 고성능 브렘보 브레이크, 안티-롤 바, 미쉐린 파일럿 슈퍼스포트 타이어가 기본으로 탑재됐다.

여기에 6단 수동변속기와 토크 벡터링 기능이 적용된 사륜구동 시스템이 탑재됐다. 포드 퍼포먼스팀은 포커스 RS를 위해 새로운 사륜구동 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륜구동 시스템은 초당 최대 100번의 센서 입력 신호를 모니터링해 각 바퀴에 힘을 배분한다. 평소에는 연료 효율을 위해 앞바퀴에 모든 구동력을 보내지만, 상황에 따라 최대 70%까지 뒷바퀴에 토크를 전달한다. 

◆ 시빅 타입R

 

혼다는 작년 제네바모터쇼에서 시빅 타입R 콘셉트카를 선보인 이후 딱 1년 후인 올해 제네바모터쇼에서 양산형 모델을 들고 나왔다. 전면부 그릴과 범퍼를 비롯해 헤드램프와 안개등, 테일램프 등 다소 과격해 보였던 램프를 조금 부드럽게 다듬었을 뿐, 전체적으로 콘셉트카 강렬한 디자인 요소를 최대한 유지했다. 

파워트레인은 2.0리터급 직분사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310마력의 강력한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5.7초 만에 도달하며, 최고속도도 270km/h에 달한다. 또, 고성능 해치백 모델에 적합하게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과 스포츠 서스펜션 등을 적용했다.

◆ 르노 메간 RS 275 트로피R

 

르노가 '2014 에센 모터쇼'에서 공개한 ‘메간 RS 275 트로피R’은 순수하게 '가장 빠른 전륜구동차'에 도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델이다. 뉘르부르크링을 7분54초36 만에 주파해 전륜구동차 중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세웠다. 

르노스포츠의 튜닝을 거친 2.0리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36.7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달리기에 불필요한 뒷좌석 시트는 제거했고, 경량화를 위해 배터리도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했으며, 차체와 배기시스템에서도 무게를 줄이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이전 모델보다 100kg가량 가벼워졌다.

서킷에서의 주행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LSD(리미티드 슬립 디퍼런셜)도 기본으로 탑재했다. 또 람보르기니, 파가니 등에서 사용되는 올린즈의 서스펜션을 달았다. 아크라포빅과 함께 개발한 티타늄 배기 시스템과 미쉐린의 파일럿 스포트 컵2 세미슬릭 타이어도 적용돼 서킷에서의 성능을 극대화시켰다. 르노가 F1을 통해 얻은 에어로 다이내믹이 응용됐으며 실내에는 레카로 버킷 시트가 적용됐다.

◆ 푸조 308 R

 

푸조는 오는 20일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2015 상하이모터쇼'를 통해 고성능 해치백 모델인 308 R 하이브리드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푸조 308을 기반으로 푸조 스포츠팀이 참여해 성능을 강화했다. 

전면부는 콘셉트카 '쿼츠'로부터 영감 받은 디자인이 반영됐고, 푸조 특유의 헤드라이트와 체크무늬 패턴 라디에이터 그릴, 블루와 무광 블랙 색상의 투톤 외장 컬러 등이 적용됐다.

파워트레인은 1.6리터 THP 가솔린 엔진과 2개의 전기 모터가 조합돼 최고출력 500마력, 최대토크 74.5kg.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콘셉트카고, 전기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모델이지만 제원상 성능은 가장 강력하다. 특히, 전기 모드만으로 최대 250km/h의 속력을 낼 수 있으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불과 4초 만에 도달한다. 

또, 센터 콘솔에 있는 버튼을 통해 핫 랩 모드, 트랙 모드, 로드 모드, ZEV 모드 등 총 4가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각 주행 모드별로 출력이 변한다.

◆ 메르세데스-벤츠 A45 AMG

 

메르세데스-벤츠 A45 AMG는 이번에 소개된 핫해치 중에서 유일하게 국내에 출시된 모델로, 올해 2월 중순부터 판매되고 있다. 

A45 AMG 4매틱은 최고출력 360마력, 최대토크 45.9kg·m를 내는 2.0리터급 터보 엔진이 탑재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6초 만에 도달하고, 250km/h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여기에 AMG 스피드시프트 DCT 7단 스포츠 변속기가 조합됐으며, 3단계 ESP 프로그램이 적용돼 반응성을 높였다. 또, 가변식 사륜구동 시스템인 4매틱을 통해 최적의 접지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고성능 모델에 걸맞은 대구경 벤틸레이트 브레이크가 적용됐고, 성능 향상을 위해 AMG 냉각 기술과 AMG 스포츠 배기 시스템이 탑재됐다. 

외관 역시 19인치 멀티스포크 AMG 휠과 AMG 트윈 블레이드 라디에이터 그릴, AMG 프런트 에이프런, AMG 사이드 씰 등의 고성능 바디킷과 AMG 리어 스포일러, 두 개의 크롬 배기파이프, TURBO AMG 레터링 등 고성능 모델에 적합한 다양한 기능적, 디자인적 요소가 적용됐다.

◆ 아우디 RS3

 

'2015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등장한 아우디 RS3는 아우디 해치백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엔진이 탑재된 모델이다. 2.5리터급 5기통 TFSI 엔진은 7단 DCT와 함께 최고출력 367마력, 최대토크 46.3㎏·m의 힘을 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4.3초, 최고속도는 280㎞다. 여기에 상시사륜 시스템인 콰트로가 기본으로 적용됐다. 

RS3는 폭스바겐그룹의 MQB 플랫폼으로 만들어져 차체 무게는 이전보다 55kg가량 줄어든 1520kg이다. 외관에는 그물 모양의 대형 싱글프레임 그릴이 적용됐으며, 프레임은 알루미늄 재질로 마무리했다. 범퍼 하단에도 대형 공기흡입구를 마련해 엔진을 빨리 식힐 수 있도록 했다.

◆ 볼보 V40 폴스타

 

아직 출시되지 않았지만, 볼보도 V40 폴스타를 출시해 '핫해치'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V40 폴스타에는 신형 XC90에 사용된 2.0리터급 4기통 터보차저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320마력의 강력한 동력 성능을 발휘할 예정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5초대, 최고속도는 250km/h 수준으로 알려졌다. 

기존 폴스타 모델처럼 섀시를 강화하고 다양한 안전 사양이 추가될 전망이다. 올린스 쇽업소버를 비롯해 브램보 브레이크, 안티 롤바, 프런트 스트럿, 강화 스프링 등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고성능 모델에 맞게 전륜구동을 기본으로 항시사륜구동 시스템이 추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국내 자동차 브랜드에서도 핫해치 개발을 위한 움직임이 있다. 현대차는 i30에 1.6 터보 엔진을 장착한 고성능 모델을 선보였으며, 기아차 역시 같은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프로씨드 GT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BMW의 M, 메르세데스-벤츠의 AMG처럼 고성능 브랜드인 'N'을 만들겠다는 전략인데, i20이나 i30 등의 해치백 모델에 우선 적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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